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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뒷유리창의 `내 탓이오` /조송현

국민 탓 외부환경 탓 MB식 시국인식 어처구니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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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탓이오' 운동이 제법 뜨거웠던 적이 있다. '내 탓이오'는 천주교의 '고백의 기도'에 들어 있는 문구다. 자신의 허물을 반성하고 성찰한다는 다짐이다. 이 운동은 이기주의와 불신이 팽배한 세태가 남의 탓이 아니라 나의 책임이라고 자각하자는 것이다. 자각은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다. 취지가 공감을 얻었던지 당시 이 스티커를 붙인 자동차를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 스티커를 자동차 뒷유리창에 붙이면서 본래 뜻이 전도된 듯한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스티커를 뒷유리창에 붙이면 이를 보는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뒤따라오는 자동차 운전자이기 때문이다. 본의든 아니든 '내 탓이오'가 '네 탓이오'가 돼 버린 셈이다. '내 탓이오'의 참뜻을 제대로 살리려면 스티커를 앞유리창에 붙이는 세심함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제법 나왔다.

엊그제 이명박 대통령의 '대통령과의 대화'를 보면서 새삼스럽게 '내 탓이오' 운동이 떠올랐다. 안타깝게도 이 대통령은 스티커를 뒷유리창에 붙이고 다니는 운전자로 연상되었다. 자신은 마구 질주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내 탓이오'를 강요하는 것 같았다.

'대화'의 마무리 발언을 다시 떠올려 보자. "…외국에 나가보면 국내에서 작은 문제로 아웅다웅 싸울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 우리가 힘을 합해도 경쟁에 따라갈까말까 하는데 우리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생각했다."

발언 내용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안타깝다'는 대통령의 말을 들으면서 답답함을 느낀 사람은 기자만은 아닐 것이다. 국민통합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문제는 국론 분열과 갈등이 엄존한다는 사실이고, 더욱 중요한 것은 이를 바꿔나가려는 노력이다. 이를 위해서는 분열적 상황이 초래된 원인을 진단하고 그에 맞는 처방을 해야 한다. '아웅다웅 싸우는 현실'을 초래한 사람들의 중심에 이 대통령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만큼 대통령의 진솔한 반성과 책임지는 자세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어느 곳에서도 책임을 통감하는 자세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면서 국민들을 향해 "갈 길이 바쁜데 왜 싸움질이냐"며 나무란다. 국민에게 '내 탓이오'를 강요하는 셈이다. 안타까운 현실의 원인 제공자가 바로 자신임을 인정하지 않는(혹은 깨닫지 못하는)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질식할 듯한 답답함을 안겨주었다.

이 대통령의 경제상황에 대한 진단도 마찬가지였다. 이 대통령은 6개월 평가 질문에 답하면서 쇠고기 파동과 국제환경 등 '상황 탓'을 빼놓지 않았다. 더구나 "우리가 국제환경이나 여건에 대해 조직적으로 실질적으로 잘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국민 대다수가 경제난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외부 환경 탓이 큰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대통령과 정부가 외부환경에 조직적으로 실질적으로 잘 대응했다고 평가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경제팀 수장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신뢰를 보내야 한다는 주장에 이르면 어이가 없어진다. 대통령과 정부는 잘 대처했으니 경제가 나빠진 것은 전적으로 '외부 환경 탓이오'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 대통령은 난국을 극복하고 일류국가로 도약하는 데는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어떻게 신뢰를 쌓느냐이다. 신뢰는 공감에서 나온다. 갈등의 원인에 대해 인식을 공유할 때 후속 처방과 약속에 신뢰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대화'에서 보여준 이 대통령의 시국 인식은 국민의 그것과는 간극이 컸다.

대통령은 자신을 믿으면 국민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했다. 신뢰는 국민과 제대로 소통하고 인식의 간극을 해소하면 자연히 형성된다. 국민들은 '믿어 달라'보다 '신뢰를 얻도록 노력하겠다'는 자세를 기대하지 않았을까. 혹시라도 대통령은 현재 인식의 간극과 불신의 벽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국민 탓'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내 탓이오'는 불신이 팽배한 세상에 대해 보통 사람들이 책임감을 자각한다는 점에서 자못 교훈적이다. 하물며 최고 통치자인 대통령이야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국민의 신뢰를 말하기에 앞서 반성과 성찰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내 탓이오' 스티커는 뒷유리창이 아니라 앞유리창에 붙이고 다녀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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