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북미에서 개봉한 영화를 총정리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성큼 다가왔다. 오는 3월 11일(한국시간) 미국 LA 돌비 극장에서 열리는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그 어느 해보다 화제작이 많아 시상식 이후 많은 이야기가 나올 듯하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가 작품상을 비롯, 13개 부문에 올라 최다 노미네이트를 기록했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가여운 것들’이 11개 부문 후보,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플라워 킬링 문’이 10개 부문에 이름을 올려 다관왕을 두고 ‘오펜하이머’와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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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본상 후보에 오른 ‘패스트 라이브즈’.
CJ ENM 제공 |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은 ‘오펜하이머’, ‘가여운 것들’, ‘플라워 킬링 문’, ‘추락의 해부’, ‘바비’, ‘아메리칸 픽션’, ‘바튼 아카데미’,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 ‘패스트 라이브즈’ 등이 경쟁한다.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진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비롯한 북미의 각종 영화 시상식 결과를 봤을 때 ‘오펜하이머’는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남우주연상(킬리언 머피), 남우조연상(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 주요 부문을 휩쓸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기술 부문에서도 개봉했을 때부터 촬영과 편집에서 호평을 받았기 때문에 2개 부문까지 포함하면 5관왕 달성을 쉽게 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11개 부문 후보에 오른 ‘가여운 것들’은 엠마 스톤의 여우주연상 수상이 유력하다. 다만 쟁쟁한 영화가 많아 다관왕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기상의 마지막인 여우조연상은 ‘바튼 아카데미’의 더바인 조이 랜돌프가 골든글로브에 이어 오스카에서도 무난히 수상할 듯하다.
국내 영화 팬들의 최대 관심사는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오른 ‘패스트 라이브즈’의 수상 여부다.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이 연출을, 한국계 미국인 배우 그레타 리와 유태오가 주연을 맡아 우리의 관심을 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과 해성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온 인연을 돌아보는 이틀간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그린다. ‘패스트 라이브즈’의 노미네이트는 대사의 절반 이상이 한국어일 정도로 한국어 비중이 높음에도 언어 장벽을 뛰어넘는 밀도 높은 스토리와 섬세한 감정선, 감각적인 촬영 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신인 감독임에도 첫 작품으로 아카데미의 작품상, 각본상 후보에 오른 송 감독은 우리에게 ‘넘버 3’, ‘세기말’로 알려진 송능한 감독의 딸이어서 더욱 화제다. 수상한다면 작품상보다는 각본상에서 가능성이 높은데, ‘기생충’, ‘미나리’에 이어 다시 한번 한국계 영화인의 힘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