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부산영화, 장르에 한국적 삶의 풍경을 담다

원정빌라

  • 조재휘 영화평론가
  •  |   입력 : 2024-12-04 18:40:18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김선국 감독의 ‘원정빌라’(2024)는 일종의 B무비이다. 여기서 우리는 B급이라는 말에 갖기 마련인 선입견을 어느 정도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저예산이라는 물적 조건의 상이함에서 기술적 완성도와 스펙터클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가난한 영화에는 다른 방식, 다른 매력으로 승부를 보아야 하는 데서 생겨나는 모종의 가치가 있기 마련이다.
‘원정빌라’의 한 장면. 케이드래곤 제공
영화의전당에서 2024 부산영화기획전을 통해 선보인 다섯 편의 ‘메이드 인 부산’ 작품 중 한 편인 이 영화에선 익숙한 지역 사회의 풍경들이 장르를 구성하는 요소로 동원된다. 언제 재건축이 이뤄질지 장담할 수 없는 낙후된 지역 부동산 문제와 심심찮게 횡횡하는 사이비 종교의 현실은 스릴러를 위한 공간과 배경으로 재활용된다.

일단 영화의 큰 결함은 틀에 박힌 드라마의 진부함. 예컨대 삼촌인 주현(이현우)과 어린 조카 사이의 친밀함을 드러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집어넣었을 장면의 상투성이나 대사의 낮은 품위는 극의 설득력을 적잖이 해친다. 호의를 가장한 컬트 교단의 교리가 서서히 퍼지면서 마을 공동체 전체를 잠식하고, 고립된 주인공이 이에 맞서거나 탈출한다는 식의 플롯 또한 숱하게 반복, 재생산 되어온 만큼 참신하다 보긴 어렵다.

그러나 예비 서사 부분을 넘기면서부터 ‘원정빌라’는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기 시작한다. 이 영화의 힘은 현실의 어떤 풍경, 익숙한 일상의 면면을 겨냥하고 환기하는 순간에 생겨난다. 주현 가족이 사는 203호의 위층 303호의 주민으로 주차 문제와 층간 소음 문제로 마찰을 빚는 신혜(문정희)의 변질된 모성애, 주변의 희생과 양보를 강요하며 민폐를 끼치는 개념 없는 행동과 교회에 들어 성실한 종교인을 가장하면서도 배어 나오는 타인에 대한 멸시와 선민의식, 끝없는 자기중심성은 배우의 호연과 맞물리며, 한국 사회에서 익히 보아온 인간형의 한 전형을 재현하는 강렬한 기시감으로 시선을 끌어당긴다.

장르의 틀을 가져오면서 ‘원정빌라’는 남은 여백을 한국적 삶의 모습들을 실어 나르는 데 할애한다. 사이비종교 세력이 한편으론 부동산 이권의 배후라는 설정은 작위적이지만, 비밀 집회의 묘사에서 우리는 종교를 믿으면서도 내세의 구원에 대한 관념은 빈약하고, 대신 재산의 증식을 갈구하며 기도하는 한국 사회의 모순된 종교관과 현세 중심적인 일원론적 세계관을 엿보게 된다.

다수의 ‘상식’과 ‘평균’에 부합되지 않는 이에게 집단적 압력을 가하며 ‘표준’의 존재가 되기를 요구하는 ‘조리돌림’은 성실함으로 주민들의 인심을 얻던 주현이 역으로 마을공동체의 이단으로 몰리는 상황으로 드러나는데, 이처럼 작은 다세대 주택은 장르 영화의 폐쇄적 무대공간인 동시에 한국적 습속을 집약한 미니어처의 소우주가 된다.

분명 ‘원정빌라’는 말끔한 만듦새나 예술적 독창성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지역 기반에 독립영화 규모의 자본을 갖고, 장르영화의 몰입감을 자아내면서 그 안에 한국적 삶의 현실을 담고자 한 이 시도는 주목하고 응원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직 미약하지만 ‘영화의 도시’라는 말에 걸맞을 미래의 부산 영화, 또 다른 ‘지역성의 영화’를 기대해 보는 것도 더는 단순한 몽상에 그치는 일만은 아닐 것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정부, 공연장 겸 돔구장 추진…북항 돔 아레나 ‘기회’
  2. 2폭발음 뒤 불길…인근 7000명 대피(종합)
  3. 3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4. 4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공연 백지화(종합)
  5. 5[단독] “어? EBS서 봤던 문젠데” 부산 고교 118명 중간고사 재시험
  6. 6‘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7. 7[속보]홈플러스 희망퇴직 신청자 몰리는 바람에 접수 조기마감
  8. 8구·군은 맘대로 불법 현수막…민간엔 과태료 폭탄
  9. 9호텔 셔틀 타고 황령산 야경 보러가요
  10. 10이기대 예술공원 사업도 차질
  1. 1‘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2. 2北 "전날 동해서 2종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3. 3신임 靑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종합)
  4. 4김민석 격주 부산행 PK 민심잡기…부마항쟁 기념식 찾는다
  5. 5김민석, 강훈식 서울시장 후보론에 “가능성 열려있다”
  6. 6김지용 “정치검사 1호는 尹”…과거 행적 놓고 與 집안싸움(종합)
  7. 7이 대통령 "부마항쟁 헌법 조문화, 이제는 실천할 때"
  8. 8李 대통령 지지율, 2주 전보다 소폭 오른 44%…부정 평가 49%
  9. 9박형준 “새로 할 일 없는 사람들, 전임 시정 뒤집기 집착”
  10. 10선관위 특검, 중앙선관위 등 7곳 압수수색…투표자수 허위입력 확인”
  1. 1[속보]홈플러스 희망퇴직 신청자 몰리는 바람에 접수 조기마감
  2. 2호텔 셔틀 타고 황령산 야경 보러가요
  3. 3올해 자사주 62조 태웠다…‘삼전닉스’ 과반
  4. 4부산 호텔업계 “바가지요금 논란 되풀이 막자”
  5. 5삼전닉스 급락에 코스피 5600선까지 추락…매도사이드카 발동
  6. 6금융사 AI해킹 16곳으로 늘어나…130곳은 ‘보안 미흡’
  7. 7‘8% 넘게 폭락’ 두 달만에 코스피·코스닥 1단계 서킷브레이커 발동
  8. 8친환경에너지·AI기술 각축…업계 트렌드 읽고 미래로 항해
  9. 9[속보]“편의점 김밥 잘 골라야”… 속 재료·영양·가격 등 제품마다 제각각
  10. 10현대차, 인도에 20조 통 큰 투자…생산·연구개발 거점 강화
  1. 1폭발음 뒤 불길…인근 7000명 대피(종합)
  2. 2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공연 백지화(종합)
  3. 3[단독] “어? EBS서 봤던 문젠데” 부산 고교 118명 중간고사 재시험
  4. 4구·군은 맘대로 불법 현수막…민간엔 과태료 폭탄
  5. 5부산도시철 교대인력 공백 떠안은 직원들…현장 아우성
  6. 6변성완·박상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송치
  7. 7市 ‘시간 쪼개기 계약’ 채용 관행 전면 손질
  8. 8해인사, 팔만대장경 한 본 더 제작한다…29일 판각 시작 알리는 고불식
  9. 9근무 중 헬스장 222차례 간 경감…법원 “강등 정당”
  10. 10부산중수청장 “지방청 중심 수사…기존 검찰 구조와 다를 것”
  1. 1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2. 2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3. 3[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4. 4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5. 5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6. 6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7. 7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8. 8프로야구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류지현 국가대표 감독과 계약
  9. 9최동원 어린이 야구교실, 출범 11년 만에 프로선수 배출
  10. 10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선수 공간까지 체험하는 돔투어…야구 테마 복합문화시설
부산 야구장 미래는
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