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제도권 밖 돌봄 선생님, 공동체 소멸에 맞선 삶

  • 조재휘 영화평론가
  •  |   입력 : 2023-02-01 18:51:20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2023)는 건물 아래서 아이들이 어울려 뛰어노는 모습을 비추며 막을 연다. 웃고 떠드는 소리와 활기로 가득 차있던 마당은 이내 시간의 경과를 알리는 장면 전환과 함께 인적 없는 황량한 풍경으로 뒤바뀐다. 카메라는 텅 빈 실내에 들어서서 불을 켜고 창문을 열고, 쌀을 씻어 밥을 짓고, 편지를 쓰는 등 아이들을 맞이할 하루의 준비에 여념 없는 교사의 발걸음과 손길을 일일이 따라가 속속들이 담는다.

평범해 보이는 일상의 순간으로 채워진 오프닝은 영화의 핵심을 은근히 들추어낸다. 이 다큐멘터리는 오늘날 존립이 위태롭고 사라져만 가는 공동체의 가치에 관한 영화이다. 또한 경력을 인정받지도, 봉급을 넉넉히 받지도 못하면서도 소중한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과업을 묵묵히 수행하는 제도권 밖 교육자들의 지난한 노동에 관한 쓸쓸한 소회이다. 박홍렬 황다은 감독은 감정의 흘러넘침 없이, 프레임 안에서 살아 숨 쉬는 이들의 집단적 움직임과 감정 그리고 목소리를 담담하게 전한다.

영화는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있는, 마을 초등학교 학생들의 방과 후 생활을 도맡는 ‘도토리 마을 방과후’를 다룬다. 1996년 시작한 이래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아이들이 함께 꾸려가는 조합형 생활공동체. 이곳에서 아이들은 놀이를 함께 하고, 밥을 같이 먹고, 체험을 공유하며 서로 잘 어울려 지내기 위해 지켜야 할 예의와 규칙을 익히며 자란다. 교육에서 취업, 결혼에 이르기까지 경쟁이 지배적인 이념이자 원리로 골수까지 박여버린 이기주의 세속에서, 오늘날 나눔과 어울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은 더없이 어색하고 낯선 것이 되고 말았다. 그렇기에 도토리 마을 방과 후의 훈육 시스템, 돌봄에 관한 논의는 망가져 가는 교육 현실에 대한 유토피아적 대안 모색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큐멘터리는 현장의 예술이고, 따라서 의도한 대로 연출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촬영에는 자연스러움 속에 엄격한 형식미학 흔적이 묻어난다. 도어 프레임, 좌우 대칭 구도, 원형 배치 등, 안정된 짜임새의 화면 구성과 넓은 프레이밍은 관조의 물러남이라기보다는 ‘나의 아저씨’(1958)나 ‘7인의 사무라이’(1954)처럼 전체 공동체의 정감을 넉넉히 한데 아우르고 단정히 담으려는 의도의 소산이다. 깊은 초점심도로 누구 하나 배제함 없이 공간에 속한 모든 구성원을 담아내려는 화면의 민주주의. 이런 형식은 절제된 톤의 내레이션과 더불어 영화가 전달하려는 바를 정서적으로 공감케 해준다.

현실의 벽에 부딪힌 방과 후 교사들은 차례차례 도토리 마을 방과 후를 떠난다. 결말에서 영화는 돌봄의 가치를 망각해가는 미래에 대한 근심과 우려를 감추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맺음은 릴레이 경주에서 배턴을 터치하듯 관객에게 희망의 가능성을 넘겨주는 것이기도 하다. ‘위험이 있는 곳에는, 구원의 힘도 함께 자라네’(프리드리히 횔덜린)라는 시 구절처럼, 위기를 진정 위기로 인식할 수 있게 된 순간, 비로소 전환의 계기가 올 것이기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직무정지 새마을금고 이사장, 여전히 경영 관여
  2. 2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3. 3지광 70억 있다면서…세금도 34억 10여 년 체납
  4. 4‘가덕 증액 문서화’ 쳇바퀴…우선시공분 내달초 착공 희박(종합)
  5. 5[근교산&그너머] <1484> 통영 학림도 망산
  6. 6경정 승진자도 전국 교류…경위 이하 5년씩 부서순환 추진
  7. 7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8. 8신임 부산시 행정부시장에 김성기 행안부 인사기획관
  9. 9아직 관객 많은 ‘오디세이’인데…아이맥스관에서 내린 사정
  10. 10아울렛서 만나는 김해 도자기
  1. 1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2. 2대한항공 말흐리기…실체없는 통합LCC 부산 허브
  3. 3[뉴스 분석] 종교인·언론사주가 국회 권위 훼손…도덕성 논란까지
  4. 4부울경 광역의회 협력강화 선언 “미래산업 함께 육성”
  5. 5李 대통령 “국민 생명·안전 지키기가 최우선”
  6. 6‘가상자산 과세 유예’ 결론 못낸 당정
  7. 7여야 ‘조희대 국조’ 두고 공방 격화
  8. 8[속보] 대통령비서실, 30억 들여 월평균 11회 여론조사…내용은 비공개
  9. 9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10. 10조현, 한미관계 난기류 우려에 “벨트 단단히 매면 돼”
  1. 1지광 70억 있다면서…세금도 34억 10여 년 체납
  2. 2‘가덕 증액 문서화’ 쳇바퀴…우선시공분 내달초 착공 희박(종합)
  3. 3퇴직금 2028년부터 사외적립…체불 예방
  4. 4부산시 “부산에 글로벌 AI 허브 유치하겠다”
  5. 5미래에셋·대신증권·빗썸도 뚫렸다(종합)
  6. 6사실상 금융업 전체가 다 털릴 판…靑, 긴급 대응회의(종합)
  7. 7첫 100조 분기매출 하닉 “100조 주주환원 하겠다”(종합)
  8. 8전용터미널·화주 인센티브 등 북극항로 상업운항 지원 요구
  9. 9부산과학기술협의회·CTO평의회 역량 확대
  10. 10부산銀 센텀센터, 스타트업 지원 거점화
  1. 1직무정지 새마을금고 이사장, 여전히 경영 관여
  2. 2경정 승진자도 전국 교류…경위 이하 5년씩 부서순환 추진
  3. 3신임 부산시 행정부시장에 김성기 행안부 인사기획관
  4. 4아울렛서 만나는 김해 도자기
  5. 5영업중단 이어 단전 위기…피가 마르는 홈플러스 입점업체들
  6. 6후배 경찰 신체 ‘덥석’…파출소 팀장 추행 혐의 피소
  7. 7부경대 5108명 정보유출…위탁보안 비상
  8. 8“일부 수사 강압·부실” 부산변회, 권한 커진 경찰 첫 평가
  9. 9김해 어르신 생활 불편 해결해 드립니다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9일
  1. 1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2. 2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3. 3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4. 4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5. 5‘무관의 제왕’은 옛말…케인 발롱도르 품었다
  6. 6‘은퇴 기로’ 손아섭, 2년 만에 NC로…3000고지 향한 행진 계속
  7. 7허구연 KBO 총재, 3연임 사실상 성공
  8. 8K리그2 준PO 12월 2일 개최
  9. 9김해FC, 제6대 사령탑에 설기현 감독 선임
  10. 10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돔? 재건축? 미래가치 따져야” “전문가 주도적 역할 부여를”
부산 야구장 미래는
선수 공간까지 체험하는 돔투어…야구 테마 복합문화시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