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자는 서울에 있는 한 대학 학보사에 강의를 다녀왔다. 학보사 편집장이 기자들에게 신문편집에 대한 이론과 실제 편집기술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해 왔기 때문이다. 일면식도 없던 서울에 있는 학보사의 편집장이 부산의 신문사 편집기자를 어떻게 알고 연락해 왔을까. 바로 블로그였다.
기자는 2년 전부터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신문편집에 관련된 여러 가지 생각을 정리해 놓고 국내외의 신문 지면을 저장해 연구하는 곳이다. 또 그곳을 드나드는 전국의 편집기자들과 교류하고 소통하는 말하자면 편집기자의 사랑방 같은 곳이다. 학보사 편집장이 편집 키워드를 검색하다가 내 블로그가 연결됐고, 자기네 신문의 지면 개선을 위해 도움을 요청해 온 것이다.
전국 종합일간지의 편집기자들의 모임인 한국편집기자협회가 올해 내건 화두 또한 '블로그'이다. 다양한 개성을 가진 편집기자들이 운영하는 개인블로그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그 네트워크를 통해 취재기자가 쓴 날것의 뉴스가 아닌 편집기자의 눈으로 가공된 뉴스를 보여 줘 세상을 읽는 다양한 시각과 콘텐츠를 제공하려고 하는 것이다. 일종의 팀블로그인 셈이다.
인터넷을 뜻하는 '웹(web)'과 기록이라는 뜻을 가진 '로그(log)'의 합성어인 블로그(blog)가 '1인 미디어 시대'에 위력을 더해 가고 있다. 국내 유력지의 영화담당이었던 한 기자의 블로그는 하루 방문객이 수천 명을 넘는 국내 최대의 영화커뮤니티로 발전했다. 미국 메이저리그를 취재하던 스포츠신문의 기자는 네이버와 계약해 1인 미디어회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포털의 이른바 '대문'에 글이 오르면 하루에도 수만 명이 그 블로그를 다녀간다. 누구나 기자가 되고 소설가가 되고 스타 요리사도 되는 곳이 블로그 세상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지난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 사용자 열 명 중 네 명이 블로그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미니홈피에 뒤이어 불과 몇 년 전에 생겨난 블로그가 이처럼 주목받는 것은 개인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무한한 가능성 때문이다. 사용하기도 쉬워 개인들이 부담 없이 자신의 홈페이지를 꾸미고 콘텐츠를 올려놓을 수 있다. 스크랩을 통한 콘텐츠의 수집도 간단하다. 블로그끼리 연결도 쉬워 콘텐츠가 계속 업그레이드되는 생산의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익명의 허용으로 욕설과 비방이 난무하는 일반적인 게시판과는 다른 점이다.
물론 블로그에도 몇 가지 문제점은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콘텐츠의 신뢰성이다. 엉터리 정보를 버젓이 올려놓은 곳도 있고 운영자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게시할 경우 명예훼손 등의 부작용도 생겨난다. 지난겨울 한동안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나훈아 소동'도 한 기자가 블로그에 이니셜로 올린 기사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이니셜로 올리는 바람에 '카더라통신'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된 것이다. 큰 파문을 남긴 사건이었지만 그 이후 어느 누구도 사법처리됐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설사 시발점이 된 블로거를 찾아냈다 하더라도 실정법으로는 처벌이 불가능하다.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것도 지적된다. 현재 상당수의 블로그는 새 콘텐츠를 생산하기보다는 여러 가지 콘텐츠를 퍼 나르는 단순한 스크랩북에 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접속자 수와 연동된 광고를 유치한 블로그는 광고수익을 노려 '낚시성 콘텐츠'를 올리는 경우도 많다. 블로그의 팽창만큼 쓰레기 정보도 늘어나고 있다. 좋은 콘텐츠를 가려낼 수 있는 이용자의 판단력과 나쁜 정보의 확산을 차단하는 사회적인 보완시스템 또한 시급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로그는 존중되고 더 권장되어야 한다. 블로그가 아직까지는 가능성의 공간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블로그의 순기능이 더욱 가치 있는 정보를 생산하고 우리 사회를 한발 더 진보하게 할 것이라고 믿어 보자. 인간은 자기가 몸담은 공동사회를 위해 뭔가 이로운 일을 하려는 이타적인 본능이 있다고 믿어 보자.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의 예에서 보듯이 집단지성이 새로운 문명의 터전을 닦을 수도 있다.
편집1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