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때다. 피란길의 선조는 '묵'이란 생선을 맛보게 됐다. 맛이 좋았다. 선조는 이 생선을 은어(銀魚)로 부르라 명했다. 전란이 끝난 뒤 선조는 다시 은어를 찾았다. 하지만 선조는 은어의 맛이 형편없다며 "도로 묵이라 하여라"고 명했다. '도로 묵'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도루묵'이 됐다. '말짱 도루묵'은 그래서 다시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 버리는 것을 칭하는 말이 됐다고 한다.
400여 년이 지난 요즘 동해안의 별미로 자리잡은 도루묵에겐 미안하지만 '다시 도루묵'을 들먹여야겠다.
부산항만공사(BPA) 등 부산 울산 인천의 각 PA가 갖고 있는 항만시설 소유권을 정부가 되가져가는 방안이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BPA 출범 당시 정부는 현물출자 방식을 택해 항만시설 소유권은 현재 BPA가 갖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과세 문제를 회피하려고 3조1300억 원의 현물출자를 감자하고 그 소유권을 국가로 가져오는 대신 BPA에는 '항만시설관리권'만 주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시장형 공기업' BPA는 껍데기만 남는다. 게다가 장기적 과제인 BPA의 지방자치단체 이양도 힘들어진다. 그야말로 '말짱 도루묵'이다.
물론 이 방안은 과세 문제가 도무지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논의되는 것이긴 하다. 현실화 여부는 아직 알 길이 없다. 하지만 '현물출자 감자 검토' 자체가 위험천만한 발상인 데다 '소나기 피하기'식 미봉책이어서 한심하기 짝이 없다.
향후 BPA에 부과될 수도 있는 종합부동산세를 따져 보자.
BPA는 현재 지자체별로 제정된 조례 덕에 항만시설 등 소유 부동산에 대한 종부세는 내지 않고 있다. BPA 소유 재산은 지방세법상 '별도합산과세' 대상이라 종부세를 내는 게 맞지만 지자체 감면조례에 의해 '분리과세' 적용을 받고 있다. 분리과세의 경우 지방세만 내고 국세인 종부세는 부담하지 않는다. 이러한 지자체별 감면조례는 내년 말까지 유효하다. BPA는 지난해 부산시 및 남·동·중·영도·서·사하·강서구 등에 23억 원의 지방세를 냈다. 올해는 지방세액이 50억 원대에 달할 전망이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는 최근 세수 확보 차원에서 감면 혜택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례를 바꿔 분리과세가 아닌 별도합산과세로 적용하면 세액를 더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BPA 는 종부세를 고스란히 내야 한다. 종부세와 지방세를 포함, 500억~600억 원의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 이런 폭탄을 맞고도 멀쩡할 수 없다.
BPA는 지난해 부두 임대료로 1164억 원, 항만시설 사용료로 606억 원을 벌었다. 연간 수익 중 3분의 2를 부두 임대료에 의존할 만큼 자립도가 떨어지는 마당에 이 임대료 수입의 절반마저 종부세로 내야 할 판이다. 이렇게 되면 항만시설 투자는 고사하고 2004년 출범 이후 유지했던 흑자 기조는 적자로 급전직하할 수 있다. 부족한 재원을 메우기 위해 부두 임대료와 항만시설 사용료도 크게 올려야 할 것이다. 부산항의 경쟁력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해결책이 없는 게 아니다. 종부세법을 손질하거나 지방세법 시행령을 고치면 된다. 일단 종부세법 개정이 급선무다. 종부세법 개정 추진은 다음달 정기국회 때 논의될 것 같다. 아니, 반드시 종부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종부세법이란 게 무엇인가. 2003년 10·29 주택시장안정 종합대책의 후속 입법으로 생긴 것이다. 항만 부지는 공익 성격의 공공시설로, 투기용 부동산이 아닌 사회간접자본 시설이다.
이는 정부가 과세 문제를 피해 보자며 BPA에 항만시설관리권만 부여하려는 꼼수 대신 보다 현실적인 개선책 마련에 매달려야 하는 이유다. 지자체들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를 빚어선 곤란하다. '게도 구럭도 다 잃는' 결과를 빚을 게 뻔하다. BPA도 이러한 과세 논란을 계기로 그동안 지역사회가 부산항 발전을 위해 애써 왔던 데 보답할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항만 개발·관리운영의 지자체 이관 당위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요즘이다. 대부분의 선진 항만도시는 지자체의 항만관리 아래 상업적 운영 기법 도입으로 항만 운영의 효율성을 창출하고 있음을 새길 필요가 있다.
해양수산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