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뒤숭숭하다. 그러잖아도 기강이 해이해지기 쉬운 세밑인데 각종 구설수에 휩싸이는 모습이다. 한 해를 잘 매듭지을 시점에 좋지 않은 얘기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들려온다. 최근 불거진 대남병원 및 부산시립정신병원과 관련한 잡음에다 고위 간부 비리설까지 나돌면서 이런저런 입방아가 시청 주위를 떠다니고 있는 모양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시립정신병원 등과 관련해 부산시를 기관 경고할 것을 보건복지부 장관에 권고했다. 지난 10월 부도난 의료법인 대남병원이 운영하는 시립정신병원과 대남병원이 환자 인권을 광범위하게 침해하고 운영도 엉터리로 해 온 사실이 인권위 직권조사를 통해 밝혀졌기 때문이다.
시립정신병원은 부산시가 세워 1990년부터 의료법인 대남병원에 위탁·운영을 맡긴 상태이다. 52억 원 상당의 병원 자금 횡령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대남병원 오 모 전 이사장은 시립정신병원과 대남병원을 연결 고리로 비리와 인권침해를 저질러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가 부산시에 감독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을 물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시립정신병원 등의 인권침해 사례 및 비리 혐의를 보면 어떻게 이렇게 방치될 수 있었는지 그저 놀랍다. 환자입원시 전문의 진단·동의 절차 누락, 건강보험공단에 진료비 부당청구, 입원환자 퇴원심사 상습 누락 등이 대표적이다. 치졸한 방법까지 동원했다. 환자 식사 차별 대우, 10년이상 외출 불허, 남녀 화장실 CCTV 노출, 환자 강제노역 등. 파면 팔수록 나오는 '비리 백화점'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도 부산시는 "시립정신병원에 대한 지도감독권을 구청에 일임했으며 그간 별다른 문제가 없어 자체 감사를 하지 않았다"는 말로 얼버무리고 있다. 십수년동안 진행돼온 부정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았는데도 문제가 없었다는 시의 말은 한마디로 궁색하다. 한번이라도 제대로 감사를 했더라면 비리가 이렇게 눈덩이처럼 불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애써 눈감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부산시의 반응이 이렇다보니 오 전 이사장이 지난 5·31 지방선거 당시 허남식 한나라당 부산시장 후보 후원회에 타인 명의로 5000만 원을 후원한 사실에 다시 눈길이 쏠린다. 시선관위는 오 씨가 본인과 배우자, 소속 직원, 거래업체 직원 등 총 10명 명의로 각각 500만 원씩을 허 후보 측 후원회에 납부한 사실을 밝혀내고 오 씨를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또 부산시 국장 출신이 의료법인 대남병원의 이사로 있다는 점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몇몇 현안사업과 관련해 간부들의 업무 추진력이 떨어져 눈총을 받고 있는 가운데 고위직 금품수수설까지 나돌고 있다. '××× 등이 ○○○ 건립과 관련해 하청 업체로부터 수억원대의 리베이트를 받았다' '×××가 내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런 설들은 대개 흠집내기성 '카더라 방송'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사철을 앞두고 주로 생산되며, 부산시도 내년초 고위직 인사를 앞두고 있다. 몇해전에도 인사를 앞두고 유사한 일이 있었으나 매터도로 밝혀진 바 있다.
수사기관에서도 이런 소문을 듣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진의여부는 지켜보면 알 일이다. 사실이 어떻든 좋지 않은 얘기들이 잊을 만하면 생산되는 것 자체가 부산시의 수치이다. 구설수에 자꾸 오르내린다는 것은 조직의 영이 서지 않고 겉돌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잖아도 짜증나는 일이 많은 요즘이다. 6조 원을 상회하는 한 해 예산에 걸맞은 투명한 행정과 기강, 마음가짐을 재점검하는 게 세밑 부산시가 해야 할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