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MB) 대통령의 전략이론가로 불리던 박형준 전 의원이 청와대에 입성했다. 수석급인 홍보기획관으로의 '화려한 컴백'이다. 지난 4·9 총선 때 부산 수영구에서 출마해 떨어진 지 딱 두 달 보름 만이다. '박풍'(박근혜 바람)에 부지불식간에 무너진 후 나름대로 인고의 시간을 보냈겠지만 MB의 중용은 이미 예상됐던 일이다. 새 정부의 국정기조로 '포용적 자유주의'와 '창조적 실용주의' 개념을 제시하는 등 MB의 국정철학을 가장 잘 꿰뚫고 있다는 인물로 소문난 터다.
MB가 취임 초 밝힌 '낙선·낙천자 6개월 이내 공직 임명 금지' 원칙을 깨가면서까지 청와대로 불러들인 박형준은 누구인가. 동아대 교수 출신으로 2004년 부산에서 당선된 초선 의원. 60년생인 40대로 한나라당 내 소장파 의원 모임이었던 '새정치 수요모임'의 대표. 대선 경선 때부터 MB와 함께 해 온 최측근. 캠프 및 당 대변인을 거쳐 대통령직인수위 기획조정분과위원 등의 이력을 지녔다. 정치 입문 전에는 잘생긴 외모와 달변으로 방송의 토론 프로그램에서 고정 사회자를 맡기도 했다.
박 전 의원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제각각이겠지만 국가와 사회에 대한 열정과 성실성만큼은 인정해야 한다는 데 대부분 동의한다. 그는 사석에서 가볍게 대화할 때도 매사에 진지함이 묻어난다. 원칙적 합리주의자이기도 하다. 초선 때 수요모임을 통해 당 개혁을 외치며 지도부에 쓴 소리를 거침없이 해 '미운 털'이 박히기도 했다.
홍보기획관은 사실상 국민소통을 지휘하는 역할이다. MB가 소통을 강조하면서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고 있는 국민과의 대화 통로를 활짝 열어젖히는 게 임무다. '고소영 내각'-쇠고기 파동-촛불 민심 등으로 이어진 현 난맥상을 푸는 단초를 제공하는 일인 것이다.
국민의 눈높이를 감안하지 못한 청와대 1기 참모진은 대통령 취임 117일 만에 실패로 끝났다. 대선 후 국민통합과 경제회복은커녕 대한민국호는 갈수록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이 과정에서 MB의 리더십은 좌초 위기에 직면해 있다. 대통령이 한 달 새 두 번이나 국민 앞에 고개 숙이는 상황이 올 때까지 청와대 1기 참모진은 뭘 했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2기 참모진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핵심은 직언이다. 그동안 MB 주변에 직언을 하는 참모보다는 '예스맨'만 가득 차 있었다는 게 정설이다. 한 두 명의 참모가 직언한다고 해서 고집 센 MB를 어쩔 도리는 없겠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참모진 스스로 열정을 갖고 소신껏 일하고 발언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청와대 담장부터 허물고 열린 귀를 갖도록 하는 일도 참모진의 역할이다. 충언과 아첨을 구별해 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더 이상 청와대가 '아마추어들의 천국'이라는 소리는 듣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도자 본인의 마음과 의지이다. 소통은 다른 데 있지 않다. 많은 물을 담을 수 있는 큰 그릇이 되면 된다. MB 정부가 취임 100여일 만에 '위기'에 봉착했지만, 아직 4년8개월의 임기가 남아 있다. 이 대통령도 "시련을 겪으면 더 강해지는 법"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결국 모든 책임은 이 대통령이 스스로 져야 한다. 참모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그게 정답은 아니다. 김문수 경기지사의 말대로 "대통령 스스로 마음을 먹으면 잘되는 것이고, 누가 보좌를 해서 된다는 것은 헛소리"라는 지적은 새겨들을 만하다.
그러기 위해선 지나온 넉 달을 찬찬히 되짚어보고 잘못에 대한 근본적 검토를 통해 국정철학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친 기업'이 아니라 '친 국민'이어야 하며, '부자' 아니라 '서민'이 중심이어야 한다. 섬김의 정치는 말로써가 아니라 실천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정관의 치'(貞觀之治)'로 유명한 당 태종 이세민의 리더십도 한마디로 요약하면 위민(爲民)과 포용이다.
대통령의 일하는 방식도 변해야 한다. 70년대식 기업경영 하듯이 "따라오라"식은 안 된다. '청계천 신화'도 깨끗이 잊어버려야 한다. 이번 쇠고기 파동과 촛불 시련이 MB와 MB정부에 양약(良藥)이 되어 향후 대한민국호가 훨씬 강해진 모습으로 순항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