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생 죽음 진실 좇는 전직 조폭役
- 소품 많이 쓰는 뒷골목 액션 매력
- 작가役 절친 김남길과 호흡 척척
- 직접 연출 작품도 올해 개봉 예정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위트로 많은 사랑을 받는 배우 하정우가 웃음기를 싹 지우고 돌아왔다. 2016년 영화 ‘양치기들’로 주목을 받은 김진황 감독의 신작 ‘브로큰’(개봉 5일)에서 하나뿐인 동생의 죽음을 파헤치는 차갑고 냉정한 형으로 분해 극을 이끌어 나간다. 최근 ‘브로큰’ 개봉을 앞두고 만난 하정우는 “제가 이런 스타일의 영화로 시작했기 때문에 늘 이런 영화를 찍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김진황 감독에 대한 매력도 느끼고 있던 터라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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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브로큰’의 주연을 맡은 배우 하정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동생의 죽음 속에 감춰진 진실을 찾는 민태 역을 맡아 데뷔 초기작 ‘추격자’ ‘황해’를 떠올리는 연기를 펼쳤다.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
‘브로큰’은 시체로 돌아온 동생과 사라진 그의 아내, 사건을 예견한 베스트셀러 소설까지, 모든 것이 얽혀버린 그날 밤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추적하는 민태의 이야기를 그린다. 하정우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부터 강한 끌림을 느꼈다. 직선적으로 명확하게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오묘한 매력이 있었다”며 “어떻게 보면 코엔 형제 감독의 영화 같은 분위기를 느꼈다. 하드보일드한 분위기 속에 블랙코미디적 요소가 섞여 있는 점이 흥미로웠다”고 ‘브로큰’ 시나리오의 장점을 설명했다.
하정우는 하나뿐인 동생을 잃은 슬픔을 차가운 분노로 승화하며 거침없이 진실을 좇는 민태 역을 맡았다. 민태 캐릭터는 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기 때문에 하정우의 초기작인 ‘추격자’(2008)의 영민과 ‘황해’(2010)의 구남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보통의 상업 영화들은 스토리가 선행이 되고, 캐릭터가 그 스토리에 맞춰 기능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데 ‘브로큰’은 캐릭터가 선행된 후 스토리가 진행되기 때문에 배우로서 연기할 맛이 나는 영화였다. 그래서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민태 캐릭터의 매력을 설명했다. 이어 “민태는 감정을 섞지 않는 캐릭터다. 하지만 필요할 때는 본능적으로 응징하고 행동에 옮기는 사람이다. 그때 감정이 보이지 않으니 섬뜩하고 잔혹하다. 정제되지 않은 민낯 그대로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체중을 90kg까지 증량했음을 전했다.
과거 잘나가는 조폭이었던 민태는 동생의 죽음을 좇는 과정에서 과거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은 물론, 라이벌 조직과 맞부딪친다. 조직원들과 1 대 다수로 벌이는 액션은 오랜만에 뒷골목 액션의 맛을 볼 수 있다. 하정우는 “액션이 많다. 무술감독님이 액션 디자인을 잘해주셨고, 액션을 통해서 표현하고자 했던 김 감독님의 방향성이 명확했기 때문에 촬영하면서도 잘 나올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액션 장면을 자랑했다. 민태는 가방에 끝이 꺾인 짧은 쇠파이프를 가지고 다니며 주무기로 사용하고, 그밖에 주변에 있는 소품을 이용해 다수의 조직원과 대결한다. 그는 “기역자로 꺾인 쇠파이프는 무척 참신한 소품이라고 생각했다. 또 해남 토박이들과 싸울 때는 옷걸이를 사용하고, 후반부 수산시장 액션 장면에서는 냉동 생선을 쓰거나 의자를 이용하는 것이 좋았다”며 소품을 이용한 액션을 재미있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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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브로큰’의 한 장면.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
‘브로큰’에는 하정우의 절친인 김남길이 동생의 죽음이 담긴 이야기를 쓴 베스트셀러 작가 호령 역으로 출연했다. 하정우는 “남길이가 호령 역에 캐스팅됐다는 말을 제작사로부터 들었다. 그래서 ‘남길이가 이 영화를 하겠대요? 우리 돈(제작비)이 없는데 도와준대요?’라고 했다”(웃음)며 “남길이는 현장에서 워낙 유쾌한 친구라 항상 긍정의 에너지를 얻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남길이가 연기한 호령 분량이 많이 편집됐다”고 말했다. 편집된 이유에 대해 “실제 촬영도 했는데 영화 완성본에서 많이 축약됐다. 이야기 템포 상 편집을 통해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라고 본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편 하정우는 ‘최연소 1억 배우’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을 만큼 출연작마다 흥행에 성공했다. 그런데 최근에 개봉한 ‘비공식작전’(2023) ‘1947 보스톤’(2023) ‘하이재킹’(2024)이 연달아 저조한 성적을 보여 흥행 배우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예상치 못했던 작품이 굉장히 흥행에 성공한 경험도 있고, 또 굉장히 흥행이 될 거라고 했던 작품이 안 된 경험도 있다. 또 연달아 말도 안 되게 잘 된 시기가 있었고, 이렇게 연속 안 되는 시기가 있다”며 “저는 늘 최선을 다해 감독님, 스태프들과 힘을 합쳐서 영화를 만들고 있다. 그것 외에 특별한 묘책은 없는 것 같다”고 너무 흥행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맡은 바를 잘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올해 하정우는 ‘브로큰’에 이어 지난해 촬영을 마친 연출 주연작 ‘로비’, 현재 촬영 중인 연출 주연작 ‘윗집 사람들’(가제)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브로큰’의 장점을 보고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우연히 연출작 두 편이 개봉하게 됐다. 이례적인 일이다. ‘로비’와 ‘윗집 사람들’로 ‘연출자 하정우가 이런 색깔을 가지고 있구나’를 알게 되고, 자리매김하는 해가 됐으면 한다. 그것이 올해 목표다”라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