2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치솟는 영화 표값 타당한가

  • 조재휘 영화평론가
  •  |   입력 : 2022-09-28 18:34:38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공장 문을 나서는 노동자들’(1895)로 영화의 역사가 시작되었지만(널리 알려진 바와 달리 ‘열차의 도착’(1896)이 뤼미에르 형제의 첫 영화는 아니었다), 영화관이라는 공간이 생기는 건 좀 더 나중의 일이었다. 1905년 피츠버그에서 어렵게 극장을 운영하던 해리 데이비스는 전통적인 보드빌 공연 대신 영화 필름을 들여와 상영하는 걸로 경영난을 타개하려 했다. 6월 19일 스미스필드가에 문을 연 새로운 극장은 오로지 영화만을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는 최초의 전용상영관이었다. 해리 데이비스는 이 극장을 니켈로디언(Nickelodeon)이라 이름 붙였는데 입장료로 5센트 동전(Nickel)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영화관이 우후죽순처럼 미국 전체에 퍼지는 데는 5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1만 개에 달하는 니켈로디언 극장이 미국 전역에서 성업했고 일주일에 2600만 명의 관객이 찾았다. 초창기 영화관이 대중적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저렴한 표 값이었다. 오페라 공연이나 음악회 같은 건 상류층의 전유물이었고, 보드빌 공연만 하더라도 주말 기준 1달러 안팎을 지불해야 했다. 그런 와중에 등장한 니켈로디언 극장은 주머니가 빈곤한 도시 소시민에게 싼 값으로 신문물에 접근할 수 있는 경이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렇게 영화는 대중예술의 시대를 연 20세기의 첨병이 되었다.

‘외계+인 1부’와 ‘비상선언’, ‘한산 : 용의 출현’과 ‘헌트’가 받아든 성적표는 예전의 극장가를 떠올리면 아쉬운 것이었다. 작품의 품위만으로 흥행의 부진을 설명하기엔 어딘가 석연치 않다. CGV는 2020년 10월과 2021년 4월, 그리고 2022년 4월에 이르기까지 세 번에 걸쳐 영화관 요금을 인상했고, 일반상영관이 관람료로 1만5000원을 받는다. 극장에 지불해야하는 기회비용, 경제적 부담의 문턱이 높아진 것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극장 나들이를 가는 건 옛 시절의 이야기가 되었다. 영화 한 편을 고르는데도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고, 영화의 흠결은 용서받지 못할 죄가 되어 인터넷상에서 조리돌림을 당한다.

수년 전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세 번째 살인’(2017)을 보러 오사카 난바의 도호 시네마에 갔다가 당황했었다. 한국에서는 8000원이었던 시절이었고, 일본 현지의 물가를 고려하면 1800엔(약 1만8000원)은 감당하지 못할 선까진 아니지만 비싼 가격이라고 느꼈다. 소득은 정체되고 물가는 오르는 가운데, 어느새 한국 극장의 표 값은 일본과 동등한 수준으로 치고 올라왔다. 생활이 어려워지면 가게 지출에서 먼저 줄이게 되는 씀씀이가 바로 여가생활, 문화 쪽의 소비이다. 과연 한국의 극장 환경은 지불한 대가 만큼의 가치를 관객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지금의 표 값이 과연 일반 대중 관객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고 매긴 적정한 수준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포드주의로 대표되는 자동화의 흐름은 생산성의 향상과 동시에 노동시간을 감축시켰고, 도시 소시민들은 주머니가 허락하는 한도에서 여가를 누리고자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의 20세기는 그래서 가능했다. 관객은 차츰 문화생활에 들일 시간적, 경제적 여유를 잃어가고 양질의 콘텐츠 다수를 저렴하게 제공하는 OTT가 나타난 지금, 과연 극장은 관객을 불러올 견인력을 되찾을 수 있는 것일까?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도청도설] 발가벗겨진 사우디
  3. 3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대 마을버스뿐
  4. 4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5. 5[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6. 6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7. 7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8. 8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9. 9이번에는 진짜 가야할 때…‘부캉이’ 다시 바다로 보낸다
  10. 10[뭐라노] 금양 부활할까
  1. 1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4. 4[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北 적반하장 용납 못해…추가 도발 감행시 단호하게 대응”
  5. 5"법령 검토해 결정하겠다"던 김지용 중수청장, 국무회의 참석
  6. 6[2026 국감 브리핑]조경태 “최고 시스템 갖춘 건기연이 가덕도신공항 부지 침하 연구해야”
  7. 7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8. 8이 대통령, "생애 첫 연금 지원사업 신청한 사람만? 실질적 불평등"
  9. 9통일부. 北 대남확성기 재개 위협에 “문제 해결 노력에 호응” 촉구
  10. 10이 대통령 "관행·절차 얽매이지 말고 주택 공급 전격전 펼치길"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뭐라노] 금양 부활할까
  3. 3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4. 4내년 주목할 세계 여행지 톱10에 부산… 국내 유일
  5. 5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6. 6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7. 7"원전 사업자 한수원, '안전 미준수' 과징금만 5년간 338억원"
  8. 8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9. 9“사업비 턱없이 부족”… BS한양, 가덕도신공항 컨소시엄 탈퇴 의사 밝혀
  10. 10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대 마을버스뿐
  2. 2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5. 5이번에는 진짜 가야할 때…‘부캉이’ 다시 바다로 보낸다
  6. 6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7. 7“미래대응기금 조성, 교부세 축소 안 돼”
  8. 8양산시, 종합장사시설 후보지 오룡마을 선정…2030년 말 준공 목표
  9. 9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10. 10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8. 8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돔? 재건축? 미래가치 따져야” “전문가 주도적 역할 부여를”
부산 야구장 미래는
선수 공간까지 체험하는 돔투어…야구 테마 복합문화시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