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 차 주부 레지던트 도전기
- 최고 시청률 18.5%로 마무리
- “나이로 타박 받는 캐릭터 공감
- 무시 딛고 성장하는 모습 그려
- 대학축제서 ‘차정숙’으로 불려
- 30년 배우생활 이런 사랑 처음”
“요즘 행복지수는 99.9%다. 이런 순간을 만나기 진짜 어렵다. (행복한 감정을) 최대한 느끼고 싶어 아침마다 ‘아! 기분 좋다’며 시작한다. ‘닥터 차정숙’이 안 끝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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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에서 차정숙 역을 맡아 다시 전성기를 맞은 엄정화. 그녀는 차정숙의 다이내믹한 성장 서사를 진정성 있게 그려내 호평받았다. 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
최근 서울 강남구 사람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엄정화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녀는 지난 4일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에서 20년 차 가정주부에서 1년 차 레지던트에 도전하는 차정숙 역을 맡아 인생 캐릭터를 연기했다. “제가 맡은 ‘차정숙’의 이름을 달고 나오는 드라마기에 안 되면 모든 게 다 내 탓 같다는 중압감이 있었다”는 엄정화는 “오랜만에 출연하는 드라마여서 두려운 마음으로 방송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그것은 기우였다. ‘닥터 차정숙’은 1회 4.9%로 시작해 마지막 회는 18.5%라는 굉장히 높은 시청률로 종영하며 신드롬에 가까운 반응을 얻었다. 20년 동안 주부라는 틀에 갇혀 공허와 무력감을 느끼던 차정숙은 20년 전 갑작스러운 결혼으로 멈췄던 레지던트 생활을 하며 열정을 보여준다. 엄정화는 “나이 때문에 받는 타박이 공감됐다. 남편 인호가 ‘너 이렇게 해서 의사 되면 곧 50이야’라고 하자, 정숙이가 ‘100세 시대에 50이면 청춘이지. 뭐 그래’라고 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정숙이가 부장한테 깨질 때도 ‘나이가 많다고 실수까지 무능으로 치부되는 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하는데 정숙과 내 세대를 대변하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무시·편견을 딛고 성장하는 차정숙에게 모든 ‘정숙이’들이 응원을 보낸 것이다.
2030 세대에게서도 공감을 얻었다. 그녀는 “얼마 전 고려대 축제에 갔는데 많은 학생이 저를 ‘엄정화’가 아니라 ‘차정숙’으로 부르더라. 30여 년 배우 생활을 했는데 드라마로서는 이렇게까지 사랑받은 작품이 없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차정숙은 급성간염으로 생사의 갈림길을 지나고서야 진정한 ‘나’를 찾아 나선다. 엄정화도 2010년 갑상샘 수술을 받은 후 한참 동안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엄정화는 “딱 마흔이 될 때였다. 목소리 때문에 너무 힘들었고, 무척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마음에 어떤 걸 담아야 하는지 많이 느꼈다. 뭔가를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나든, 책을 읽든, 여행을 하면서 자신에게 좋은 기운을 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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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닥터 차정숙’. JTBC 제공 |
이런 마음은 차정숙이 환자를 대할 때 가족처럼 보살피는 모습에서도 표현된다. 엄정화는 “차정숙이 죽을 뻔도 했던 사람이고, 의사가 얼마나 멋지고 소중한 사명감이 있어야 하는 직업인지 깨달은 다음에는 환자에게 엄마나 자식을 대하듯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제일 많이 신경 썼다”며 ‘의사’ 차정숙을 표현하기 위한 과정을 설명했다.
엄정화는 이 세상의 많은 ‘정숙이’들에게 “‘이제는 늦었다’거나 ‘내가 해 봤자’라고 생각하지 말고 자기가 좋아하는 하나라도 시도해 보면 좋겠다. 정말 작은 것 하나라도 시작하면 또 다른 시야가 열린다는 것은 너무 확실하다. 그것이 생활의 즐거움이 되고 힘이 되면 또 다른 것을 볼 수 있는 눈이 생길 것 같다”며 “작더라도 자신에게 선물 같은 시간을 가져보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