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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사랑 공감 못해 7년 전 고사…다시 보니 살아가는 힘이더라”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 송중기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4-03-20 19:32:10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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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민 신청하러 벨기에 건너가
- 떠돌이생활 중 꽃 핀 사랑 다뤄
- 5개월간 헝가리 현지촬영 고생

- “변화무쌍 캐릭터 선보이려 노력
- 올라가는 것보다 넓어지고 싶다”

배우 송중기가 지난해 개봉한 영화 ‘화란’에 이어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에서도 또 한 번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대중과 만나고 있다. 지난 1일 공개한 ‘로기완’에서 탈북자로 분해 혹독한 세상에 맞서며 그 안에서 사랑을 꽃피우는 인물을 송중기만의 연기로 표현했다.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에서 낯선 땅 벨기에에서 삶의 마지막 희망인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로기완을 연기한 송중기. 한 번의 고사 끝에 출연한 ‘로기완’에서 냉혹한 현실 속에서 살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극을 이끌어 나간다. 넷플릭스 제공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를 각색한 ‘로기완’은 삶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벨기에에 도착한 탈북자 로기완과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마리가 서로에게 이끌리듯 빠져드는 이야기를 그린다. 송중기는 낯선 땅 벨기에에서 삶의 마지막 희망인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분투하는 로기완 역을, 최성은이 엄마의 죽음에 따른 슬픔과 분노를 지닌 마리 역을 맡았다. ‘로기완’은 공개 2주 차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영화(비영어) 부문 1위, 31개국에서 톱10 리스트에 진입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송중기는 “다른 문화권에서 어떻게 봤는지 피드백받을 수 있어서 좋다. 영어로 리뷰한 유튜버도 꽤 있더라. 호평이나 혹평이나 봐주셨다는 거니까 의미 있다. 다른 문화권에서도 성적이 좋다 하니 뿌듯하다”며 해외의 높은 관심에 기뻐했다.

재미있는 것은 ‘로기완’은 송중기가 7년 전 처음 제안받았을 때 고사했던 작품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처음에는 하고 싶다고 했다가 공감이 안 되는 점이 있어서 번복했다. 어머니가 희생하며 잘 살아남으라고 했는데 탈북자 신세로 난민 지위를 받아야 하는 로기완이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 사치 아닌가 싶었다”고 처음 제안받았을 때 출연을 거절한 이유를 밝혔다. 그런데 ‘재벌집 막내아들’을 촬영할 때, 거절했지만 마음 언저리에 남아있던 ‘로기완’의 제안을 다시 받았다.

송중기는 “너무 반가웠지만 여전히 공감에 대한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다시 읽었을 땐 ‘잘사는 것이 뭐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나약한 인간이 잘사는 것은 사람과 부대끼면서 사는 것이고,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됐다. 그 사이에 제가 뭐가 변했는지 모르지만 생각이 달라졌다”고 말해 세상을 보는 자신의 시야도 조금씩 변하고 있음을 전했다.

벨기에를 배경으로 하는 ‘로기완’ 촬영은 비슷한 풍광을 지닌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5개월에 걸쳐 진행됐다. 아무래도 오랜 시간 해외에서 외국 스태프와 촬영한다는 것은 배우에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송중기는 “해외 촬영은 어떤 작품이든 힘들다. 변수도 많고, 무엇보다 역시 언어 문제가 크다. 예를 들어 감정이 올라와서 촬영 준비가 돼 있어도 해외 스태프와 소통이 잘 안돼서 바로 촬영하지 못할 때가 있다. 게다가 성은이는 프랑스어를, 저는 북한말을 해야 하고, 스태프는 영어로 소통해야 하니 정말 힘든 여건이었다”고 떠올렸다.

영화 초반은 벨기에에 발을 디딘 로기완이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으로 채워진다. 공중화장실에서 잠을 청하고, 휴지통을 뒤지거나 빈병을 주워 생활하는 노숙자 모습을 보여준다. 송중기는 “기완이가 계속 고생길을 걷는데 한 번은 ‘그냥 한국 대사관 가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엄마의 죽음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그 죄책감으로 고생하는 것이 아닐까 싶더라. 그러면서 기완이의 감정에 공감하려고 노력했다”고 로기완의 마음으로 연기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헝가리에서 촬영했기에 도움이 크게 됐던 장면은 로기완이 일자리를 얻은 뒤 살게 되는 기숙사 장면이었다. 부다페스트의 오래된 빈 건물을 세트로 만들어 촬영했다. 송중기는 “현지 촬영을 했기에 확실히 이점이 있었다. 현지 건물이 지닌 벽이나 벽지 질감은 한국에서 세트를 짓는다 해도 표현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고생스러워도 현지 촬영 덕분에 살린 사실성이나 현지 정서에 대해 이야기했다.

최근 몇 년간 배우 송중기의 작품 선택을 보면 변화무쌍하다. 영화 ‘승리호’, ‘화란’, 드라마 ‘빈센조’, ‘재벌집 막내아들’, 그리고 지난 1일 공개한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기다리는 영화 ‘보고타’까지 비슷한 캐릭터가 하나도 없고, 비슷한 장르도 없다. 대중성 있는 작품과 예술성이나 메시지가 강한 작품을 오가며 존재감을 높여간다.

그는 “예전에 ‘늑대소년’(2012) 인터뷰 때 배우 활동을 더 오래 해도 올라가는 것보다 넓어지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 지금도 변함 없다”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며 배우의 길을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을 비췄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드라마는 대중성을, 영화는 새롭거나 메시지가 강한 작품을 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는 “드라마를 한 편하면 다음은 영화를 하는 밸런스를 좋아한다. 코로나19 탓에 그것이 삐걱거리긴 했지만 그렇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건 제 복이라는 생각도 든다”며 “솔직히 ‘화란’이나 ‘로기완’이 상업적으로 메이저 정서를 가진 작품은 아니다. 마이너 정서를 드라마에서 다루는 건 현실상 어렵지만 영화는 좀 더 할 수 있는 매체여서 배우의 욕심을 부려보고 있다”고 작품 선택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호러 장르를 해보고 싶다”며 “해외 오디션도 계속 참여하고 있다. 아직 결정된 작품이 없지만 다음 인터뷰 때까지 결정된 작품이 있으면 이야기하겠다”고 해외 활동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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