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사회적 시선에 멀어지는 우정…타인은 지옥이다

‘클로즈(2022)’

  • 조재휘 영화평론가
  •  |   입력 : 2023-06-21 18:24:48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걸’(2018)에서 온전한 여성이 되길 희망했던 사춘기 남자아이의 육체에 집중했던 루카스 돈트의 관심은 ‘클로즈’(2022)에선 성장기의 한 시절을 보내는 중학생 소년으로 옮겨간다. 트랜스젠더 소년의 성적 변신을 용납하지 않았던 기성 젠더 커뮤니티는 이제 두 친구의 우정을 비정상적인 것으로 규정하려는 친구들로 변주된다. 자아가 불안정한 시기의 아이들이 마주하는 정체성의 혼란, 그리고 소수자의 행동을 검열하려드는 다수의 대립구도라는 작가적 모티브의 일관성. 이 두 번째 영화는 뒤집은 동전의 다른 면이다.
루카스 돈트 감독의 영화 ‘클로즈’ 한 장면.
레오와 레미 듀오는 밀실에서 들판으로 뛰쳐나온다. 두 소년의 뜀박질을 따라가며 화면은 어두운 실내에서 밝은 야외 공간으로 옮겨가고, 나란히 달리던 단짝 사이에 조금씩 거리가 벌어진다. 이 단순한 오프닝은 영화의 전개를 함축하고 암시한다. 타인의 시선이 닿지 않는 사적인 공간에서는 안온하고 행복한 관계를 만끽할 수 있었던 소년들은 숲과 꽃이 만발한 들판, 타인의 시선에 노출되는 공적인 영역으로 나오게 되면서 점차 관계가 소원해지게 된다.

‘가까움’과 ‘닫힘’을 동시에 뜻하는 단어 ‘클로즈’(Close)의 중의성은 영화의 시각적 형식을 결정짓는 원리다. 단짝으로서 레오와 레미의 친밀함을 드러낼 때, 침상에서든, 학교에서든 둘을 붙어 있다시피 배치하고 가까이 접근하던 카메라는 “너희, 사귀냐?”라는 말을 듣고 레오가 의식적으로 레미와 거리를 두는 시점부터는 점점 물러서서 인물 사이에 벌어지는 거리감을 의식하게 한다. 학교에 있는 내내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포위와 고립의 구도는 둘의 교분이 감시와 가십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인상을 남긴다.

레오와 레미 사이에는 어딘가 미묘한 무드가 흐르지만, 중요한 건 이들의 관계가 동성애인가 아닌가의 여부가 아니다. 어쩌면 친구에게 느끼는 감정이 통념적인 우정의 수준을 넘어 터부시되는 무엇일지도 모른다는 당혹감, 자신이 사회의 정상적 기준에서 일탈해있는 존재로 낙인 찍혀 배제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그에 짓눌린 나머지 스스로를 교정하려드는 개인의 불안에 찬 눈빛이야말로 ‘클로즈’의 진정한 주제이다.

단체 활동의 일환으로 레오는 아이스하키팀에 참가한다. 이때 경기장과 객석을 갈라놓는 유리는 레오와 레미 사이의 관계와 의사소통을 단절시키는 벽으로, 갑옷을 연상시키는 하키 유니폼은 위장된 남성성의 껍데기로 바람직함을 요구하는 사회적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보호구인 동시에 참된 자신을 가두는 감옥으로 작용한다. ‘인간에게 있어 존재한다는 것은 자기를 선택하는 일’이지만 타인과 사회가 바라보고 규정하는 정체성으로 인해 ‘타인은 지옥’(장 폴 사르트르 「닫힌 방」)으로 화한다.

부상입은 팔의 깁스를 벗긴 날, 레오는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그리고 들판으로 한참을 내달리다 멈춰서, 마치 관객을 바라보듯 뒤돌아서고는 정면을 응시한다. 트뤼포의 ‘400번의 구타’(1959)에 경의를 표함과 동시에 감독은 도로 관객에게 질문을 돌린다. 당신은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 그리고 남을 걱정하는 당신의 시선이 도리어 서로를 근심케 하지 않는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속보] 롯데百 센텀시티점, 신세계 품으로
  2. 2직무정지 새마을금고 이사장, 여전히 경영 관여
  3. 3경정 승진자도 전국 교류…경위 이하 5년씩 부서순환 추진
  4. 4[근교산&그너머] <1484> 통영 학림도 망산
  5. 5지광 70억 있다면서…세금도 34억 10여 년 체납
  6. 6아직 관객 많은 ‘오디세이’인데…아이맥스관에서 내린 사정
  7. 7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8. 8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9. 9‘가덕 증액 문서화’ 쳇바퀴…우선시공분 내달초 착공 희박(종합)
  10. 10신임 부산시 행정부시장에 김성기 행안부 인사기획관
  1. 1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2. 2대한항공 말흐리기…실체없는 통합LCC 부산 허브
  3. 3[뉴스 분석] 종교인·언론사주가 국회 권위 훼손…도덕성 논란까지
  4. 4李 대통령 지지율 2%p 오른 46%…조희대 탄핵 반대 45%
  5. 5국민의힘 곽규택 의원 등 동구 주요 당직자, 북항 돔구장 정부 공모 참여 환영
  6. 6부울경 광역의회 협력강화 선언 “미래산업 함께 육성”
  7. 7북한 ,‘탄도미사일 10여발’ 무력시위
  8. 8李 대통령 “국민 생명·안전 지키기가 최우선”
  9. 9[속보] 국정원 “김주애 후계자 입지 더욱 공고화…핵미사일 실무관여 연출도”
  10. 10‘가상자산 과세 유예’ 결론 못낸 당정
  1. 1[속보] 롯데百 센텀시티점, 신세계 품으로
  2. 2지광 70억 있다면서…세금도 34억 10여 년 체납
  3. 3‘가덕 증액 문서화’ 쳇바퀴…우선시공분 내달초 착공 희박(종합)
  4. 4'부캉이 오기 전' 부산 2분기 인구감소지역 체류인구 5% 증가
  5. 5퇴직금 2028년부터 사외적립…체불 예방
  6. 6국토부, 부산에서 주택 직거래 의심 거래 5건 적발
  7. 71000대 기업 서연고 출신 CEO 30%대 재진입…부산대 21명
  8. 8부산시 “부산에 글로벌 AI 허브 유치하겠다”
  9. 9미래에셋·대신증권·빗썸도 뚫렸다(종합)
  10. 10수도권 주택 공급 위해 그린벨트까지 택지로 활용… “이거 맞나?”
  1. 1직무정지 새마을금고 이사장, 여전히 경영 관여
  2. 2경정 승진자도 전국 교류…경위 이하 5년씩 부서순환 추진
  3. 3신임 부산시 행정부시장에 김성기 행안부 인사기획관
  4. 4후배 경찰 신체 ‘덥석’…파출소 팀장 추행 혐의 피소
  5. 5영업중단 이어 단전 위기…피가 마르는 홈플러스 입점업체들
  6. 6아울렛서 만나는 김해 도자기
  7. 7부경대 5108명 정보유출…위탁보안 비상
  8. 8“일부 수사 강압·부실” 부산변회, 권한 커진 경찰 첫 평가
  9. 9김해 어르신 생활 불편 해결해 드립니다
  10. 10“부캉이 등장, 바다생명 중요성 깨닫는 계기되길”
  1. 1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2. 2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3. 3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4. 4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5. 5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6. 6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7. 7‘무관의 제왕’은 옛말…케인 발롱도르 품었다
  8. 8‘은퇴 기로’ 손아섭, 2년 만에 NC로…3000고지 향한 행진 계속
  9. 9허구연 KBO 총재, 3연임 사실상 성공
  10. 10K리그2 준PO 12월 2일 개최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돔? 재건축? 미래가치 따져야” “전문가 주도적 역할 부여를”
부산 야구장 미래는
선수 공간까지 체험하는 돔투어…야구 테마 복합문화시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