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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야구는 멘털 게임이다 /최원열

롯데 준PO 탈락… 평정심 잃은 결과

박찬호·추신수처럼 정신력으로 재무장, 내년 가을 노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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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물결이 출렁이기 시작한 부산은 축제 분위기다. 하나 마음 한편에서는 쌀쌀한 날씨만큼이나 썰렁하고 씁쓸한 느낌이 가시지 않는다. 내리 3년을 가을야구 '맛보기'만 봤기 때문이다. 구도 부산 팬들이 그토록 열망했던 정상 고지가 바로 눈앞까지 다가왔는데, 아뿔싸 첫 시험대에서 낙마해 버렸으니 이를 뭘로 표현할 수 있으랴.

거인 군단의 준플레이오프 성적 2승 3패는 나름대로 선전한 결과다. 그간 3전패와 1승 3패에 머물렀던 것에 비하면 말이다. 표면적으로는 스릴(?) 만점의 승부였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과연 '납득할만한 수준'의 경기를 펼쳤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4차전 사직 경기에서 패했던 날, 지하철역을 빠져나오려는데 롯데 유니폼을 입은 젊은이가 느닷없이 다가와서는 "홈경기에서 만날 지니 쪽팔려 죽겠다"며 상의를 거칠게 벗어 버렸다.

그 심정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되돌아보면 '복기'해봐야할 아쉬운 장면들이 많았다. 컨디션에 문제가 없어 보였던 에이스를 왜 초반에 끌어내렸을까. 구원 투수가 몸이 풀릴 때까지 놔두질 않고 큰 경기 경험이 많지 않은 불펜진을 투입한 절박한 이유가 있었나. 투수 앞 땅볼 때 느린 주자가 3루로 뛰는 것을 왜 저지하지 못했는지 등등. 속상했던 사람들이 많았을 터이다.

아깝게 졌던 3차전을 패인이라고 지적하는 분들이 많다. 사실 그때가 분수령이었다. 이후 거인들은 추풍낙엽처럼 대패 행진하며 힘없이 나가떨어졌다. 같은 2승 3패라도 승과 패를 주고 받으며 박진감 있게 펼쳐지는 것과 2연승 후 3연패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지 않은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번 준플레이오프는 세 단계로 나눠볼 수 있을 듯하다. 상대에 주눅들지 않고 '노 피어(no fear)' 정신으로 나섰던 1, 2차전과 2%의 아쉬움이 남았던 3차전, 그리고 불안과 조급증을 드러내며 스스로 무너진 4, 5차전으로 이어졌다. 롯데가 결국 '골리앗'의 신세가 된 원인이 여기에 있다. 평정심을 잃고 마음이 흔들렸던 것이다.

흔히들 멘털(mental) 게임, 다시 말해 정신력에 의해 승패가 갈리는 스포츠로 골프를 꼽는다. 그 대표적인 예가 타이거 우즈다. 파워로 상대를 압도했던 우즈는 프로골프사에서 전설로 기록될 만한 인물이다. 그런 골프황제가 요즘 망가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자세마저도 불안해 과연 우즈가 맞나 싶을 정도다. 그 결정타가 혼외정사로 인한 가정 파탄이었다. 이혼 위자료로 물경 9200억 원을 주고 간신히 수습하기는 했으되, 경기력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예전의 우즈는 샷 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 못할 정도로 강한 집중력을 보였다. 한마디로 가장 중요한 순간에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던 그였다. 하지만 멘털이 무너지면서 졸지에 황제의 위력을 잃어버렸다.

골프 못지않은 멘털 게임이 야구다. 박찬호와 추신수를 보라. 척박하기 짝이 없는 미국 메이저리그 풍토에서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도 통산 124승으로 아시아투수 최다승이라는 금자탑을 쌓고, 2년 연속 3할대 타율에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한 그들을. 도대체 무엇이 작용했던 것일까. 그것은 오뚝이 정신이 아니었을까. 쓰러져도 좌절하지 않고 굳건하게 일어서는 불굴의 정신력 말이다. 퇴물 취급을 받으면서, 부상으로 장기 결장했지만 대기록을 세워 멘털 야구의 진수를 보여준 우리의 자랑스러운 영웅들이다. 더욱이 이들에게는 거인 군단처럼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팬들도 없었다. 소속팀들이 최하위권 성적이어서 '외로운 투쟁'을 해야만 하는 어려움까지 이겨내야 했기에 그 성과가 너무나 값진 것이다.

찬호는 말했다. 달콤한 사탕을 먹어서 탈이 났다면 그건 시간의 흐름과 함께 없어진다고. 거인들은 잠시 탈이 났을 뿐이다. 발전은 변화에서 생기며 성공은 결국 인내하는 자에게 주어진다는 찬호의 다짐을 교훈 삼아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을 기른다면 정상의 문은 활짝 열릴 것이다. 5차전 때 한 팬이 들고 나온 피켓이 깊은 울림으로 와닿는다. '롯데는 내년 가을에도 돌아온다. 최고의 팬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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