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나라가 요란하다. '정치라는 것은 전쟁 못지않게 흥분시키는 것이며, 똑같이 위험하기도 하다. 그러나 전쟁은 단 한 번 죽으면 되지만 정치에서는 여러 번 죽어야 한다'고 한 윈스턴 처칠의 말이 새삼 떠오른다. 지금 우리나라는 구의원도 시의원도 아닌 대통령 선거에 무려 12명이나 되는 후보가 난립했고 막판 합종연횡을 시도하며 저마다 국정운영의 적임자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정작 후보들에 대한 정책은 물론 각종 정보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유권자들은 '선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매스컴의 책임이 크다. 상당기간을 'BBK 주가조작 사건'에 몰입하면서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면면과 정책을 제대로 분석 비교해 볼 기회를 잃었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비방과 흠집 내기가 난무하는 네거티브선거에 지친 유권자들이 선거 자체에 흥미를 잃어 소중한 투표권을 반납하려 하고 있다.
국제신문은 대선자문단을 통해 분야별 공약 분석을 함으로써 그나마 유권자들에게 판단의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6일자 사설 '이젠 BBK 접고 대선정국 정상화해야'는 혼란스러운 대선판을 통쾌하게 정리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공감한다. 다만 공약 분석은 객관적이기는 하지만 한 개인의 분석에 의존하기보다 분야별 전문가 그룹에 의한 지상 정책 좌담을 통한 내용을 반영하는 게 독자들에게 더 도움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제신문은 부산·경남을 대표하는 조간이다. 이번 대선국면에서 부울경 독자들을 충족시키는 정보를 얼마나 제공했는지도 돌아봐야 할 것이다. 투표일이 얼마 남지 않았으나 더 많은 유권자의 참여를 유도하도록 계속 방향성 있는 대선보도에 주력했으면 한다. 여성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요구한 지역중심 공약이나 부산발전을 위한 정책과 관련, 어떤 후보가 얼마나 유사한 공약을 제시했는지 한눈에 파악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제신문을 넘기다 보면 대폭 늘어난 기획, 특집기사를 만나는 재미가 색다르다. 하지만 하루에 전면을 차지하는 기획 기사가 많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협상을 말하다'와 '고령사회의 낙원, 오세아니아·일본에서 배운다', '웰-워킹도시, 부산을 꿈꾸며' 기획물이 월요일 한꺼번에 등장한다. 좋은 내용을 하루에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욕심 나긴 하지만 한편으론 부담스럽기도 하다. 긴 글을 읽고 나면 호흡을 고를 수 있는 짧고 다양한 기사들이 뒤를 이어야 활자를 대하는 부담감을 덜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5일자 게재된 '담장 허물어 주차공간 늘린다' 기사는 시의 일관되지 못한 정책을 그대로 반영한 듯해 아쉽다. 말이 친환경 주차공간이지 사실상 더 많은 차량증가를 유발할 수도 있는 정책이다. 많은 국가가 지구환경 보호를 위해 온실가스 감축에 관심을 쏟는 것에 반해 민원에 떠밀려 부족한 주차공간 해결을 위해 예산을 지원한다는 것은 옳지 않아 보인다. 환경단체나 전문가 견해 없이 시 계획만을 보도하는 것은 정책적 폐해를 외면한 단순 정보 제공에 지나지 않는다.
지방 중소병원 '간호사는 귀하신 몸'(12월5일자 사회면) 기사는 중소병원의 간호사 인력수급의 어려움을 담고 있다. 간호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 간호사 1인당 병상 수를 기준으로 등급을 매겨 병원의 의료수가를 책정하는 '간호관리료 차등제' 실시로 중소병원이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기사는 간호사의 입장보다 제도 도입으로 중소병원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만 대변한 인상이다. 간호사 한 명당 14병상을 담당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간호관리료 차등제'는 질 높은 간호서비스 제공을 위해 정착이 시급한 제도다. 2006년 12월 현재 간호사 면허소지자는 22만9000여 명이며 가사와 육아로 쉬는 유휴 간호 인력은 7만5000여 명에 이른다는 게 간호협회의 보고다. 연간 배출되는 간호 인력의 부족보다 유휴 간호 인력의 재취업이나 현장 복귀를 위한 정책적 관심이 절실하다.
전체적으로 국제신문은 편집이나 내용 면에서 타 신문에 뒤지지 않는다. 알찬 지면과 성실한 현장 반영에서 거듭나고자 하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재미로 푸는 시사어'는 지면성격상 딱딱한 감이 없잖은 오피니언난에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한다. 때론 해학적이고 때론 유용한 상식을 제공한다. 연말이다. 자칫 대선에 묻혀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여유를 잃지 않게 언론이 관심의 끈을 늦추지 말았으면 한다.
부산여성신문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