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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이 좋은 가을볕이 아까워 해운대수목원으로 향한다

  •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
  •  |   입력 : 2023-10-25 18:56:52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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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민공원보다 넓어

- 60만㎡에 39만 나무·꽃들의 향연
- 단풍 ‘가을원’ 억새장관 ‘생명의 숲’
- 주제별로 꾸며진 25곳 찾는 재미도

# 어린이 방문객에 인기

- 당나귀 타조 염소에 풀어놓은 양까지
- 동물원 없는 부산에 반가운 체험시설
- 빙글빙글 ‘미로원’ 푹신한 ‘잔디광장’
- 간단 도시락 챙기면 가족 나들이 제격

지난 봄과 여름, 화려한 장미밭으로 입소문을 탔던 부산 해운대구 석대동 ‘해운대수목원’이 가을로 물들고 있다. 우아한 은빛 억새와 붉은빛이 도는 단풍나무, 어디서든 마주칠 수 있는 몽실몽실한 양 떼까지…. 선선한 바람 아래 계절의 변화를 만끽하다 보면, 어느덧 마음에도 새로운 에너지가 가득 차오른다.
부산 해운대수목원에 조성한 ‘미로원’. 꽃댕강나무로 만든 대형 미로가 있어 게임처럼 즐길 수 있다. 사진=이원준 기자
■박달목서 등 희귀종 눈길

해운대수목원은 부산시가 석대 쓰레기매립장(1987년~1993년)을 공립수목원으로 재개발해 조성한 곳이다. 규모는 60만㎡로 부산 최초의 공립수목원인 화명수목원(11만653㎡)이나 부산시민공원(47만1518㎡)보다 넓다. 정식 개장은 2025년께로 예정돼 있으며, 현재는 임시로 문을 열고 시민을 맞고 있다. 부산 도심에서 떨어져 있지만 많을 땐 하루 2만 명 가까운 방문객이 찾는다고 한다.

이곳에 식재된 식물 수량은 목본 18만7163개와 초본 20만7031개 등 총 39만4194개(지난해 12월 기준)다. 수목원 내부에는 ▷새소리원(나눔정) ▷생명의 숲 ▷장미원 ▷월가든 ▷참나무원 ▷침엽수원 등 25개 주제원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200여 종 3만5000그루의 장미로 꾸민 ‘장미원’이 지난 5월 ‘핫플레이스’로 인기가 많았다. 새들이 언제든 쉬어가기 좋게 꾸며놓은 ‘새소리원’, 숲과 정원의 아름다움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생명의 숲’도 방문객이 좋아하는 공간들이다. 이들 주제원은 계속 정비가 이뤄지고 있으며, 가장 최근에는 ‘엄마의 숲’이 만들어졌다.

수십 만 종의 식물 모두 저마다의 매력이 있겠지만, 일부는 흥미로운 이야기까지 품고 있다. 지난 12일 현장에서 만난 부산시 푸른도시가꾸기사업소 해운대수목원팀 김주섭 녹지연구사는 가장 먼저 ‘박달목서’를 소개했다. 11~12월 라일락 향기의 흰 꽃을 피워내는 박달목서는 산림청이 지정한 희귀식물이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위기종이다. 김 녹지연구사는 “부산 중부산세무서에서 발견해 이곳으로 이식해 온 것으로, 자생하는 곳이 많지 않은 희귀종”이라고 설명했다.

명품목으로 손꼽히는 속리산 정이품송(천연기념물 제103호)의 후계목도 눈여겨볼 만하다. 잎이 바늘처럼 뾰족한 나무 위주로 조성한 ‘침엽수원’에 두 그루가 나란히 서 있는데, 2018년 충북산림환경연구소에서 기증받은 것이라고 한다.

‘침엽수원’을 지나 좀 더 걸어가면 금목서가 줄지어 심어져 있다. 세계적인 브랜드 ‘샤넬(CHANEL)’이 이를 원료로 향수를 만들었을 정도로 달큰하면서도 향긋한 향기가 아주 매력적인 나무다. 선선한 바람이 사방에 향기를 흩트리는 요즘이 금목서를 즐기기에 최적의 시기라고 하니, 천천히 나무 사이를 걸으며 자연의 향을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억새밭에서 만난 가을

해운대수목원 ‘생명의 숲’에 심은 미국풍나무가 붉게 물든 모습.
25개 주제원 중 ‘가을원’은 송엽국 화살나무 단풍나무 회양목 설악눈주목 등 가을과 어울리는 56종으로 조성한 공간이다. 그러나 취재진이 방문했을 당시에는 아직 단풍물이 들지 않았다. 대신, ‘생명의 숲’에서 계절의 변화를 엿볼 수 있었다. 물억새, 수크령, 산조풀, 털수염풀이 장관을 이루는 ‘생명의 숲’은 가을철 사진 명소로 손색이 없었다. 또 억새 숲 근처의 미국풍나무 일부가 일찍 붉은 옷을 갈아입어 단풍의 아쉬움을 조금 달랠 수 있었다. (지금은 ‘가을원’ 나무들도 울긋불긋 단풍이 들고 있다고 한다.)

해운대수목원은 지형상 단차가 있다. 그래서 ‘편의상’ 1층과 2층으로 구분해 부르는데, ‘생명의 숲’은 2층에 조성돼 있다. 오래 걷기 힘든 노약자라면 사전에 부산시 통합예약시스템에서 관람카트를 예약하면 좀 더 수월하게 둘러볼 수 있다. 14인승 관람카트는 자연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안내소-초식동물원-허브길-장미원-새소리원(나눔정)-생명의 숲’으로 코스를 구성해 운영한다. 운행시간은 50분 정도 소요된다.

■양 떼와 인증샷 ‘찰칵’

방목해 기르는 양 떼.
해운대수목원에는 식물만 있는 게 아니다. 당나귀 타조 양 염소를 만날 수 있는 작은 초식 동물원도 조성해 놓았다. 부산에서는 동물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이 별로 없기에 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김 녹지연구사는 “어린이 방문객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라고 소개했다.

당나귀 타조 염소는 각각 우리에 있지만, 성격이 유순한 양 떼는 방목해 기르기 때문에 어디서든 만날 수 있다. 취재진이 찾은 날에는 ‘새소리원’ 일대에서 양들이 풀을 뜯고 있었다. 하지만 근접 촬영은 마음처럼 쉽지 않다.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면 양들이 금세 알아채고 살금살금 도망가 버린다. 해운대수목원의 규모가 워낙 크기에 양들을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저녁쯤 스스로 우리를 찾아가도록 훈련돼 있다고 한다.

초식동물원만큼 어린이들이 좋아할 공간으로는 개구리 미끄럼틀이 설치된 ‘어린이놀이원’을 꼽을 수 있다. 인근에는 ‘미로원’이 있는데, 꽃댕강나무로 대형 미로를 만들어 게임처럼 즐길 수 있게 해놨다. 7000㎡ 규모의 ‘잔디광장’ 또한 특별한 놀이시설은 없지만, 푹신한 잔디밭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이 찾는다.

참고로 해운대수목원 내에는 카페를 포함한 상업시설이 없다. 나들이 분위기를 내고 싶다면 미리 간단한 도시락을 챙겨 가자. 원두막, 피크닉 테이블, 잔디광장, 가족마당에서는 취식이 가능하다. 개방 시간 오전 9시~오후 5시(오후 4시30분 입장 마감). 월요일 휴원. 입장·주차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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