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날씨 운 없어도 괜찮아…실내서 즐기는 제주 감성

섬 속의 문화예술 공간들

  •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  |   입력 : 2023-09-20 18:48:19
  •  |   본지 1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여행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 가운데 하나는 ‘날씨 운’이다. 바쁜 일상 속 겨우 짬을 낸 여행 일정인데, 하필 궂은 날씨와 만나면 모든 계획을 틀어야 한다. 당장 야외 일정은 하루하루 날씨에 달려 있고, 때로 실내 관광지 중심으로 다시 재편해야 한다. 제주 여행이 종종 그러했다. 몇 주 전, 몇 달 전 교통편과 숙소를 잡기에 태풍이나 비를 예상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얼마 전 다녀온 제주 여행도 장대비가 오락가락해, 날씨 운이 따라주지 못했다. 다행스러운 건지 제주에는 숲과 바다 명소 못지않게 실내 관광지도 다양하게 들어서 있었다. 이 가운데서도 최근 2, 3년 새 문을 연 문화예술 공간들을 찾아봤다.
제주를 사랑한 재일교포이자 ‘바람의 건축가’ 유동룡의 생전 건축 작품과 예술작품을 전시한 유동룡미술관 내부 모습. 최승희 기자
# 자연 속에서 길어낸 지역문학의 거점 ‘제주문학관’

지난달 제주 4·3 사건을 다룬 창작오페라 ‘순이삼촌’이 부산 무대에 올라 주목받았다. 원작은 현기영 작가의 동명 소설 ‘순이 삼촌’. 4·3사건을 최초로 다룬 작품으로 역사적·문학사적 의미를 지녔다. 제주의 문학은 ‘거센 폭풍우가 오랜 세월 동안 섬의 곳곳에 깊게 새겨넣은 상흔을 쓰다듬고 되새기며’ 일어났다고 한다. 척박한 화산섬에서 끈질기게 일군 삶 이야기가, 4·3의 저항과 아픔의 역사가 소설이 되고 시가 됐다.

제주문학관 1층 북카페 모습.
2021년 10월 문을 연 제주문학관(제주도 제주시 연북로 339)은 제주문학의 역사를 기록하고 향유하는 ‘제주문학의 거점’으로 만들어졌다. 제주공항에서 차로 15분 거리(약 6㎞). 현무암 돌담을 두른 문학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1층 입구로 들어서면 통창으로 보이는 푸른 숲과 마당 풍경, 공간의 고요함이 마음을 가라앉힌다. 이날은 비가 와서 물을 머금은 숲과 돌이 더 짙은 색으로 문학관을 감쌌다. 현무암으로 조성한 마당은 야외 행사장이자 독서 공간이다. 일렁이는 물결처럼 곡선으로 쌓은 담과 계단이 숲과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북카페이자 기획전시실이 있는 1층에선 신간부터 제주 도서 등을 골라 읽을 수 있다. 얇은 책 가운데 김순이 시선집 ‘제주야행’을 집어 들고 잠시 소파에 몸을 묻었다. 책장 너머 옆 공간은 기획전시실이다. 해방 이후 도외 문인 중심에서 도내 문인 중심의 제주 문단 형성에 기여한 두 사람, 강통원 문충성 작가를 재조명하는 ‘제주 문단의 시작’이 열리고 있다. 제주 문학의 뿌리를 확인할 수 있는 전시로 다음 달 1일까지 이어진다.

2층 상설전시실에는 구비문학에서 근현대문학에 이르는 작품과 작가를 모아놓았다. 제주문학의 특징인 구비문학, 제주어문학, 4·3문학, 바당문학 등에 관해 소개하고 대표작을 함께 전시한다. 터치스크린 영상으로 아카이브를 보여주거나, 낯선 제주어로 지은 민요나 문학을 소리로 들을 수 있는 체험형 코너가 재미를 더했다. 3층은 문학살롱, 소모임 공간이 있다.


# 제주를 사랑한 거장 건축가의 숨결 ‘유동룡 미술관’

유동룡미술관 외관.
제주를 여행하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는 ‘건축’을 테마로 하는 것이다. 박물관 미술관 리조트 등 제주 곳곳에 거장의 숨결이 있다. 미니멀리즘의 정수를 보여주는 안도 타다오, ‘빈자의 미학’ 승효상,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이름 이타미 준. 재일교포 건축가인 그의 한국 이름은 유동룡이다. 제주를 제2의 고향으로 여긴 그는 포도호텔, 수·풍·석 미술관, 방주교회 등 많은 건축물을 남겼다.

유동룡이 사랑한 제주에,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1년 만인 지난해 12월 유동룡미술관(한림읍 용금로 906-10)이 문을 열었다. 딸 유이화 건축가가 설계했다. 1970년부터 2011년까지 유동룡이 남긴 건축 작품과 회화·서예·조각 등 예술 작품을 전시하고, 그의 수집품과 저서를 소개한다. 미술관은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3만 원이고, 네이버로 예약하면 30% 할인받을 수 있다. 오전 10시 첫 관람시간으로 모바일 예약하고 입장했다. 은은하고 깊은 향에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의 서재에서 풍기던 먹향과 오래된 종이 냄새를 모티브로 만든 향이라고 한다. 거장의 작업실에 발을 들인 느낌이다.

1층은 티라운지와 라이브러리, 2층은 전시실이다. 2층 전시를 먼저 본 다음 라이브러리에서 그에 관한 책을 읽거나 티라운지에서 차를 마시며 사유의 시간을 가지길 권했다. 원형 계단으로 이어진 전시실에는 개관전 ‘바람의 건축가, 이타미 준’이 열리고 있었다. 자신을 ‘세상에 남은 마지막 아날로그 건축가’라고 불렀던 만큼 그의 대표작들이 직접 그린 설계 스케치와 모형, 사진 등의 형태로 전시됐다. 문소리 정우성 에스파 등이 참여한 오디오 도슨트가 작품의 숨은 의미를 쉽게 설명했다.

영상실에선 다큐멘터리가 상영됐다. 유동룡이 디자인한 의자에 앉아서 볼 수 있다. 한켠엔 세로로 좁고 길게 난 창이 있는데, 그 앞에 유동룡미술관 모형을 놓아 자연 속에 안긴 미술관 모습을 내부 공간에서도 인식할 수 있게 만든 듯했다.

미술관 1층은 감동의 여운을 충분히 사색하고 명상할 수 있게 만든 공간이다. 라이브러리의 창은 바깥으로 볼록한 통창으로 만들었는데, 자연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건물 안과 밖이 교감하는 느낌을 준다. 데스크에 요청해 책을 빌려 읽거나, 바로 옆 티라운지에서 조용히 차를 마실 수 있다. 입장 때 배부되는 티켓으로 티 서비스를 요청하거나 기념품(엽서)을 받으면 된다. 저지문화예술마을과 인접해 예술인마을과 제주현대미술관,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등을 함께 볼 만하다.


# 미디어아트 ‘아르떼뮤지엄·원더아일랜드’ MZ놀이터

아르떼뮤지엄 미디어아트 전시장.
제주에는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장이 많다. 초창기 빛의 벙커, 아르떼뮤지엄을 비롯해 노형슈퍼마켙, 포레스트, 스토리캐슬, 원더아일랜드 등이 잇따라 개관했다. 공장형 넓은 부지가 많고 관객이 꾸준히 유입되는 관광 명소 제주의 특성 때문이다. 미디어 작품을 프로젝션으로 벽과 바닥에 쏘면, 마치 작품 안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주는 몰입형 미디어아트는 MZ세대를 중심으로 꾸준히 인기를 끈다.

‘대장’ 격은 아르떼뮤지엄(어림비로 478)이다. 제주뿐만 아니라 여수 강릉에서도 운영 중이며, 올 연말에는 부산 영도구에도 문을 연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곳은 2020년 9월 개관했다. 4628㎡(1400평) 면적에 최대 10m 높이 스피커 제조 공장을 개조한 곳으로, 공간 빛 소리가 만들어 낸 11개 다채로운 미디어아트 전시를 펼쳐 보인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1만7000원.

아르떼뮤지엄 제주는 거대한 공간을 뒤덮은 환상적 미디어아트가 초현실적 풍경을 선사한다. 첫 작품은 ‘FLOWER(꽃)’. 사방에 흐드러진 동백꽃이 관객의 몸에도 붉게 물들면서 동화 속 한 장면 같은 공간을 연출했다. 대표작 ‘WAVE(파도)’ 전시실은 온 세상을 물들이는 일몰 시간, 노을 진 바닷가 풍경과 파도 소리가 어우러져 감성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8m 높이로 쏟아내는 폭포가 14각 거울을 통해 무한 확장되는 ‘WATERFALL(폭포)’, 가장 넓고 몰입감 높은 전시장 ‘GARDEN(정원)’ 등 전시장마다 인증샷을 찍으려는 관객들로 북적였다. 포토존인 MOON토끼 앞에는 긴 줄을 서야 찍을 수 있을 정도. 직접 그린 동물을 화면 속 숲에 띄울 수 있는 라이브 스케치북 코너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참여도가 높았다.

원더아일랜드 미디어아트 전시장.
체험형 미디어 스토리파크 원더아일랜드(신화역사로304번길 89)는 지난 5월 개장한 따끈따끈한 ‘신상’ 전시장이다. 복합리조트 제주신화월드 안에 문을 연 원더아일랜드는 제주의 자연 동식물 신화 등 10가지 테마를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로 풀어낸다.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반응하는 ‘체험형 미디어 아트’로 차별화하면서, 아이와 함께 갈 만한 놀이를 겸한 이색 전시장으로 입소문 나고 있다. 제주의 숲을 모티브로 한 인터랙티브 미디어 ‘비밀의 숲’에서는 스마트폰으로 화면에 등장하는 증강현실 동물을 잡을 수 있다. 한국의 전통미와 용궁을 결합한‘용궁 페스티벌’, 한라산 도깨비를 담은 ‘탑 플레이 그라운드’ 등 색다른 스토리와 체험에 지루할 틈이 없다. 입장료는 성인 1만7000원, 소인 1만2000원.

제주신화월드는 지난달 영화관 ‘JSW 씨네라운지’도 오픈했다. 개봉한 신작 영화를 상영하며 식사를 하면서 영화를 보는, 영화관과 다이닝이 결합된 콘셉트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올해 초과세수 '최소 50조원'…내년 미래대응기금 200조원대
  2. 2부산·울산·경남 흐리고 일부 지역은 비
  3. 3제주 천지연폭포서 사진 촬영 중 추락…50대 관광객 숨져
  4. 4충남 부여 남서쪽서 규모 2.6 지진 발생
  5. 5만남 거부했다고 차에 감금 후 고속도로서 여자친구 때린 60대
  6. 6[속보] 박홍근 “호남 반도체, 기업 팔 비틀기 아냐…성과 내야 해”
  7. 7李대통령, 미국·멕시코 순방 후 귀국…한미회담 등 성과 점검
  8. 8“죽여버리겠다” 음주운전 출소 나흘만에 신고자 협박한 60대
  9. 9우승 타이틀 박탈 위기…맨시티 ‘유죄 판단’보도에도 회장 “결백 입증하겠다”
  10. 10진주, 3대 가을축제로 물든다
  1. 1李대통령, 미국·멕시코 순방 후 귀국…한미회담 등 성과 점검
  2. 2오세훈 “李대통령 실거주 이어 실경작 집착…국민 싸울 대상 아냐”
  3. 3장동혁 “국민 분노 폭발 직전…재산 약탈중지하라”
  4. 4울산 북구·구의회, 노동자 권익 보호 위해 맞손 잡았다
  5. 5“개인통관고유부호 도용 의심 신고 3년 새 46배 증가”
  6. 6[속보] 靑, 우크라 北포로 송환 공개 논란에 “원칙 따라 대응”
  7. 7군·유엔사 ‘DMZ 지뢰 추정 폭발’ 현장 조사 절차 시작
  8. 8조희대 대법원장 '재제청 거부' 여진…여야 공방 계속
  9. 9李대통령 “한·멕시코 무역협정 논의 조속 재개해야”
  10. 10국힘, DMZ 지뢰사고 공세 지속…“증거유실 기다리나”
  1. 1올해 초과세수 '최소 50조원'…내년 미래대응기금 200조원대
  2. 2[속보] 박홍근 “호남 반도체, 기업 팔 비틀기 아냐…성과 내야 해”
  3. 3"미래기금 사업 131건 중 95%는 부처 요구대로…감액 6건 불과"
  4. 4“문제 없을까?”… 공정위 퇴직자들, 대형 로펌에 대거 취업
  5. 5미국의 몽니?… 공식 발표 계속 미뤄지는 ‘대미(對美) 투자 1호’
  6. 6숙박업 세금체납 4년간 3.4배↑…주요 업종 중 최대폭 증가
  7. 7‘말로만 자율주행 기술 육성’… 관련 부처 예산 오히려 삭감돼
  8. 84분기 제조업 경기전망 86, 전분기 대비 6P 상승
  9. 9한화에어로, ‘경력직 채용 지침’ 사과…재발방지책 마련키로
  10. 101243회 로또 복권 1등 12명…당첨금 각 25억 9252만 원씩
  1. 1부산·울산·경남 흐리고 일부 지역은 비
  2. 2제주 천지연폭포서 사진 촬영 중 추락…50대 관광객 숨져
  3. 3충남 부여 남서쪽서 규모 2.6 지진 발생
  4. 4만남 거부했다고 차에 감금 후 고속도로서 여자친구 때린 60대
  5. 5“죽여버리겠다” 음주운전 출소 나흘만에 신고자 협박한 60대
  6. 6진주, 3대 가을축제로 물든다
  7. 7추석 연휴 마지막날 정체 시작…부산→서울 5시간
  8. 8‘서해피격 공무원 월북’ 수사 발표 해경총경, 직위해제 취소소송 승소
  9. 9중국 최고지도자 상호 중식당 테러…용의자 모두 중국인
  10. 10소주 탄 분유 먹이고 딸 강제추행…자녀 3명 학대한 40대 징역 7년
  1. 1우승 타이틀 박탈 위기…맨시티 ‘유죄 판단’보도에도 회장 “결백 입증하겠다”
  2. 2남동헌,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금메달
  3. 3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4. 4[속보] 한국, 아시안게임 e스포츠 대전격투 첫 금메달
  5. 5남자 사브르, 일본에 45-44 역전승…아시안게임 단체전 4연패
  6. 6한국 야구, 중국 꺾고 결승 진출…27일 일본과 금메달 결정전
  7. 7한국 남자핸드볼, 중국 꺾고 8년 만에 아시안게임 4강
  8. 8[속보] 여자농구, 일본 꺾고 12년 만에 금메달…남녀 동반 우승
  9. 9[속보] ‘평균대 유망주’ 황서현,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금메달
  10. 10한국 여자 축구, 우즈벡에 6-3 승리로 준결승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사직 역사성 있지만 대체구장 부담…북항 돔은 재원 관건
부산 야구장 미래는
비오면 그라운드·관중석 물난리…구단 시설 보강도 한계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