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대권력 지닌 학생 한수강 연기
- “틈만 나면 ‘나쁜 눈’ 만들기 연습
- 할머니 괴롭히는 장면 찍고 울음
- 손숙 선생님 위로에 또 울컥했죠
- 학폭 피해자들에게 위안 됐으면”

“잘 생겼어. 그런데 쓰레기야.” 영화 ‘용감한 시민’(개봉 25일) 촬영장에서 배우 이준영이 스태프들에게 들은 소리다. 물론 농담으로 한 이야기지만 스태프에게 ‘잘생긴 쓰레기’라는 말을 들을 만큼 그는 ‘용감한 시민’에서 제대로 악역 연기를 했다.

영화 ‘용감한 시민’에서 학생부터 교사까지 그의 앞에서 아무 힘을 쓰지 못하는 학교의 절대권력자 한수강 역을 맡은 이준영. 그는 완벽한 악역을 위해 직접 아이디어를 내거나 고난도 액션도 99.9% 직접 연기했다. 마인드마크 제공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용감한 시민’은 약한 척 살아온 기간제 교사 소시민(신혜선)이 절대권력을 지닌 학생 한수강(이준영)의 악행을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준영은 고위층 집안이라는 배경과 무에타이 실력자라는 것 때문에 학생부터 교사까지 그의 앞에서 아무 힘을 쓰지 못하는 학교의 절대권력자 한수강 역을 맡았다. 최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이준영은 “가해를 계속해야 하는 역할이어서 인간 이준영의 자아랑 계속 부딪히는 순간들이 힘들었다”며 “그런데 시사회 이후 박진표 감독님께서 ‘너 진짜 잘했어’라고 칭찬을 해주셔서 선장에게 인정받은 선원이 된 기분이었다”고 악역 연기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실은 이준영에게 악역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드라마 ‘D.P.’에서 부산 탈영병, ‘마스크걸’의 나쁜 남자로 분해 대중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이번 한수강 역할은 고개를 돌릴 정도의 학폭을 가하고, 학교 밖에서도 악행을 저지르는 등 이전보다 훨씬 더 센 악역이었다. 그는 “한수강을 보는 관객분들에게 연민 같은 것을 단 1초도 주고 싶지 않았다. ‘나쁜 놈은 나쁜 놈, 절대악’으로 비쳤으면 했다”고 말했다.

한수강의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이준영은 많은 고민을 했다. 그는 “박 감독님이 거울 보면서 나쁜 눈을 만들어 오라는 숙제를 내주셨다. 그래서 자기 전에, 밥 먹다가, 화장실 갈 때, 손 씻을 때마다 나쁜 눈 만들기를 연습했다”는 에피소드를 밝혔다. 또 누군가를 괴롭힐 때 나타나는 뱀의 혀를 닮은 혓바닥의 움직임이나 편의점 장면에서 입김으로 미소를 그리는 섬뜩한 장면 등은 이준영의 아이디어였다.

그렇게 악역을 제대로 표현하려고 마음먹었지만 막상 연기를 할 땐 멈칫거리는 순간이 있었다. 특히 김밥을 파는 할머니에게 행패를 부리는 장면을 찍을 때는 너무 가슴이 아팠다. 그것도 대선배인 손숙이 할머니 역을 맡았다. 이준영은 “당시에 친할머니께서 좀 편찮으셨다. 그 장면을 찍고 제가 구석에 가서 눈물을 흘렸다”며 힘들었던 당시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런데 손숙 선생님께서 ‘괜찮아 준영아, 괜찮아’라고 하시면서 안아주셨다. 그 말에 또 ‘선생님 죄송해요’라며 울었던 기억이 있다”며 힘들어하는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준 손숙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한수강의 괴롭힘 대상이 되는 고진형 역의 박정우 또한 “괜찮아. 많이 힘들었지”라며 오히려 이준영을 다독여줬다. “정우 형이 그럴 때마다 한쪽 가슴이 아려왔다”고 할 정도로 이준영에게 학폭 연기는 힘든 부분이었다.

‘용감한 시민’ 스틸 컷. 마인드마크 제공

감정 연기뿐만 아니라 ‘용감한 시민’에서는 신혜선과 맞대결하는 세 번의 장면에서 강력한 액션을 선보인다. 정교사가 되기 위해 전직 복싱선수였다는 사실을 숨기고 숨죽여 살던 소시민은 고양이 가면을 쓰고 한수강과 맞짱을 뜬다. 이준영은 무에타이를 바탕으로 한 고난도 액션도 99.9% 직접 연기하는 열정을 보였다.

그는 “여배우랑 하는 액션이어서 힘 조절을 하거나 얼굴을 조심해야겠다는 걱정을 했다. 그런데 신혜선 누나가 준비를 너무 잘해와서 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액션에 임했다”며 함께 액션 호흡을 맞춘 신혜선에 대해 엄지를 들어 올렸다.

마지막으로 “학폭 피해자들의 뉴스를 보면 가슴이 많이 아팠다”는 이준영은 “우리 작품을 보면서 작은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 그것이 우리 영화의 목적이기도 하고, 그래서 열심히 최선을 다해 많이 (신혜선에게) 맞았다”며 영화에 담긴 진정성이 모두에게 잘 다가가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