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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대본 극중 이름이 윤여정, 꼼짝없이 출연…감독께 의리도 지켰죠”

영화 ‘도그데이즈’ 윤여정 배우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4-01-31 18:34:12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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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견 통해 특별한 친구 만나
- 새로운 삶 그려낸 휴먼 드라마

- “천방지축 강아지 탓에 애먹어
- 손자뻘 탕준상과 호흡 큰 자극
- 내가 배우 롤모델? 부담스럽다
- 후배들, 자신만의 색깔 찾기를”

3년 전 영화 ‘미나리’로 한국 배우 최초의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글로벌한 배우로 자리매김한 윤여정이 오랜만에 한국 영화로 관객과 만난다. 그녀가 ‘찬실이는 복도 많지’ 이후 4년 만에 출연한 한국 영화는 ‘도그데이즈’(7일 개봉)로,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2018) 때 조연출과 배우로 인연을 맺은 김덕민 감독의 입봉작이다.

김덕민 감독과의 의리로 영화 ‘도그데이즈’에 출연한 윤여정. 그녀는 세계적인 건축가 조민서 역을 맡아 특유의 당당하고 세련된 매력으로 전형성에서 탈피한 현대적인 노년의 캐릭터를 완성했다. CJ ENM 제공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여정은 “김덕민 감독과는 그때 함께 고생을 하다 보니 일종의 전우애가 생겼다. 그래서 김 감독이 입봉을 하면 내가 출연하리라 결심을 했었는데, 드디어 연출을 하더라. 듣기론 19년 동안 조감독을 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너무 가슴 아팠었다. 감독이 된다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가 싶고, 그래서 ‘도그데이즈’를 하게 됐다”고 의리를 지켜 출연하게 된 사연을 전했다.

‘도그데이즈’는 성공한 건축가와 MZ 라이더, 싱글 남녀와 초보 부모 등이 특별한 단짝을 만나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는 휴먼 드라마다. 윤여정은 애완견과 외롭게 살아가는 세계적인 건축가 조민서 역을 맡아 특유의 당당하고 세련된 매력으로 전형성에서 탈피한 현대적인 노년의 캐릭터를 완성했다.

사실 윤여정이 처음 받은 ‘도그데이즈’ 시나리오에는 조민서가 아닌 윤여정의 본명이 캐릭터 이름으로 쓰여 있었다. 김 감독이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부터 윤여정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이다. 그녀는 “처음에 이 역할을 들이댈 때 이름이 윤여정이었다. 그러니 나를 대비해서 쓰지 않았겠나”라며 역할이 자신과 싱크로율이 높을 수밖에 없었음을 설명했다. 이어 “이 영화를 제작한 윤제균 감독이 수완이 굉장히 좋은 사람이다. ‘선생님, 이건 이름을 윤여정으로 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캐스팅할 수가 없어요’라고 하더라”며 꼼짝없이 출연하게 된 이유를 하나 더 밝혔다.

유해진 김서형 김윤진 정성화 탕준상 등 많은 배우들이 함께 출연했기 때문에 윤여정은 ‘도그데이즈’를 흥행이나 분량의 부담을 덜고 촬영할 수 있었다. 다만 뜻밖의 경험을 하기도 했다. 바로 상대역으로 출연한 탕준상 때문이다. 그녀는 “촬영장에서 탕준상에게 부모님이 몇 살이시냐 했더니 ‘아버지가 75년생이시다’라고 하더라. 걔 아버지가 내 아들하고 동갑이라 너무 놀랐다”며 손자뻘 배우와 함께 연기했던 것이 자극이 됐음을 전했다.

영화 ‘도그데이즈’ 스틸컷. CJ ENM 제공
영화에는 ‘도그데이즈’라는 제목답게 많은 강아지들이 주인공들과 사연을 이어간다. 윤여정이 연기한 조민서는 큰집에서 자식과 같은 완다라는 애완견과 함께 산다. 극 중에는 완다가 말도 잘 듣고 귀엽기만 하지만 실제 촬영에서는 애를 먹었다. 그녀는 “촬영장에 갔을 때 어떤 강아지는 감독의 큐 사인까지 알아듣는 것 같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 다 훈련된 강아지들이라고 했는데, 나와 함께 한 완다는 난리도 아니었다”고 고생담을 전했다. 윤여정은 과거 키우던 강아지가 도망가서 1년 넘게 비슷한 강아지만 봐도 떠올리게 됐던 안 좋은 기억이 있었는데, 천방지축이었던 완다 때문에 과거의 강아지를 떠올릴 틈도 없었다.

한편 윤여정은 오스카 수상 이후 해외에서도 바쁜 일정을 보냈다. 애플 TV의 ‘파친코’에 출연해 다시 한번 연기력을 세계에 과시했고, 지난해에는 ‘파친코’ 시즌2 촬영을 마쳤다. “지난해 6월까지 ‘파친코’ 시즌2 촬영을 했다. ‘파친코’는 소설과 시나리오를 읽고 내가 하고 싶다고 그랬다. 걔네가 오디션을 보라고 해서 난 오디션은 못 보겠는데 이거 하고 싶다고 그랬다. 걔네는 모든 사람이 페어하게 오디션을 봐야 한다라는 철칙이 있다고 해서 못하는 걸로 알았다. 그랬더니 다시 연락이 와서 그래서 하게 됐다고 하더라”라며 캐스팅 비화를 소개했다. 윤여정은 ‘파친코’의 선자를 통해 자존감 있게 사는 삶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녀는 “아무리 못 살고 시장에서 김치 장사를 하더라도, 장사하시는 분들을 비하하는 게 아니고 그렇게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서 부끄러움 없이 내가 열심히 이걸 한다는 정직함과 성실함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파친코’ 시즌2에서는 일본어 대사가 70~80%에 달해 애를 먹었다.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윤여정은 캐나다에서 석 달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대사를 외웠다. 그녀는 “혼자 독학으로 일본어 대사를 외웠다. 소리 나는 대로 외워서 의미를 거기다 입혔다. 나중에는 글씨의 형체를 자꾸 보니까 히라가나는 떼게 됐다. 다음 시즌에도 일본 말이 이렇게 나온다면 안 하려고 한다”며 웃었다.

많은 배우들은 윤여정을 ‘롤모델’이라며 배우의 길을 따라가고 싶어한다. 이에 대해 그녀는 “그런 말을 들으면 즐겁지 않고 굉장히 부담스럽다. 나는 롤모델이 있을 필요가 있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자기 인생을 살아야지 나하고 똑같은 비슷한 인생을 산 사람이 어디 있겠나. 롤모델이라는 말을 언제부턴가 유행어처럼 쓰는데, 롤모델은 나도 없었고 후배들도 없었으면 한다”라며 후배들이 누군가를 좇기보다는 자신만의 색깔을 지닌 배우가 되길 바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름길은 없는 것 같다. 내가 연습을 하고, 그렇게 많이 대사를 외우는 것은 타고난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버릇이다. 물론 (미모나 재능을) 타고난 배우들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다 없어질 수 있다. 그것을 유지하는 것은 열심히 하는 수밖에는 없는 것 같다”고 일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꾸준한 노력과 연습이 지금의 윤여정을 있게 했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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