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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옵세션’의 한 장면. |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장르 영화는 시대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창작자의 등용문 역할을 해왔다.
빠르고 저렴하게 찍을 수 있는 규모, 비교적 단순한 주제, 컨벤션(특정 장르의 작품에서 반복해서 나타나는 관습과 약속된 표현 방식)의 존재는 신인에게 제약인 동시에 개성을 표출하며 새로운 표현 방식에 도전할 수 있는 장(場)이 되었다. 현재 거장으로 평가받는 감독 중에도 데뷔작이 장르 영화인 경우가 많고, 그들 중에는 여전히 장르 영화의 관습 아래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펼치기도 한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할리우드 공포·스릴러 장르에서 새롭게 등장한 인물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체불명의 공간을 주제로 한 ‘백룸’(2026)의 케인 파슨스 감독과 지금부터 다룰 ‘옵세션’의 감독 커리 바커는 유튜브에서 활동을 시작한 인물이다. 이들은 ‘백룸’과 ‘옵세션’으로 나란히 흥행사에 길이 남을 기록을 세우며 인상적으로 데뷔했다. 뉴미디어 시대의 방식으로 영리하게 관객을 끌어모을 줄 아는 젊은 감독들이 등장한 것이다.
‘옵세션’의 줄거리는 이렇다. 니키(인디 내버레티)를 짝사랑하던 베어(마이클 존스턴)는 우연히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물건 ‘원 위시 윌로우’를 골동품 상점에서 얻게 된다. 그리고 엉겁결에 니키가 자신을 가장 사랑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게 된다. 과연 그 소원대로 니키는 베어를 사랑하게 되지만, 그 사랑의 형태는 점차 공포스럽게 변해 간다. 그렇게 베어는 자신이 가졌던(소유에 가까운) 사랑에 대한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을 마주하게 된다.
‘정체불명의 물건에 함부로 소원을 빌어서는 안된다’는 유구한 설정과 관습을 효과적으로 변용한 ‘옵세션’은 사실 서사에 있어 결점이 많은 영화다. 공포심만을 자아내기 위한 일회성 설정도 많을뿐더러, 감정을 유지하는 데 방해 되는 요소를 은근슬쩍 숨기거나 일부러 보여주지 않는 기만적인 연출도 다소 있다.
감독은 이러한 결점을 특유의 ‘설정’으로 돌파한다. 베어에 대한 집착에 사로잡힌 니키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은 쉴 틈 없이 관객의 혼을 빼놓는다. 이와 동시에 짧은 시간 안에 새로운 사건이 끊임없이 생기고 끝나는 서사 구조에 정당성을 부여하면서 이른바 ‘쇼츠(짧은 영상)’의 감각을 충족하게 만든다. 영화에서 니키가 일으키는 사건의 원인과 동기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의 행위를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 수단일 뿐이다. 이처럼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공포와 긴장감이야말로 뉴미디어 시대의 관객에게 소구하는 영리한 영화를 만드는 힘이다.
‘옵세션’은 분명 압도당할 힘을 가진 영화다. 하지만 불안도 남는다. 최근의 장편 영화는 긴 서사를 감당하지 못해 영화 안의 이야기를 쪼개거나 짧은 에피소드의 연속으로 해결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옵세션’은 이러한 흐름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영화다. 이것을 현대 영화의 새로운 응답으로 볼지,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