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아바타-물의 길' 익숙함이란 그릇에 새로움을 채우다

  • 조재휘 영화평론가
  •  |   입력 : 2022-12-21 18:47:55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제임스 카메론은 영화를 만들 때마다 당대 영상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온 감독이지만, 테크놀러지의 첨단을 달려온 그의 작품이 추구하는 내러티브는 다분히 고전적인 성격을 띤다.
영화 ‘아바타-물의 길’ 스틸컷.
‘터미네이터’(1984)와 ‘어비스’(1989)의 바탕에는 남녀의 사랑과 구원의 테마가 깃들었고, ‘에이리언 2’(1986)는 모성(母性)을 통한 인간성 회복 드라마이며, ‘트루 라이즈’(1994)는 첩보 액션 이면에서 위기에 처한 부부관계의 긴장과 갈등을 다룬다. ‘타이타닉’(1997)은 여객선 침몰이란 역사 사건을 계급이 다른 남녀의 사랑이라는 멜로드라마 형식을 통해 그렸고, ‘아바타’는 개척민과 원주민의 운명이라는 서부극 서사 전통을 답습한다.

‘아바타-물의 길’(2022) 역시 이러한 제임스 카메론 필모그래피의 일관된 발전선상에 있다. 소니 시네알타 베니스 카메라의 초고해상도 3D 리그 촬영, 광원 효과와 디테일 표현이 진일보한 컴퓨터 그래픽을 총동원해 판도라 행성의 신세계를 관객의 목전에 다시금 펼쳐 내보이는 이 영화의 근간에 깔려있는 건 가족 드라마이다. 인간의 침공을 물리치고 온전히 나비족 일원이 된 제이크 설리는 어느덧 가정을 꾸린 가장이 되어 안정된 삶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평화는 길지 않고 더욱 커진 규모의 침략, 숙적인 쿼리치의 부활을 맞게 된 그는 일가족을 데리고 숲을 떠나 해안가 다른 부족인 멧카이나족에게 의탁한다.

창작 영역 관점에서 ‘아바타’는 한 편 자체로 깔끔하게 완결된 이야기를 갖추고 있었다. 다시 말해 속편을 위해 남은 요소랄 것이 없는 내재적 한계가 있었다. ‘아바타-물의 길’이 가족 이야기로 등장인물의 외연을 넓힌 건 두 가지 요인 때문으로 보이는데, 하나는 이야기를 확장할 당위성을 찾기 위함이고, 다른 하나는 새롭게 소개되는, 영화의 주된 공간이 되는 판도라의 바다로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심리적 유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구성원의 안전을 도모한다는 가장의 책임감은 가족을 이사하게 하고, 낯선 곳에 정착한 아이들은 현지인 아이들과 교류하다 다투고 때론 외로움을 느낀다. 그러다 주변과 동화돼 친구를 만들어 간다. 아버지는 자식들의 생존과 성장을 염려해 엄격히 대하지만, 진심을 모르는 아이에게 그런 아버지는 야속하기만 하다. 인물들이 겪는 상황은 현실에서도 흔히 겪는 인간사의 보편적 경험이며, 관객은 가족관계의 현실적인 묘사를 매개로 거부감 없이 판도라의 바다라는 새로운 세계의 리얼리티에 더 쉽게 감정적으로 이입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스토리의 통속성은 진보적인 비전을 추구하는 평론가나 관객에게는 참신하지 못한 것으로 비치는 명확한 한계점을 갖는다. 그러나 ‘카사블랑카’(1942)를 두고 움베르토 에코가 한 말처럼 ‘한 두 개의 상투성은 웃음이 나오게 만들지만, 수천 개의 상투성은 감동을 준다.”(‘포스트모던인가, 새로운 중세인가’) 문제는 스토리가 아니라 ‘스토리텔링’, 즉 말하는 방식에 있다. 제임스 카메론은 이 점을 영악스러우리만치 잘 이해하는 작가(auteur)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2. 2“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3. 3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4. 4부산 동래·금정구 하늘에 뜬 ‘쌍무지개’…희망과 행운의 메시지
  5. 5[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6. 6[속보]돌아온 ‘부캉이’, 식지 않는 인기…누적 방문객 80만 넘어
  7. 7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8. 82026 진주남강유등축제 화려한 개막…18일까지 ‘빛의 향연’
  9. 9“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10. 10[속보] “법 위반한 적 없어” 김상욱 울산시장 첫 경찰 출석
  1. 1[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2. 2'좌아하게'? 다시 논란 부른 이 대통령 SNS 정치
  3. 3오세훈, 영화 암살자(들) ‘탄흔 티켓’에 “문화 품격 훼손”
  4. 4[속보]민주당, 국힘 집회에 “극우 유튜버들 박수 세례에 중독된 장동혁”
  5. 5與 “조희대, 국감 출석 불응 의사…불출석은 국회법 위반”
  6. 6李대통령, 금융기관 개인정보 유출에 “철저 조사 지시”
  7. 7'광대극' 조소 이어 미사일로 응답한 北. 좁아진 청와대 입지
  8. 8영화 '암살자(들)' 논란 속 장동혁, 고(故) 육영수 생가 방문
  9. 9국힘, 싱가포르영화제 ‘암살자(들)’ 상영 철회 서한…與 “영틀막”
  10. 10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1. 1“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2. 2[속보]돌아온 ‘부캉이’, 식지 않는 인기…누적 방문객 80만 넘어
  3. 3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4. 4"산업용 차등요금제, 기업의 지역이전 효과 극히 불투명"
  5. 5"차명계좌 적발, 작년 이후 총 3471건…NH농협 가장 많아"
  6. 6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둘러싼 한·미 불협화음 언제까지 이어지나
  7. 7정부의 농축산물 할인 지원 예산 급증… 재정 부담 가중될 듯
  8. 8카카오 월4900원 멤버십 출시…네이버 쿠팡과 3파전
  9. 9이억원 “AI 해킹 가능성…금융권 최고수준 경각심 가져야”
  10. 10미래대응기금, 국감 쟁점 부상…국회 "재원 지속가능 의문"
  1. 1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2. 2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3. 3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4. 4부산 동래·금정구 하늘에 뜬 ‘쌍무지개’…희망과 행운의 메시지
  5. 52026 진주남강유등축제 화려한 개막…18일까지 ‘빛의 향연’
  6. 6[속보] “법 위반한 적 없어” 김상욱 울산시장 첫 경찰 출석
  7. 7"친구가 총기 들고 탈영"…허위 신고한 20대 벌금 500만 원
  8. 8“술값 내라” 여러 차례 여자친구 때릴 듯 위협한 20대 집유
  9. 9AI 성착취물 텔레그램방 ‘그놈’…잡고 보니 경찰관
  10. 10울산바위 배경으로 사진 찍다 추락한 70대 등산객 숨져
  1. 1“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2. 2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3. 3‘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4. 4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5. 5[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6. 6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7. 7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8. 8서채현,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금메달
  9. 9한국, AG 남자 축구 4회 연속 금메달…결승 한일전 1-0 승리
  10. 10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부산 야구장 미래는
야구 없는 날에도 팬·관광객 북적…도쿄돔 일대는 미니도시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