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기계장치 신’과 디지털 시대의 낭만주의

‘미션 임파서블7’

  • 조재휘 영화평론가
  •  |   입력 : 2023-07-26 18:33:18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무한대의 연산 능력을 지닌 지적 존재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입자의 성질과 운동량을 알고 있는 그는 과거와 현재의 흐름을 분석하는 선에서 멈추지 않고 우주의 진행 방향을, 더 나아가 미래까지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그의 눈에 비친 세상은 우연처럼 보이지만 실은 미리 준비된 각본처럼 운명 지어진 필연으로만 가득 차있을 것이다. 근대 자연과학의 인식을 대변하는 이 발상을 ‘라플라스의 악마’라고 부른다.
‘미션 임파서블-데드레코닝 PART ONE’의 한 장면.
‘미션 임파서블 - 데드 레코닝 PART ONE’(2023)에서 이단 헌트의 상대는 더 이상 특정 국가도, 테러 조직도 아니다. 이단 헌트의 과거와 연관된 숙적 가브리엘은 인공지능 엔티티를 신처럼 추앙하며 자신은 그의 사도 내지 대리인으로 자임하는데, 온통 디지털 기기로 그득하고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에서 엔티티의 능력은 말 그대로 전능(全能)함에 가깝게 묘사된다. 작중 가브리엘은 엔티티가 시뮬레이션으로 예측한 미래에 맞춰 계획을 진행시키고, 정보당국과 현지 경찰의 추적을 무력화한다.

심지어 엔티티는 가브리엘의 탈출에 필요한 차량이 어느 시각에 정확히 다리 아래를 지나갈지, 누가 그를 배신하게 될 지와 이단과 동료들이 다음 행선지를 어디로 정할 것인지도 거짓말같이 예견하고 개입해 상황을 주도한다. 그야말로 ‘기계장치 신’(Deus ex machina). 고대 그리스의 희극이나 근대 수학자의 사유실험에 등장했던 상상의 존재는 슈퍼컴퓨터와 인공지능의 옷을 입고 디지털 시대에 구체화되어 현현한다. 엔티티는 영락없이 ‘라플라스의 악마’를 연상시킨다. 아날로그 시대의 첩보원 이단 헌트와 감정도 표정도 없는 디지털 유령의 대결은 자유의지와 결정론의 대립이라는 철학의 오래된 질문까지 소환시킨다.

엔티티는 루터가 눈치채지 못하는 새에 장비를 해킹해 가브리엘의 모습을 유령처럼 지워버리는가 하면. 이동경로를 지시하는 벤지의 목소리를 흉내 내어 이단을 계획된 함정으로 몰고 간다. 첨단 기술을 능숙히 다루며 작전을 성공시켜오던 팀이 도리어 기술의 산물에 의해 무력화되는, 감시 대상을 좌지우지하던 판옵티콘의 주체가 순식간에 객체로 전락하는 이 역운(逆運)은 지독하리만치 역설적이다. ‘공각기동대’(1995)의 인형사처럼 자기의식을 갖도록 진화한 첨단 인공지능의 위협은 영화에 모종의 섬뜩한 공포감을 불어넣으며, 인공지능의 발전이 점점 생생하게 체감되어가는 현실의 전망을 헤아려보게 한다.

더 이상 첨단 기술에 의존할 수 없다는 제약으로 이단 헌트를 몰아넣는 영화의 의도는 오로지 육체와 실물로 빚어낼 수밖에 없는 고전적 아날로그 액션의 박진감을 부각시키기 위해서일 것이다.

알아서 사고하고 작동하는 인공지능의 위협에 맞서, 이단 헌트는 쉼 없이 달리고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등, 온 몸을 날려 존재 가치를 증명한다. 그리고 그런 활약이 기어이 ‘기계장치 신’ 엔티티의 예측을 헝클어뜨리는 불확정성을 만들어낸다. ‘데드 레코닝’의 바탕에 깔린 건 ‘탑건: 매버릭’(2022)과 같은 일종의 복고적 낭만주의다.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도 추락하는 증기기관차의 실물을 대체하진 못하듯, 암만 새로운 디지털(인공지능)이라도 끝끝내 아날로그(인간)를 대신할 순 없으리라는 믿음 말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기초연금 받으면 부자?…수급 상위 1% 근로소득 월 220만원
  2. 2부산·울산·경남 대체로 맑음…낮 최고 19∼21도
  3. 3트럼프 “이란과 대화 중…전쟁에 쓴 돈 베네수서 만회”
  4. 4‘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5. 5기표소서 투표지 촬영해 단톡방 공개한 50대…벌금 50만원
  6. 6삼성 사장단 50여명, 샘 올트먼과 AI 미래전략 논의
  7. 7[날씨칼럼] 가을 하늘, 안전을 돕는 페이스메이커
  8. 8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0.5원 ↑
  9. 9북항 ‘부캉이’ 닷새째 자취 감춰…수온 하락 영향도
  10. 10한미일 외교장관 “北 완전한 비핵화 위한 의지 재확인”
  1. 1한미일 외교장관 “北 완전한 비핵화 위한 의지 재확인”
  2. 2장동혁 “李대통령 ‘황제골프’ 수준 넘어 ‘민폐골프’”
  3. 3진성준 뒤늦게 美비자 발급, 野"한미동맹 균열 드러낸 외교 망신"
  4. 4李대통령 "다문화 지원 필요하나 역차별까지 정당화 안 돼"
  5. 5[속보] 국힘 장동혁, 李대통령에…“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나”
  6. 6“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7. 7“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8. 8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9. 9[속보]한동훈, "李 정권 막는 명분 같이라면 '훈훈연대' 힘을 모을 것"
  10. 10[속보] 장동혁 “투표지 육안으로도 많은 문제…특검, 진실 밝혀야”
  1. 1기초연금 받으면 부자?…수급 상위 1% 근로소득 월 220만원
  2. 2삼성 사장단 50여명, 샘 올트먼과 AI 미래전략 논의
  3. 3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0.5원 ↑
  4. 4‘바이낸스’ 8조원대 해킹에 거래소들 보안 점검
  5. 5한화오션까지 동참… '조선사 빅3' 공동납품 체계 완성
  6. 6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7. 7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8. 8‘덕후 천국’ 부산에 떴다…롯데百 전국 첫 IP 전문관
  9. 9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10. 10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7조 역대 최대…반도체로만 106조(종합)
  1. 1부산·울산·경남 대체로 맑음…낮 최고 19∼21도
  2. 2기표소서 투표지 촬영해 단톡방 공개한 50대…벌금 50만원
  3. 3[날씨칼럼] 가을 하늘, 안전을 돕는 페이스메이커
  4. 4북항 ‘부캉이’ 닷새째 자취 감춰…수온 하락 영향도
  5. 5무면허 음주 뺑소니에 제지하던 사람 다치게 한 40대 항소심도 실형
  6. 6프로야구 입장권 부정구매 후 웃돈 붙여 되판 10대 검거
  7. 7전조등 얼굴에 비췄다고 운전자 폭행한 50대 징역 6개월
  8. 8“나 감방서 나왔다”…출소 나흘 만에 또 스토킹한 60대 징역형
  9. 9전남 곳곳서 차량 추돌 잇따라…25명 부상
  10. 10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1. 1‘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2. 2“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3. 3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4. 4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5. 5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6. 6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7. 7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8. 8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9. 9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10. 10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돔? 재건축? 미래가치 따져야” “전문가 주도적 역할 부여를”
부산 야구장 미래는
선수 공간까지 체험하는 돔투어…야구 테마 복합문화시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