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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배 못 뜰까 걱정은 옛말…크루즈 1박2일이면 설국여행

겨울 울릉도 크루즈 여행기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23-01-25 19:20:28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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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릉 농부’ 조현덕 대표 크루즈 취항
- 2만t급 웬만한 악천후에도 문제없어
- 9층 규모 227객실 운영… 7시간 소요
- 밤 10시 승선해 일출·일몰 감상 가능

- 나리분지 중심으로 눈꽃축제 잇따라
- 내달 28일까지 투명돔·승마체험 가능
- ‘너와집’이 오랜 과거로 여행객 인도
- 해안절경 삼선암 만나고 관음도 탐방

여행에서 ‘날씨 운’은 중요한 조건이자 커다란 변수다. 여행지로서 울릉도는 특히 이 ‘날씨 운’이 중요한 지역이었다. 2박3일 일정으로 울릉도에 갔다가 날씨 탓에 뱃길이 막혀 5박6일을 머문 관광객도 있을 정도.
전망대에서 바라본 나리분지 전경. 경북 울릉도에서 유일한 평지인 나리분지는 화산폭발로 생긴 분화구에 개척민이 자리 잡은 마을이다. 울릉도 중에서도 눈이 가장 많이 내려 설국 여행이 가능하다. 새영남여행사 제공
하지만 이는 옛말이 됐다. 2021년부터 울릉도 뱃길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매일 열린다. 2만 t급의 거대 여객선 울릉크루즈가 취항하고나서부터다. 지난 12, 13일 새영남여행사(대표 정경해)의 ‘울릉크루즈로 떠나는 원나잇 크루즈’ 투어를 이용해 울릉도를 다녀왔다. 이날은 폭우·강풍·풍랑주의보 등 악조건 ‘3종 세트’가 여행을 방해했지만, 모든 일정은 차질 없이 진행됐다.

■ 농부의 바람, 울릉도와 육지를 잇다

2만 t급의 울릉크루즈 외관. 울릉크루즈 제공·김미주 기자
뱃길이 막히면 불편을 겪는 건 울릉도 주민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하거나 육지에 급한 볼일이 생겨도 날씨가 좋지 않으면 하염없이 배가 뜨길 기다려야 했다. 이 같은 불편을 해소하고자 울릉도에서 농사를 짓던 ‘울릉 농부’ 조현덕 씨가 중국 카페리 여객선인 ‘뉴씨다오펄’을 임대해 2021년 9월 취항한 게 울릉크루즈다. 국제총톤수 1만9988t. 1200명까지 탑승할 수 있고 2인실부터 10인실까지 227객실을 운영하는 9층 규모의 크루즈다.

지난 12일 밤 11시50분 경북 포항에서 출발하는 울릉크루즈를 타기 위해 영일만신항(포항시 북구 흥해읍 용한리)을 찾았다. 포항시외버스터미널에서 승선장까지 울릉크루즈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이날은 시간이 맞지 않아 택시를 타야 했다. 목적지를 밝힌 취재진에게 택시기사는 대뜸 “식사하셨나요?”라고 물었다. 그는 “승선장 주변엔 (식당 등) 아무것도 없다. 캄캄해도 놀라지 마라”며 “간혹 승선장 근처에서 저녁식사를 해결하고 탑승하려는 관광객이 있어 (주변에서 식사하는 건) 힘들다고 알려주려고 물어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량’한 승선장에는 매표소와 대기실로 쓰이는 컨테이너가 전부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 울릉크루즈 김현기 이사는 “울릉크루즈는 규모가 커 기존 쾌속선 등이 출항하는 접안 시설을 이용할 수 없었고, 개인 사업자여서 항만 부두에 시설물을 설치할 수 없는 법적 문제도 안고 있었다. 이용객 불만이 커지자 경북도 등 지자체가 3000㎡ 크기의 컨테이너 편의시설을 만들어 준 것”이라고 알려줬다.

승객은 밤 10시부터 승선해 객실을 배정받고, 5층 로비에서 간단한 공연과 함께 야식을 즐긴다. 1박2일 투어 상품(성인 기준 18만 원)에는 현지 투어와 크루즈 왕복 승선권이 포함돼 있다. 크루즈 승선권에는 야식·조식·중식·커피 이용권이 포함돼 있다. 로비부터 객실이 늘어선 6~8층은 두 대의 엘리베이터와 중앙 계단으로 오갈 수 있고, 8층 선미 갑판으로 나가면 영일만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운항 시간은 7시간 정도로, 기존 울릉도와 포항을 오가던 쾌속선(3시간30분가량)보다 배 이상 길지만 크루즈의 규모가 거대해 뱃멀미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취재진이 탑승한 날은 종일 비가 내리고 하늘이 흐려 일출과 일몰을 감상할 수 없었다. 날이 맑으면 일출과 일몰시간을 체크해 선상에서 뜨고 지는 해를 감상하는 특별한 순간을 놓치지 말자.

■ 겨울엔 환상 설국…눈꽃축제도 부활

울릉크루즈와 코오롱글로텍의 공동주최로 열리는 나리분지 눈꽃축제 행사장.
울릉도는 겨울이 되면 환상적인 설국으로 변한다. 대형 크루즈 취항과 맞물려 과거보다 겨울 관광객이 급격히 늘어나자 울릉도 설국을 만끽할 수 있는 눈꽃축제도 나리분지를 중심으로 잇따라 열린다. 울릉도에서 유일한 평지인 나리분지는 과거 화산폭발로 생긴 분화구다. 마을에 ‘나리’라는 식물이 많이 자라 나리분지로 이름 붙여졌다.

울릉크루즈는 코오롱글로텍과 공동주최로 다음 달 28일까지 ‘ULLA 윈터피크닉×울릉 나리분지 눈꽃축제’를 개최한다. 고릴라 모양의 높이 17m 초대형 마스코트 풍선인 ‘울라벌룬’을 중심으로 이글루를 연상케 하는 투명 돔 쉼터와 야영장, 설원 승마·마차체험 등을 즐길 수 있다. 울릉크루즈 이종호 과장은 “나리분지는 울릉도에서도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곳이다. 도로에 제설장비도 잘 설치돼 있어 여행에 무리없다”고 설명했다.

울릉군이 시범 개최하는 ‘가족·연인과 함께 즐기는 설(雪)렘 가득 울릉도 눈 체험’ 축제도 다음 달 3~6일 나리분지 인근에서 열린다. 축제는 나리분지 주민과 함께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며 눈 조각, 썰매장, 울릉도 전통놀이인 대나무 스키, 눈사람 만들기 체험 등이 열린다.

도보로 오갈 수 있는 울릉도의 부속 섬 관음도.
울릉도 개척이 시작된 1882년 나리분지에 지어진 전통가옥 형태의 ‘너와집’과 ‘억새 투막집’은 오랜 과거로 여행객을 인도한다. 나리분지를 나오면 울릉도 부속 섬 중 가장 큰 죽도(20만7868㎡), 물속에 코를 담그고 바닷물을 마시는 듯한 모양의 코끼리바위, 울릉도 3대 해양절경인 삼선암 등을 만난다. 삼선암에는 울릉도의 경치에 반해 하늘로 돌아갈 시간을 놓친 세 선녀가 옥황상제의 노여움으로 바위가 됐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죽도 독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부속 섬인 관음도는 보행연교도가 설치돼 도보로도 탐방 가능하다.

1박2일 크루즈 여행에서 울릉도를 밟는 시간은 오전 7시부터 11시까지 4시간가량이다. 나리분지 눈꽃축제를 중심으로 울릉도 투어가 진행된다. 쉽게 오갈 수 없던 울릉도를 1박2일로 즐길 수 있어 부산 관광객의 반응도 좋은 편. 새영남여행사 정경해 대표는 “크루즈 여행과 눈 내린 울릉도를 동시에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새해 일출 투어와 이달 말 예정된 투어에도 각각 200명 가까이 신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 봉화광산 생환 광부, 크루즈 ‘깜짝 등장’…승객들 박수로 환영

- 선사 후원으로 2박3일 가족여행

울릉크루즈에 승선한 지난 12일, 5층 로비에는 깜짝 인물이 등장해 승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주인공은 경북 봉화 광산 매몰 현장에서 221시간 만에 구조된 기적의 ‘생환 광부’ 박정하(사진) 씨.

이날 박 씨는 ㈜울릉크루즈의 후원으로 2박3일간 가족과 울릉도 여행길에 올랐다.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씨는 “사고 이후 가족의 소중함을 느껴 가족여행을 떠나는 게 새해 첫 목표”라고 밝혔고, 울릉크루즈가 이에 화답한 것이다.

가족 10여 명과 울릉크루즈에 탑승한 박 씨를 위해 5층 로비에서 환영 행사가 이뤄졌다. 울릉크루즈 조현덕 대표가 꽃다발을 전달하며 환영 인사를 건넸고, 박 씨 역시 감사 인사를 표했다. 박 씨는 이어 승객들에게 광산에서 갱도가 무너지며 고립됐다가 9일 만에 구조된 이야기를 상세히 들려줬다. 그는 “벽에 흐르는 암반수를 식수로 활용했다. 혹시나 해서 챙겨간 커피믹스 30여 개가 귀중한 식량이 됐다”고 전했다. 구조 과정은 어제 일처럼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박 씨는 “고립 시간이 길어지자 희망이 공포로 변했다. 두려움이 엄습할 무렵 발파 소리가 들렸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구조 3일 전부터 환청이 들렸기에 처음엔 의심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날 박 씨는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연신 미소를 지었다. 특히 환영 행사에서 사회자가 노래 한 곡을 청하자 “소주 없이는 못 부른다”고 말하며 즉석에서 종이컵에 소주를 가득 따라 마시며 노래를 불러 승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 울릉크루즈 운항 시간 

계절

포항→울릉

울릉→포항

겨울
(12월 1일~2월 28일)

밤 11시50분→
익일 오전 7시

낮 12시30분→
오후 7시

봄·여름·가을

밤 11시50분→
익일 오전 6시20분

낮 12시30분→
오후 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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