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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산호세에서 서울까지 /조준현

칠레 광부의 기적과 한국 G20 정상회의…국가 위상 알리는 전혀 다른 접근법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0-27 20:30:27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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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인에게 가장 큰 화제는 역시 33명의 칠레 광부들이 매몰된 지 69일 만에 구조된 일이라고 하겠다. 식량도 부족하고 빛도 없는 갱도에서 그 오랜 시간을 견뎌내고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이 구조된 일은 기적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관련된 뉴스 중에 칠레축구협회가 구출 광부들에게 서울 여행을 제안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세계 최강이라는 맨유가 있는 영국도 아니고, 월드컵 우승팀인 스페인도 아니고 왜 하필 한국일까? 알고 보니 한국축구협회와 칠레축구협회는 매우 각별한 사이라고 한다. 그런데 칠레와 우리는 축구에서만 친한 것이 아니다. 칠레는 2004년 한국이 처음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이다. 지금도 FTA에 대해서는 오해하는 분이 적지 않지만, 당시에도 FTA 체결에 반대하는 주장이 많았다. 그러나 한·칠레 FTA는 우리 경제에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 지난 6년간 우리나라 전체 수출증가율은 연평균 11% 수준이지만 같은 기간 대칠레 수출은 27% 이상 증가했다. 수출로 인한 생산유발액은 3.4배 증가했고, 취업유발인원은 3.9배나 늘었다. 특히 주목할 것은 FTA 체결 이후 칠레 시장 진출에서 중소기업의 비중이 매우 높아졌다는 점이다. FTA 체결 이후 대칠레 수출시장에 새로 진출한 2026개 기업 가운데 중소기업이 1954개로 96%를 차지한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즘에 참으로 반가운 이야기다.

물론 한·칠레 FTA의 효과가 모두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당시에나 지금이나 FTA를 반대하는 이들의 가장 큰 우려는 농업에 미칠 부정적인 효과이다. 우리 농업의 어려움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에게 유리한 자동차나 전자제품은 자유무역을 하고 우리에게 불리한 농업은 보호무역을 하자고 요구할 수는 없다. 비단 FTA 문제만이 아니라 모든 정책에는 이익을 보는 집단도 있고 그렇지 못한 집단도 있게 마련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이익을 본 집단으로부터 그렇지 못한 집단으로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하면 된다. 정치란 바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사회집단과 계층이 자신의 이익과 요구만 주장하면서 대립하는 대신 대화하고 소통함으로써 조화와 타협 속에서 해결하도록 만드는 것이 정치인 것이다.

광부 구출 사건으로 칠레라는 국가 브랜드가 세계인들에게 크게 알려졌다는 평가가 많다. 33명의 광부들은 69일 동안이나 매몰돼 있으면서도 용기와 신념을 잃지 않고 인간성의 위대함을 보여 주었다. 가장 나중에 구출되기를 자청한 작업반장 우르수아는 극한상황 속에서도 광부들이 건장과 질서를 유지하고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함으로써 세계인을 감동시켰다. 정치 지도자들도 리더십을 보여 주었다. 골보르네 광업부 장관은 60여 일 내내 현장을 지키면서 구출작업을 지휘했다고 한다. 피네라 대통령도 광부들이 구출되는 동안 현장에서 직접 구조대를 격려했다. 광부들이 사고로 매몰되는 일은 당연히 일어나지 않아야 옳지만, 그렇다고 이왕 일어난 사고를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칠레 국민들이 위대한 것은 그러한 사고를 대외적으로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국민들이 하나로 통합되는 계기로 만들었다는 데 있다.

다음 달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는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를 세계에 알릴 좋은 기회이다. 그런데 정상회의의 안전을 위해서 정부는 '집시법'을 개정해 일체의 야간집회를 금지하겠다고 한다. 당연히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는데 그나마 여당이 단독 강행처리를 유보하기로 해 극단적인 충돌은 잠시 피했다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이다. 집시법 개정을 둘러싼 정치권의 대립을 보는 심정이 그저 씁쓸한 이유는, 국제행사가 아무리 중요하기로서니 과연 국민들의 기본권을 제한하면서까지 준비해야 하는가 하는 궁금증 때문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야 국제행사를 이유로 국민의 인권을 억압하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그 수준에 머물러 있대서야 곤란하지 않은가 말이다. 이명박 정부가 좋아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국격이다. 그렇다면 과연 국제행사를 많이 열면 국격이 저절로 높아질까, 정부가 국민과 제대로 소통할 때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국격이 더욱 높아질까?

참사회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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