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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의 기억…항저우의 美

박물관 변신한 아시안게임 경기장…호수 위 펼쳐지는 환상적인 공연

  •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
  •  |   입력 : 2023-11-22 18:53:48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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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위압적인 스카이라인이나 상하이의 화려함이 부담되는 이들에게 항저우는 중국 최고의 여행지가 될 수 있다. 담수호인 ‘서호’를 중심으로 개발된 항저우에는 따뜻한 기후와 여유있는 사람들이 공존하는 곳이다. 항저우는 중국의 디지털화를 상징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는 ‘알리 익스프레스’ 등으로 잘 알려진 ‘알리바바’ 그룹의 본사가 항저우에 위치해 있고, 이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IT기업이 모여 있다. 남송의 수도였던 만큼 다양한 역사적 유산도 간직하고 있다. 금나라에 맞선 명장 악비의 묘가 있는 곳이기도 하며 중국 소설 수호지에도 등장하는 덕에 주인공 중 한 명인 무송의 묘도 서호 인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를 상징하는 서호에서 펼쳐지는 ‘인상서호’ 한 장면. 이 공연은 실제 자연을 무대로 활용하는 ‘산수실경’(山水實景) 방식으로 진행된다. 김준용 기자
하지만 항저우를 다른 도시와 구분 짓는 특징은 따로 있다. 항저우는 기억에 진심인 도시다. 지난달 폐막한 제19회 아시안게임을 기억하기 위한 공간인 ‘아시안게임 기념관’이 대표적이다. 항저우를 상징하는 수상 공연 ‘인상서호’에서는 2016년 유치한 G20 정상회의를 여전히 기념하고 있다. 2002년 아시안게임의 기억을 건물 한 켠에 밀어둔 부산의 모습과 대조적이다.


# 기념관 가득 채운 시민 얼굴

항저우 아시안게임 경기장 한쪽에 설치된 ‘아시안게임 기념관’ 내부. 아시안게임에 공헌한 일반인들의 사진을 모아뒀다.
제19회 아시안게임의 메인 경기장이었던 ‘항저우 스포츠 파크 경기장’ 외부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항저우 아시안게임 기념관(박물관·Hangzhou Asian Games Museum)을 만날 수 있다. 아직 마무리 작업이 진행 중이라 일반에 공개되지 않지만, 운 좋게 내부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푸른색 파도 형상 그래픽이 방문자들을 환영했다. 벽에 투사되는 물의 이미지가 변화하며 아시안게임 종목을 상징하는 픽토그램(그림문자)으로 끝없이 재구성되고 있었다.

이어서 진열된 물품도 관람객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곳에서는 아시안게임의 유치부터 개최까지의 진행과정이 상세히 나열되어 있었다. 유치 과정의 매 순간을 기록한 사진 수 십 장을 간단한 설명과 함께 걸어뒀다. 넓은 홀 가운데에는 아시안게임 성화를 상징하는 구조물이 설치됐다. 메인 스타디움에 설치된 성화봉송대의 축소 버전이다. 아래 설치된 버튼을 누르면 구조물 꼭대기에 마련된 형상이 실제 불꽃처럼 타올랐다. 방문객이 직접 아시안게임 성화의 최종 점화자가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념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시안게임 관계자들의 얼굴을 모아놓은 벽이었다. 10m는 족히 넘을 듯한 벽면이 사람들의 얼굴로 가득 찼다. 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치르는 데 공헌한 이들을 기억하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수 백명의 얼굴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른 이들로 교체된다고 한다. 항저우라는 도시가 아시안게임을 기억하는 방식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장소인 셈이다. 기념관 관계자는 “아시안게임을 치르는 데 수 만 명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며 “이들의 노력을 잊지 않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직원은 물론이고 단순 봉사자들의 얼굴도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기념관에서는 19회에 이르는 아시안게임 개최의 역사를 모두 볼 수 있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의 역사도 아시아드 주경기장의 모습과 함께 만날 수 있었다. 당시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사용된 성화도 진열됐다.


# G20 기념 공연 ‘인상서호’

항저우 아시안게임 메인 스타디움의 성화점화대.
‘인상서호’는 베이징 동·하계 올림픽 개막식을 연출한 장이머우 감독의 작품으로 항저우를 상징하는 서호에서 펼쳐지는 수상 악극이다. 중국의 민간 설화인 ‘백사전’을 현대식으로 풀어냈다. 한 청년이 천 년 묵은 백사가 둔갑한 여인과 사랑에 빠진다. 여인의 정체를 눈치 챈 승려가 백사를 결국 봉인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그리운 것은 항저우’라는 제목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서호 자체를 공연 무대로 활용한다. 중국에서 ‘산수실경’(山水實景)이라고 칭하는 방식이다. 공연은 중국 전통 음악 뿐만 아니라 발레, 피아노 독주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심지어 대중가요 풍으로 진행되는 부분도 있다. 밤의 호숫가에 화려한 빛으로 단장한 구조물을 배경으로 수백 명의 연기자가 펼치는 공연은 대규모 매스게임을 방불케 한다.

시각과 청각, 후각까지 공연에 끌어들인다. 입장 때 나눠주는 장치를 목에 걸면 공연 장면에 어울리는 향이 은은하게 뿜어져 나온다. 이러한 덕인지 관람료는 우리 돈으로 약 8만 원(VIP석)으로 비싼 편이지만 공연장은 매회 관객으로 가득 찬다. 약 50분 동안 진행되는 공연 중간에 객석을 떠나는 이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 공연은 2007년 처음 시작됐다. 공연이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게 된건 2016년 G20 정상회의가 계기가 됐다. 당시 정상들이 공연을 관람했다는 소식이 전세계로 퍼지면서 서호와 항저우 전체가 유명세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보답이라도 하듯 ‘인상서호’는 G20을 계기로 약 1년 간의 재창작 과정을 거쳤다. 행사 테마였던 혁신·활력·연동·포용 등의 가치를 공연에 담으려 했다고 한다. 공연 자체가 항저우 G20 정상회의를 상징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셈이다.

이 공연은 2007년 처음 시작됐지만, 2016년 G20정상회의를 계기로 일부 각색을 거쳤다. 행사 테마였던 혁신·활력·연동·포용 등의 가치를 공연에 담으려 했다고 한다. 공연 자체가 항저우 G20 정상회의를 상징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셈이다. 당시 G20에 참석한 정상들이 공연장을 방문했다는 소식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공연은 물론, 서호와 항저우까지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게 됐다. 저장성 외사판공실 관계자는 “G20은 항저우를 전세계 알리는 계기가 된 행사였다”며 “작품 중간에 기념 문구를 넣어 G20 행사 당시를 기억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도시는 끝없이 변화하고 지나간 기억은 쉽사리 잊혀진다. 오는 28일이면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가 선정된다. 부산은 지난 몇 년 간의 엑스포 유치전에서 무엇을 기억해야할까.

항저우=김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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