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 감시단체인 코퍼레이트 워치(Corporate Watch)는 해마다 그린워시상(Greenwash Award)을 시상한다. 쉘 몬산토 포드 미쓰비시…, 상을 받은 기업들의 면면이 화려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 상은 '녹색을 분칠한' 환경파괴 기업에 주는 불명예스러운 상이다. 수상 기업들의 죄과는 지구환경을 망치면서도 환경의 벗, 빈곤퇴치의 리더로 위장해 자신들의 시장을 유지하고 팽창시킨 혹세무민에 있다. 1996년 첫 수상의 영예(?)는 '제초제가 자연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광고한 세계적인 화학기업 ICI에 돌아갔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광복절 63주년 경축사에서 느닷없이 '저탄소 녹색성장'의 기치를 내걸었다. 녹색성장을 새로운 경제성장의 패러다임으로 제안한 것이다. 녹색이 외면당해온 우리 현실에 비춰볼 때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문제는 녹색성장론이 얼마나 진정성을 담보하고 있느냐에 있다. 대운하 건설과 초고속 경제성장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개발만능주의자의 녹색성장론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너무 많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이 제안한 녹색성장론에는 '녹색'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녹색성장은 녹색기술과 청정에너지를 성장동력으로 하는 지속가능한 친환경적 성장을 전제로 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이 대통령의 녹색성장론에서는 경제성장을 위한 하위 수단으로서 '녹색'이 동원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환경과 생태 가치의 확장, 생명 가치의 확대가 전제되지 않는 녹색성장론은 천박한 개발논리를 감추기 위한 눈속임일 가능성이 크다.
광복절 경축사 이후 잇단 후속대책을 보면 녹색성장론에 대한 의구심이 기우만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지난달 28일 나온 정부의 저탄소성장 대책을 보면 더욱 그렇다. 국가에너지위원회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향후 20년간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에너지 공급의 기본축으로 원자력을 상정하고 있다. 원전발전 비중을 현재 36%에서 2030년까지 59%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원전은 여전히 불안할 뿐만 아니라, 엄청난 핵폐기물 처리비용, 부지확보 등 문제를 안고 있다. 원전 중심의 에너지 대책은 개발위주 정책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왜곡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소홀하기만 하다. 2030년까지 그 비중을 11% 로 늘리겠다고 했지만 이는 독일의 25%, 중국의 20%에 크게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G8정상회담에서 2050년까지 온실가스 50%를 감축하겠다던 이 대통령의 큰소리를 무색하게 한다. 저탄소 사회로 가는 한 축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일임이 분명한데도 그에 대한 의지는 너무나 부족하다. 정부의 거꾸로 가는 에너지 정책도 문제이다. 최근 들어 태양광발전의 지원액을 대폭 줄이고 있어, 신재생에너지 육성정책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전력산업기반기금도 원전지역 주민 지원에는 수천억 원을 쓰면서 정작 신재생에너지의 발전을 유도하는 데는 인색하기만 하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저탄소'에 역행하는 국토정책이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해양부와 산림청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국토개발의 규제를 대폭 푸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한다. 산지의 개발 규제를 크게 완화하고, 골프장도 제한 없이 건설할 수 있게 했다. 공장설립단지의 녹지의무확보 비율도 크게 낮췄고 상수원보호구역에서 공장입지의 제한규정도 풀어줬다. 이것은 손발이 안 맞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녹색 정책엔 관심조차 없다는 반증이다.
급기야 이 대통령은 자신의 입을 통해 녹색성장론의 본색을 드러낸다. 29일 청와대 확대비서관회의에서 "녹색과 성장을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지금부터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투자를 잘하면 '747공약' 달성도 앞당길 수 있다"고 강조해 녹색성장을 고속성장을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규제는 줄줄이 풀어 자연파괴를 가속화시키면서 녹색성장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한 녹색성장론은 허구이자 공허한 수사일 뿐이다. 성장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개발맹신주의가 망령처럼 떠도는 현실에서 녹색성장론은 한낱 '녹색을 분칠한' 짝퉁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