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가 내는 것을 왜 80%에게 묻느냐, 여론조사 자체가 의미가 없다." 국민 80%가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반대한다는 야당 의원의 주장에 대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답변이다. 사적인 자리가 아니라 국민들이 지켜보는 국감장에서 한 말이다. 대한민국의 장관이 아니라 '1% 부자들의 장관'이 되기로 작정하지 않았다면 내뱉을 수 없는 말이다.
강 장관은 또 "나보고 판단하라면, 종합부동산세는 위헌"이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앞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에 대해 일개 장관이 위헌 운운이라니.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1%의 장관'의 망발이다. 장관의 이 같은 오만불손한 태도는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다. 국민의 대표인 의원들이 그를 준엄하게 꾸짖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그런데 이런 기대는 '1% 정부' 의원들에게는 무망한 것이었다.
물론 종부세 완화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야당 의원들의 목소리가 없지 않았다. '1%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고 서민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은 조세정의에 어긋난다', '부동산 버블이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이라는 것을 보고도 부동산 투기를 조장할 참이냐' 등. 하지만 이는 기세등등한 여당 의원들의 옹호발언에 금방 묻혀버렸다. 종부세 폐지가 '훼손된 법 정신과 무너진 시장경제 원칙을 바로잡는 것'이란다. 더욱 기세가 오른 강 장관은 "종부세는 역사상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세금"이라며 기고만장이다.
서울 강남 지역구 의원들이 '1%'를 위해 종부세 폐지에 핏대를 올리는 것은 그렇다고 치자. 부울경 지역 출신 의원들은 뭔가. 종부세를 완화하면 곧바로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에 막대한 타격을 입는데도 꿀먹은 벙어리 행세를 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종부세는 전액 부동산교부금이란 명칭으로 지방자치단체에 보내게 돼 있다. 재정이 열악한 부울경 지역에서는 그 비중이 작지 않다. 종부세는 조세정의 실현, 부동산 가격 안정 외에도 지역균형발전 재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런 만큼 종부세 완화는 곧 지자체 재정 축소를 의미하는 것이다. 재산세를 올려 부족분을 충당한다는 계획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1%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고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 충당하려는 발상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의 개편안대로라면 내년엔 부동산교부금이 1조4000억 원가량 줄어든다. 전국 134개 지자체의 교부금이 평균 60억 원씩 삭감된다는 뜻이다. 부산은 1230억 원으로 16개 구·군마다 60억원에서 99억원까지 줄게 됐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직원 월급을 걱정해야 할 판'이라는 하소연이 나온다. 지자체의 지정재원을 제외한 가용 예산의 10~15%가 싹둑 잘리게 생겼으니 무리가 아니다. 예산이 줄면 쓰임새를 줄여야 한다. 어디부터 줄이겠는가. 독거노인 장애인 소년소녀가장을 위한, 이른바 기초복지예산이 희생양 1순위가 될 게 뻔하다. 올 초 지자체 예산 10% 절감 지침이 하달됐을 때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같은 사태는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종부세 완화를 반대하는 것은 1% 부자들에 대한 시샘 차원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연 2000만 원, 강만수 장관 1000만 원을 비롯해 국회의원 절반과 고위공무원 대부분이 수백~수천 만원의 혜택을 받게 된 것이 배가 아파서도 결코 아니다. 그러잖아도 열악한 지자체의 재정이 더욱 압박받고, 절대빈곤층을 위한 복지시책이 당장 차질을 빚게 된다는 점을 외면해서 안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구 의원이라면, 비록 여당이라고 하더라도 종부세 완화에 반대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은가. 아니면 부동산교부금 부족분을 충당할 합리적인 대안을 먼저 마련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가 아닌가. 그런데 부울경 지역을 싹쓸이하다시피 한 그 많은 한나라당 의원들은 다 어디갔을까. 의총 등에서 반대론을 밝힌 유기준 현기환 의원 외에 다른 의원들의 목소리는 별로 들리지 않는다. 해당 상임위인 기획재경위 서병수 위원장도 할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한나라당 텃밭인 부울경 의원들이 벌써부터 차기 공천을 의식해서인가, 아니면 서울에 사둔 부동산이 아른거려서인가.
'1%'의 들러리를 서고서도 다음 선거 때 또 지역구 경로당을 찾아 노인복지, 지역발전을 입에 올리는지 똑똑히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