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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작가, 날 망쳐보겠다 했죠…엄마도 이젠 ‘연진아’라 불러요”

‘더 글로리’ 신드롬 임지연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3-03-22 19:29:32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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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폭 복수극 첫 악역 도전 호평
- “이중적이면서 강렬한 캐릭터
- 내 짙은 눈썹과 큰 입 활용했죠
- 욕설·흡연도 연구 많이 했어요”

“‘연진아’가 그렇게 많이 불릴 줄은 몰랐다. 심지어 엄마도 ‘연진아 집에 언제 오니?’, ‘연진아 찌개 끓여놨어’라고 문자를 하실 정도다.” 올해 최고의 히트 드라마이자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끌어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 학교폭력 가해자 박연진 역을 맡은 임지연의 말이다. 그녀는 가족도 극 중 캐릭터 이름으로 부를 만큼 ‘연진이’를 너무 강렬하게 연기했고, 대중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 학창 시절 문동은을 지옥으로 몰아간 학교폭력의 주동자 박연진 역을 맡은 임지연. 첫 악역에 도전한 임지연은 자신만의 악역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넷플릭스 제공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임지연은 “큰 용기를 내 도전한 작품이고 캐릭터다. 작품 안에 잘 녹아들어서 사람들이 많이 미워해 주시고 싫어해 준 것 같다. 사실 캐릭터 이름이 많이 들린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하고, 대세라는 말씀을 해주시는데 제가 아니라 연진이가 대세인 거라고 생각한다.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며 요즘 심정을 전했다.

지난 10일 파트2가 공개된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임지연은 학창 시절 문동은을 지옥으로 몰아간 학교폭력의 주동자 박연진 역을 맡아 처음 악역에 도전했다. 그녀는 악마의 모습을 감춘 천사의 얼굴로 등장해 소름 끼치는 연기를 보여줬다. 특히 ‘연진’이라는 이름은 송혜교가 연기한 문동은의 대사나 내레이션을 통해 계속 불리며 시청자에게 각인됐고, 특히 문동은이 ‘멋지다, 연진아’, ‘파이팅, 박연진’이라고 반어적으로 외치는 장면은 화제가 되며 유행어가 됐다.

첫 악역을 맡게 된 과정에 대해 임지연은 “김은숙 작가님과 첫 만남 때 악역이 처음이라고 하니 ‘그러면 내가 망쳐보겠어’라며 ‘연진이는 겉으로 봤을 때는 되게 착해 보였으면 좋겠어’라고 하셨다. 당시 제가 화장기 없는 얼굴로 나갔는데 이 얼굴에 악마 같은 뭔가를 보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작가의 말 때문인지 임지연은 알지 못할 자신감을 갖게 됐고, 최선을 다해 박연진을 연기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 악역에 도전한 만큼 임지연은 박연진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심이 많았다. 그래서 주변의 선배나 동료 배우에게 자문과 아이디어를 구하기도 했다. 그는 “처음에는 그냥 사이코패스처럼 아무 감정 없는 여자처럼 보이면 어떨까, 아니면 정신 질환이 있는 사람처럼 보이면 어떨까 등 다양한 생각을 했다. 그런데 결국 해답은 제 자신이더라. 기존에 한 번도 없었던 임지연만이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악역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임지연표 박연진’이 탄생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더 글로리’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박연진 캐릭터가 강렬하게 다가왔던 것은 이중적 태도 때문이다. 자신보다 아래라고 생각하는 친구나 방송국 직장 동료에게는 못되게 구는 한편, 남편이나 딸에게는 자상하거나 우아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너무도 잘 표현한 임지연은 “입체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감정적으로 굴곡이 많기 때문에 제가 가진 것을 잘 활용하려고 했다. 그래서 짙은 눈썹을 이용해 미간도 많이 사용하고, 큰 입을 활용해 근육을 많이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동은이는 침착하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지만, 연진이는 다 드러낸다. 그래서 최대한 많은 감정을 드러내려고 했는데 제가 봐도 못되게 나오더라”며 웃었다.

또 차진 욕이나 감정이 드러나도록 담배를 피우는 장면은 노력을 많이 한 대목이다. 임지연은 “제대로 하지 않을 거면 욕을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할 거면 하지 말자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디테일하게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박연진이 친구와 함께 있을 때 하는 욕과 문동은에게 하는 욕의 감정이 다르고, 담배도 혼자 피울 때와 남편 앞에 피울 때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특히 담배는 이번 역할을 위해 처음 배웠음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보인다.

앞서 언급했지만 박연진 캐릭터가 빛날 수 있었던 것은 문동은을 연기한 송혜교가 있었기 때문이다. 문동은과 있을 때 박연진의 악마성이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임지연은 “혜교 언니는 제가 마음껏 연기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예를 들어 체육관에서 뺨을 맞는 장면에서 한 번씩 주고받다가 저도 모르게 멱살을 잡았다. 원래는 없는 장면이기 때문에 죄송한 일인데 혜교 언니는 그런 걸 다 받아줬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정말 편하게 열어놓고 연기할 수 있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한편 임지연은 학교폭력과는 전혀 상관없는 좋은 기억만 가득한 학창 시절을 보냈지만 ‘더 글로리’를 촬영하면서 학교폭력에 대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됐다. 그녀는 “학교폭력은 어둡기도 하지만 결코 잊혀서는 안 되는 중요한 사회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고, ‘더 글로리’를 통해 이런 이슈를 많이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올해로 데뷔 12년 차인 임지연은 그간 영화 ‘인간중독’ ‘간신’ 드라마 ‘불어라 미풍아’ ‘장미맨션’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지만 큰 주목을 받진 못했다. 그래서 ‘더 글로리’가 주는 의미가 크지 않을까 싶다. 그는 “박연진 캐릭터는 첫 악역이었기 때문에 저에게 더 큰 용기가 필요한 도전이었고, 저도 할 수 있는 배우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며 “앞으로도 항상 노력하고 성장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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