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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검투사 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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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로마에서 매우 의미있는 일이 있었다. 콜로세움(원형경기장) 지하감옥이 일반 관광객들에게 사상 처음으로 개방됐던 것이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주인공 막시무스가 어둠 속에서 검투사 동료들과 경기장에 나가기 전 절망감 속에서 기다려야 했던 그 장면을 느껴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앞다퉈 찾는다고 한다. 조상 잘 둔 덕(?)에 엄청난 돈벌이를 하는 그네들이 부럽다.

이층 구조로 된 지하감옥은 집단으로 갇힌 검투사들에서 풍기는 악취와 사자나 호랑이 같은 맹수들의 냄새가 진동했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처형이나 죽음의 경기 등 잔인하기 짝이 없는 폭력성은 사라진 지 오래고 로마인들의 천재적인 건축 실력을 뽐내고 있을 따름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게 밧줄과 도르래를 이용해 맹수들을 지상 경기장으로 올려보낸 특수 엘리베이터다. 2000년 전에 이런 첨단 설계를 한 그들의 재능을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검투사들을 동원한 격투기와 전차경주는 당시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있었던 스포츠였다. 특히 피의 향연을 연출했던 격투기를 보면서 로마 시민들은 '악마의 본성'을 유감없이 드러냈던 것이다. 광대한 로마제국 곳곳에 경기장이 건설됐고, 죽음의 전쟁이 벌어졌다. 변방이었던 잉글랜드 북부 요크에서 몇달 전 검투사들로 추정되는 유골들이 대거 발굴된 적도 있을 정도이니 더 말해 뭣하랴.

검투사 경기는 원래 일종의 인신공양에서 비롯됐다. 집안 장례식때 목숨을 걸고 싸우도록 해 사후 세계에서 섬기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게 스포츠로 발전했지만 결국 살인을 위한 잔혹한 구경거리로 전락해 버렸다. 그러니 스파르타쿠스의 난은 필연적 결과라 하겠다.

콜로세움의 화려한 성공이 시작된 지 한 달도 못돼 '검투사 악재'가 터져 나왔다. 폼페이 유적에서 발굴됐던 '검투사의 집'이 폭우 공격과 보수로 무거워진 지붕을 지탱하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져 내린 것이다. 검투 경기의 역사를 기록한 프레스코 벽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어 관광객들이 가장 즐겨찾는 곳이었기에 그 상실감이 어떨지 짐작되고도 남는다. 득실상반(得失相半)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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