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례용 융기문토기 출토가 근거
- 신석기인 작살, 고래 뼈 등 눈길
“국립중앙박물관이 1971년 바로 이곳 H18 피트(Pit·시굴갱)에서 그 유명한 신석기 시대 조개 가면(국립중앙박물관 소장·사진)을 발굴했습니다. 동삼동 패총 대표 유물로 꼽히는 조개 가면은 대체로 4000~4500년 전 만든 것으로 학계는 그간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기존 학설은 조몬 시대(일본의 신석기 시대) 조개 가면을 연구한 일본 학계의 견해를 그대로 수용한 결과 형성된 것이거든요. ”
부산박물관 박정욱 학예연구사가 H18 피트를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갔다. “이번 발굴조사 결과, 동삼동 패총 조개 가면이 약 7300년 전의 해양 의례와 관련된 유물이라고 새로이 파악할 수 있었고 이 점은 획기적인 성과입니다.”
부산박물관이 지난 19일 오후 ‘동삼동 패총 발굴조사 현장공개설명회’를 영도구 동삼동 748의 5 패총 유적 현장에서 열었다. 2024년 영도구청이 ‘부산 동삼동 패총 종합정비계획’을 세웠고, 이를 바탕으로 부산박물관이 지난해 8월부터 발굴조사를 했다. 부산박물관은 “1999년 이후 27년 만에 시행한 동삼동 패총 발굴 조사 결과를 시민과 공유하기 위해 현장공개설명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부산박물관 정은우 관장 등이 손님을 맞이했고, 원로 고고학자 정징원 부산대 명예교수, 하인수 전 복천박물관 관장, 조승환 국회의원 등 다양한 분야 손님과 고고학 전공자, 시민이 함께 자리해 분위기가 사뭇 진지했다.
현장에는 이번 발굴조사에서 출토한 유물이 눈길을 끌었다. 신석기인의 작살과 함께 발견된 고래 뼈는 선사 시대 한반도인의 어로 생활의 한 단면을 보여줬다. 화살촉 모양 흑요석도 다량 보였고 작살의 날도 있었다. 일부러 작게 만든 듯한 미니어처 토기와 원반형 흙 제품도 선사 시대의 부산을 상상하게 해주었다.
그런 가운데 현장에서 관심이 특히 뜨거웠던 대상은 ‘H18피트와 조개 가면’이었다. 이번에 시행한 발굴 조사를 통해 조개 가면 제작 시기가 기존 4000~4500년 전에서 7300년 전으로 분석된 근거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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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일 부산 영도구 동삼동 패총 발굴조사 현장에서 부산박물관 박정욱 학예연구사(가운데 마이크 잡은 이)가 이번 발굴의 성과와 의미를 시민과 고고학 전공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김성효 선임기자 kimsh@kookje.co.kr |
설명회에 참가한 시민 일행을 H18 피트로 인솔한 박정욱 학예연구사는 먼저 “1971년 조개 가면이 출토됐던 바로 이곳 H18 피트를 이번에 다시 조사하면서 여러 유물과 유구를 통해 바다를 삶터로 삼았던 신석기인의 의례 행위를 알 수 있었던 점 또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금요일까지 조사했다”는 H18 피트에서는 이번에 “당시 사람이 멀리서 구해온 돌로 일부러 만든 것으로 보이는 원형 석열(돌을 나열한 것), 흑요석제 작살, 고래 뼈, 융기문(덧무늬) 토기 등”을 확인했다. 게다가 여기서는 앞서 조개 가면, 조개 팔찌도 나왔다.
이에 관해 박 학예연구사는 “이는 신앙과 의례의 흔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예컨대 신석기 시대에 일본을 오가며 교류한 영도 사람들, 부산 사람들이 당시 일본으로 항해에 나서기 전 치른 의례와 관련된 유물로 볼 근거가 생겼다. 이 과정에서 H18 피트에서 나온 융기문 토기 등은 뜻깊은 구실을 했다. 이들 토기의 제작 시기가 약 7000년 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같은 곳에서 함께 나온 조개 가면의 제작 시기 또한 4000~4500년 전이 아니라 약 7000년 전으로 보는 게 합리적·과학적 분석이다.
부산박물관 김은영 조사연구팀장은 “과거 여러 가지 요소와 조건이 명확지 않아 조개 가면에 관한 분석에 한계가 많았으나 이번 발굴 조사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신선기 시대 해양 의례’는 해양 수도 부산, 부산 개항 150주년 등과 관련한 인문 자산으로 활용할 여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