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 최고 명절 한가위를 맞아 ‘민족의 영산’ 백두산 기운을 함께 나누는 탐방기를 싣는다. 국제신문 사진부 이원준 기자는 지난 6월 백두산을 탐방하고 싱그러운 백두산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해 두었다. 추석을 앞두고 우리 마음을 하나로 이어주는 산, 백두산의 풍경을 게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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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파 주차장에서 조금 올라가자 드디어 천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칼데라호인 천지는 눈부시게 푸른 빛을 내뿜으며 위용을 자랑했다. 지난 6월 촬영한 광경이다. |
“백두산은 백 명 중에 두 명만 볼 수 있어서 백두산이다, 하루에 백 두 번 날씨가 바뀐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천지를 보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말입니다.” 가이드의 안내와 함께 백두산이 위치한 이도백하 지역에 들어섰다. 그만큼 날씨 운이 따라야만 두 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 백두산 천지다. 일기예보 체크 결과 입산 당일 날씨는 맑음. 설레는 마음으로 백두산에 한 발짝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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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지를 향해 손님을 실어 나르는 자동차 행렬. |
백두산 등반 관문은 북파·서파·남파·동파, 크게 네 곳으로 나뉜다. 이 중 북한에 위치한 동파를 제외하고 남은 세 관문을 이용할 수 있다. 백두산 북문을 통과해 천지, 장백폭포 등을 둘러볼 수 있는 북파 코스는 오랜 기간 정비돼 버스로 정상까지 등정할 수 있는 인기 코스다. 서파산문을 거쳐 고산 화원, 백운봉, 천지를 볼 수 있는 서파 코스 역시 많은 이용객이 찾고 있다.
백두산은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기 때문에 천지를 오르기 위해서는 당국이 지정한 전기버스를 이용해야 입산이 가능하다. 버스 승강장 역시 인구 세계 2위 중국답게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빨리 입산하기 위해 이른 아침에 백두산 입구로 향해야 한다. 우리가 등반한 코스는 북파 코스로, 천지 바로 앞까지 셔틀버스가 운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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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산 정상부의 천지에는 중국인 관광객이 인산인해였다. |
첫 등반은 대형 관광버스로 시작한다. 울창한 숲을 잠시 지나면 중간지점에서 10~12인승 셔틀버스로 환승하는 구역이 나온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수목한계선에 돌입한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곡예하듯 능숙하게 오르는 기사와 함께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백두산 아래 절경을 보니 입에서 절로 탄성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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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백폭포 입구에서는 유황 온천물로 삶은 계란을 팔고 있다. |
어느덧 도달한 북파 주차장. 3~5분간 걸으면 해발고도 2620m인 정상에 오를 수 있다.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칼데라호 천지는 해발 2257m, 둘레 14㎞이고, 최대 수심은 384m에 이른다. 백두산이 다시 분화할지도 모른다는 최근의 우려가 무색하게 잔잔한 칼데라호가 눈부시게 푸른 빛을 내뿜으며 그 위용을 드러냈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말을 증명하려는 듯 한여름에도 흰 눈이 소복이 쌓인 천지 일대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면 유일하게 천지로 내려가는 길목이 위치한 북한령 동파지역을 살펴볼 수 있다. 능선을 따라 높이 오를수록 칼데라호 역시 주변 지형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칼데라호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는 수많은 인파로 북적인다. 눈치 싸움 끝에 자리를 잡아 넋 놓고 풍경을 바라보다, 사진 몇 장 찍고 나면 한 시간 남짓한 관람 시간은 금세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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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장백폭포를 만났다. 장엄했다. |
하산하는 길목에선 장엄한 장백폭포를 만날 수 있다. 폭포 모습이 마치 용이 날아오르는 모습과 같다고 하여 ‘비룡폭포’라고도 한다. 장백폭포는 천지에서 흐른 물이 천문봉과 용문봉 사이 계곡으로 가다 절벽으로 떨어지며 폭포를 이룬다. 이전에는 시원하게 흐르는 폭포 옆으로 북파 정상까지 걸어서 등반하는 코스가 있었지만, 안전상 이유로 지금은 이용할 수 없다. 장백폭포 관람 끝에는 옥수수버터구이, 만두, 온천수로 삶은 달걀 등을 맛보며 등산으로 허기진 배를 달래 눈과 귀가 함께 즐거운 백두산 등정을 마무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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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지린성 옌벤대학 앞은 활기찼다. |
백두산만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기에 아쉽다면, 이도백하에서 연변조선족자치주 행정수도 ‘연길’을 둘러봐도 좋다. 중국 정부는 1952년 연변 지역을 ‘조선족자치주’로 지정하고 고유 언어와 풍습을 보장했다. 그렇기에 대로를 따라 걷다 보면 한글과 중국어를 병기한 이색적인 간판을 볼 수 있다. 한글을 보고 반가운 마음으로 기념품 가게에 방문해 한국어로 소통해 보았지만, 안타깝게도 가게 점원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초창기 70%에 달하던 조선족 비중이 현재 30% 아래를 밑돌며, 남아있는 조선족 역시 중국어를 먼저 배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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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산 천지의 북한령인 동파 지역에 북한 군인들이 보였다. 2018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곳을 함께 찾았다. |
보디랭귀지와 각종 번역기의 힘을 빌려 소통을 이어 나간다. 연변에서 일정을 함께한 동료들과 모여 한 접시에 18위안 (한화 3000원) 짜리 꼬치구이와 맥주, 된장 술을 주문해 한바탕 떠들썩하게 시간을 보내니 백두산 등반에서 쌓인 피로가 싹 풀린다. 길었던 여름 무더위가 지나고 곡식이 익어가는 가을이 왔다. 시원한 가을바람 따라 맑은 하늘과 푸른 호수가 있는 백두산으로 떠나보면 어떻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