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제자리걸음하는 부산의 공공문화 공간 /서동오

신상필벌제 도입해 경쟁력 키워나가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8-03-26 21:15:56
  •  |   본지 3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문화부 기자로 뛰었던 10년 전 일이다. 부산 해운대 달맞이언덕에 위치한 A화랑이 거듭된 경영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문을 닫기 직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화랑은 개인 영리만 좇지 않고 힘겨운 지역 예술인을 포옹해 주는 문화 사랑방 역할을 감당해 왔기에 폐업해야 한다는 소식은 여러모로 안타까웠다. 화가 입장에서 보면 괜찮은 전시 공간 하나가 줄어드는 셈이고 미술 담당기자 입장에선 쓸 만한 출입처(?) 한 곳이 없어지는 판이니 왜 안 그렇겠는가. 해서, 화랑 대표를 만나 위로를 건넸다. "화랑 운영을 관두셔야 한다고 들었는데 요즘 힘드시죠?" "웬걸요. 배 곯는 데 하도 이골이 나서…. 대안을 못 만드는 제가 못난이죠."

배고픔에 익숙하다는 그 말이 참 안쓰럽게 들렸고, 오랫동안 귓가를 맴돌았다. 지역 문화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 문화(인)는 배고프다'. 그 후 접한 미술 음악 춤 연극 문학, 다양한 지역문화 현장에서 이 말을 떠올릴 때가 많았다. 자생력을 가진 극소수의 문화 현장이나 잘 나가는 예술인을 제외한 나머지는 외부 도움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기에.

얘기는 다시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적자에 허덕이던 A화랑은 결국 문을 닫았다. 화랑을 인수한 새 주인은 지금껏 재개관하지 못하고 있다. 당시 A화랑대표는 기업 메세나, 지자체의 지원 같은 대안을 모색했지만 허사였다. 개인 화랑이라 공공 지원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 그렇지 않았더라면 A화랑은 살아남았을 텐테, 하는 아쉬움이 늘 남았다. 동시에 세금으로 운영되는 지역 공공 문화시설과 담당 인력의 역할이 정말 제값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산할 위험이 거의 없는 부산시·군·구의 문화시설은 지역 문화예술인들에게 요람 같은 곳이다. 작품 발표 공간을 제공해 창작 의욕을 북돋운다. 시민 입장에서 보면, 이곳은 다양하고 수준 높은 예술 체험을 누릴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시민들은 세금을 낸 만큼 지역 공공 문화시설들은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런 지역 문화시장의 기본 법칙은 잘 지켜지고 있으며, 부산 문화는 시대 변화에 걸맞게 적응해 가고 있을까. 시·군·구의 문화시설의 운영 행태를 살펴보면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갈피가 잡힌다. 우선, 부산시립미술관으로 눈길을 돌려보자.

이 미술관은 개관 10돌을 맞아 '부산미술 80년, 부산의 작가들'이란 제목으로 기념전을 열고 있다. 440여 작가의 460여 점이 출품됐는데 이를 두고 평단에서는 수준이하의 전시라고 질타했다. 동감한다. 전시 벽면에 다양한 크기의 회화들을 얼마나 오밀조밀하게 붙여 놓았는지 그 솜씨에 감탄할 지경이었다. 전시 기획자들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핵심단어를 잊어버렸는지, 물량 공세를 퍼부었다. 한마디로 관람객을 무례하게 대하는 전시다. 기획전을 구성할 때 기본인, 주제를 정해 작가와 작품을 선별하는 방식을 수행할 능력이 없었을까. 아니면 결정에 대해 책임지기가 싫어서 그랬는지 전말을 규명해야 할 것 같다. 개관 10돌을 기념하는 중요한 전시회인지라, 기획입안부터 최종 확정까지 여러 단계에 걸쳐 문제점이 없는지 거르고 검증해보는 과정이 없지 않았을 터인데 결과를 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몰랐다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고 알고도 이런 결과를 만들어냈다면 큰 작업을 벌여야 할 것이다.

큰 작업이란 부산시 차원에서 전반적인 부산 문화의 역량을 재점검하고, 문제점을 고쳐나갈 대안과 전문 연구 인력을 새로 만들고, 지역 현실에 맞는 경쟁력을 키워 문화의 세기를 준비하는 걸 말한다. 범위를 좁혀 말하면, 지역 공공 문화시설들도 한해 농사에 대해 평가·책임을 지는 신상필벌 체제를 도입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는 공익성이 강한 개인적 활동의 총체다. 개인 역량에 기업이나 지자체의 지원이 더해질 때 지역 문화는 꽃을 피운다. 이런 지자체나 기업의 역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럼에도 그 사실을 까먹거나 모르는 체해서야 되겠는가. 최근 부산 문화 여건은 경기도 부천·거제· 김해시와 같은 다른 지자체의 그것과 비교했을 때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문화의 세기라는데, 정말 위기감이 든다.

문화부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울산 경남 흐리고 밤부터 가끔 비
  2. 2[속보] 이 대통령, 유시민 겨냥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하다 독소조항 삭제 못해"
  3. 3우크라 “북한군 포로 한국행, 韓과 직접 대화…비밀이송은 이상했을 것”
  4. 4[속보] 靑, DMZ 지뢰 사고 조사 “철저히 규명할 것”
  5. 5[속보] 이 대통령, 임기 관련 "2030년 6월 2일 넘기는 일 절대 없어"
  6. 6집세 받는 미성년 집주인?…올해 20세 미만이 산 주택 115건
  7. 7귀성·귀경 행렬로 고속도로 정체…서울→부산 8시간 40분
  8. 8[속보] 靑 “우크라, ‘북한 포로 송환’ 발표 전 한국에 알렸다”
  9. 9조국 "조희대, 이 대통령 인정 안해" 장동혁 "조희대 탄핵하면 李 탄핵"
  10. 10세금 안 낸 '억대 유튜버' 작년만 총 17명…당국, 239억원 추징
  1. 1[속보] 이 대통령, 유시민 겨냥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하다 독소조항 삭제 못해"
  2. 2우크라 “북한군 포로 한국행, 韓과 직접 대화…비밀이송은 이상했을 것”
  3. 3[속보] 靑, DMZ 지뢰 사고 조사 “철저히 규명할 것”
  4. 4[속보] 이 대통령, 임기 관련 "2030년 6월 2일 넘기는 일 절대 없어"
  5. 5조국 "조희대, 이 대통령 인정 안해" 장동혁 "조희대 탄핵하면 李 탄핵"
  6. 6장동혁 “한동훈 ‘당원게시판’ 사건 수사 중…복당 언급 부적절”
  7. 7합참의장, DMZ 지뢰 폭발 부대 방문해 현장조사 준비 점검
  8. 8靑 "우크라 '北포로 송환' 발표 전 한국에 알려와" (종합)
  9. 9국힘, 지뢰 사고 조사 지연 비판... "보고 체계 공개" 촉구
  10. 10청와대 ‘검찰개혁 국민 속였다’ 유시민에 법적 대응 검토
  1. 1집세 받는 미성년 집주인?…올해 20세 미만이 산 주택 115건
  2. 2세금 안 낸 '억대 유튜버' 작년만 총 17명…당국, 239억원 추징
  3. 3[차호중의 재테크 칼럼] 통화량과 물가
  4. 4다대소각장 개발 다시 원점…부산시, 부지매각 해지 결정
  5. 5HJ重 올해 8척 ‘릴레이 수주’…대형선 경쟁력 입증
  6. 6북항 핫플만든 인싸 상어 '부캉이', "인기 덕 좀 봅시다" 마케팅 열풍
  7. 7가덕신공항 부지공사 기본설계 정부심의 통과
  8. 8[한 손 뉴스] 국산 전투기로 영공 수호…KF-21 공군 1호기 배치
  9. 9바리스타 심사위원이 만든 스페셜티
  10. 10홍지선호 국토부 출범 “公기관 2차이전 속도”(종합)
  1. 1부산 울산 경남 흐리고 밤부터 가끔 비
  2. 2귀성·귀경 행렬로 고속도로 정체…서울→부산 8시간 40분
  3. 3귀성·귀경길 정체 지속…부산→서울 8시간10분
  4. 4민형배 전남광주시장 “제주항공 유족 위해 특별팀 다시 꾸릴 것”
  5. 5호주 시드니 총격 사건 세 번째 용의자 체포…한국계 20대 남성
  6. 6추석 저녁 귀성길 정체 해소, 귀경길은 다소 혼잡
  7. 7'부캉이' 북항 놀러 왔다가 덜컥 정착?…부산 명예홍보대사 도전
  8. 8대구도 ‘돔 유치’ 참전…부산 부지·재원 서둘러야 국비 선점
  9. 9장기체류 ‘부캉이’ 연휴 뒤 외해로 유도할 듯(종합)
  10. 10수해 상처 여전한 거제, 전국서 ‘한가위 온정’
  1. 1[속보] ‘평균대 유망주’ 황서현,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금메달
  2. 2한국 여자 축구, 우즈벡에 6-3 승리로 준결승행
  3. 3류지현호, 일본에 0-5 영봉패
  4. 4[속보] 한국 3대3 남자 농구, 아시안게임 사상 첫 금메달
  5. 5이민성호, 베트남 4-0 완파하고 준결승 진출
  6. 63경기 1실점 철벽 마운드 韓, 조1위 슈퍼라운드행
  7. 7父 여홍철과 어깨 나란히…여서정, 8년 만에 도마 금메달
  8. 8여서정·안세영·우상혁…‘금빛낭보’ 기대
  9. 92전 전승 한국축구, 조 선두로 8강 진출
  10. 10송세라, 항저우 한 풀었다…AG 첫 ‘금빛찌르기’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인간만의 영역 ‘관광과 과학’의 결합
국제칼럼 [전체보기]
추석 밥상에 오를 이재명 정부의 성적표
그때 부끄러움을 알았더라면
기고 [전체보기]
존엄 보장하는 부산형 청년보장제 되기를
복합재난에 강한 도시의 조건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작자 미상
범숙학교의 기적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아이의 근시, 안경만 쓰면 끝?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부산대·부산교대 통합, 구체적 로드맵부터 마련하라
동남권 건강지표 ‘빨간불’…촘촘한 의료 안전망 구축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지방시대위’ 부산 이전, 다시 뛰는 대한민국
니트 세대와 한국 노동시장의 불편한 현실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6·3 부산시장 선거, 부동산 정책의 길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공정함이 만드는 브랜드 가치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청년·노인 예산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