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자두연두기 /조송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5-08-24 20:57:16
  •  |   본지 3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소설 '삼국지(三國志)'에 '자두연두기'란 말이 나온다. 콩깍지를 태워 콩을 삶는다는 뜻으로 형제들이 아귀다툼을 벌일 때 주로 사용하는 성어이다.

천하의 영웅 조조는 장남인 조비보다는 문재가 뛰어난 셋째 아들 조식에게 깊은 애정을 가지고 제위까지 물려줄 마음을 굳히고 있었다. 야심이 큰 조비는 이런 조식에게 경계심을 단단히 품었다.

조조가 죽자 조비는 후한의 헌제를 폐하고 스스로 위의 문제가 되어 동생 조식을 죽이려고 "내 앞에서 7보를 걷는 동안 시를 짓지 못하면 엄벌하겠다"고 하자 조식은 일곱발짝을 내디디면서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煮豆燃豆기(자두연두기) 콩을 삶는 데 콩깍지를 때니/豆在釜中泣(두재부중읍) 콩은 솥 안에서 우는구나./本是同根生(본시동근생) 본래 같은 뿌리에서 난 것인데/相煎何太急(상전하태급) 서로 지지는 것이 어찌 이다지도 급한가?'

삼국지(三國志) 한 토막을 글머리에 올린 것은 요즘 경남과 부산이 신항 명칭을 놓고 벌이는 싸움을 보고 있자니 이 고사성어가 문득 떠올라서이다.

부산은 이미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진 부산항의 브랜드를 살리기 위해선 부산신항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남은 부산·진해항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진해항 쟁취를 선언, 기존 부산항의 명칭도 부산·진해신항으로 바꿔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부산의 세계적인 브랜드론이나 경남의 지역 연고권 주장이 모두 일리가 있다. 그러나 형제간인 경남과 부산이 이를 놓고 2년 넘도록 합의는 고사하고 점점 더 험악한 사이로 변해가는 것은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된 데는 재선을 의식, 자의반 타의반 싸움의 선봉에 선 두 광역자치단체장의 책임이 크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지난 4월 정부대책 촉구 성명서를 통해 "부산신항 명칭은 이미 항만의 주요 고객인 외국 취항 선사들이 선호하는 등 세계적인 브랜드 파워를 보유하고 있다"며 "신항은 반드시 부산신항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남도 김태호 지사는 같은 달 진해신항명칭사수도민결의대회에 참석, "부산시가 진해신항에 부산항 명칭을 붙이려는 것은 남의 땅에 문패를 붙이려는 것과 다름없다"고 반박하면서 "반드시 진해신항이 되도록 도민들이 일치단결하자"고 촉구했다.

단체장이 자신의 자치단체 이익을 위해 소신을 피력하는 것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양 단체장은 이 점을 간과하지 않았나 되돌아봐야 한다. 시장·도지사가 대중 앞에서 혹은 성명서를 통해 주장을 하면 그것은 시정·도정 목표가 되기 십상이다. 게다가 재선을 염두에 둔 신분이라면 그것은 사실상 차기선거의 공약이 되고 만다. 이렇게 될 경우 각 단체장은 이익이 상충되는 사안과 관련,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할 여지가 사실상 없어지게 된다. 양 단체장의 이같은 발언과 주장은 그동안 시민사회단체와 행정기관 등으로 확대 재생산돼 결국 경남 부산이 화해하기 힘든 갈등의 심연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신항 명칭과 관련한 경남 부산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첫 걸음은 양 단체장이 부산시민과 경남도민 앞에서 신항 명칭 관련, 단체이기주의적 주장을 일절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허 시장과 김 지사는 지난 8일 부산에서 간담회를 갖고 '부산 경남은 형제이자 운명공동체임을 확인하고 상생 공동번영을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차제에 시장·지사는 조만간 다시 한번 만나 신항 관련 갈등 해소를 위해 '무대응 입장'을 천명해주길 바란다. 이것은 점차 극단으로 치닫는 양 시·도의 갈등을 누그러뜨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해법 찾기 노력은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신항 명칭을 놓고 부산 경남이 벌이는 싸움은 마치 부모 유산을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형제간의 아귀다툼과 다를 바 없다. 신항이 한탄한다. "동기간이면서 어찌 싸움이 이다지도 모진가."


/사회2부장 pine@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4. 4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5. 5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6. 6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7. 7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8. 8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9. 96일 개막 BIFF도 ‘암살자(들)’ 후폭풍…레드카펫·무대 행사 줄취소
  10. 10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1. 1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2. 2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3. 3국힘, 장외집회로 정부·여당 압박…민주 “張, 북치고 고함만”(종합)
  4. 4[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5. 5'좌아하게'? 다시 논란 부른 이 대통령 SNS 정치
  6. 6오세훈, 영화 암살자(들) ‘탄흔 티켓’에 “문화 품격 훼손”
  7. 7[속보]민주당, 국힘 집회에 “극우 유튜버들 박수 세례에 중독된 장동혁”
  8. 8與 “조희대, 국감 출석 불응 의사…불출석은 국회법 위반”
  9. 9'광대극' 조소 이어 미사일로 응답한 北. 좁아진 청와대 입지
  10. 10李대통령, 금융기관 개인정보 유출에 “철저 조사 지시”
  1. 1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2. 2‘직원용 시스템’ 등 빈틈 공격…現 보안체계론 AI해킹 무방비
  3. 351억 예상 임대수입 다시 계산하니 29억? 사업성 검증 논란
  4. 4부산의 혁신 기업들, 지역발전 동맹 결성
  5. 5CU ‘리센느 빵’ 보름만에 60만 개 판매
  6. 6신세계 센텀시티서 부산 대표 미식 브랜드 팝업
  7. 7나들이객 마음에 쏘~옥…유통가 의류·와인 행사 가을대전
  8. 8해운대 노을 보면서 명상…파라다이스호텔 오션힐링
  9. 9부산銀, 산업 전문성 더해 지역기업 금융 강화
  10. 10“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4. 4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5일
  6. 6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7. 7기장 병산저수지 때 아닌 녹조…악취 진동
  8. 8[한 손 뉴스] 1400년 역사 동래온천지구…전국 네 번째 온천도시 지정
  9. 9돔 최상층 ‘스카이홀’ 길이 600m 컨벤션 場
  10. 10‘경력 부풀리기’ 의혹 울산교육감 무혐의
  1. 1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2. 2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3. 3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4. 4“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5. 5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6. 6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7. 7‘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8. 8[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9. 9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10. 10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배지의 실력행사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상표권 알박기
민원인(들)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가덕도신공항 공사비, 법 개정 앞서 정부가 힘 실어야
AI 해킹에 노출된 금융권 보안체계 재점검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드골 대통령과 군복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