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유난히 길었다. 10월 하순까지 낮기온이 섭씨 25도를 넘나들었다. 서리가 내릴 시기에 선풍기를 돌려야 할 판이니 보통 이변이 아니다. 5월 초부터 더위가 시작됐으니 한 해의 절반이 여름인 셈이다. 지난 이틀간 뒤 늦은 가을비가 온 뒤에야 겨우 제철을 찾은 것 같다.
지구 기후변화에는 온난화라는 큰 병인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 정설로 굳은 지 오래이다. 온난화는 예상보다도 훨씬 깊고 광범위하게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 실감하지 못하는 곳에서 생태계 교란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IPCC(유엔정부간기후회의)는 금세기 안에 지구의 평균기온이 1.1도에서 최악의 경우 6.4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평균기온이 2도 오르면 그린란드 빙하가 사라지고 해수면이 7m까지 높아져, 런던 뉴욕 상하이 등이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다. 3도가 오르면 극지의 사계절이 여름날씨가 되고 아마존이 사막화되는 등 지구의 균형이 무너진다. 4도를 넘어서면 이집트가 침수되고 식수원인 빙하가 사라져 수억 명이 물 부족으로 사망한다. 5도 이상이 되면 예측조차 불가능하다.
온난화가 생태계 파괴와 맞물려 악순환을 이룬다는 점에서 미증유의 재앙은 위기를 더욱 증폭시킨다. 온난화에 의해 파괴된 생태계가 다시 온난화를 부채질하는 악순환은 다양한 모습으로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악순환은 먼저 해양 생태계를 덮쳐 지구의 기후조절 기능에 치명타를 안기고 있다. 온실가스의 저장고인 바다가 이산화탄소의 과잉흡수로 산성화된다. 산성의 바다에서 해양 미생물의 외피와 골격이 녹으면서, 급기야 이산화탄소의 흡수 기능을 상실한다.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산호초의 백화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해양생물 50만 종이 멸종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숲의 반란도 빼놓을 수 없다. 탄소동화작용으로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고 산소를 내뿜는 숲이 고온에서 탄소동화작용을 중단한다. 2003년 유럽 폭염 당시, 초목들이 광합성을 중단하면서 산소 대신 이산화탄소를 방출했다. 영국의 기상관측연구소 해들러센터는 지구의 산소 20%를 공급하는 아마존 열대우림이 반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2005년 아마존유역이 폭염과 가뭄으로 강 지류가 말라붙었던 것은 매우 불길한 징조이다. 아마존이 사막으로 바뀔 경우 숲이 저장하고 있던 2억 t의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으로 방출될 것이고, 온난화를 더욱 가속시킬 것이 분명하다.
그뿐만 아니다. 북극해 빙하가 녹으면서 지표에 물이 많아져 태양열을 더욱 흡수해 온난화를 부채질할 것이다. 악순환은 인간이 자초했다. 탐욕스러운 개발은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며 유기적인 시스템을 분절시켰다. 지난해 여름 북극해는 예년보다 5도 이상 높았고 알래스카 크기의 빙하가 녹아내렸다. 미 항공우주국은 5년 내에 북극해 빙하가 다 녹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2040년엔 히말라야 빙하가, 2050년엔 그린란드 대빙원이 사라질 것이다. 세기말에는 아마존이 사막으로 바뀐다. 한반도도 2050년엔 추석까지 열대야가 계속되고, 벼 수확량도 15%나 급감할 것이라고 한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온난화의 악순환, 그 고리를 끊지 못하고는 벼랑을 향해 폭주하는 지구를 구할 길이 없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일이다. 우리가 먹고 입고 소비하는 모든 것은 에너지로 만들어졌다. 그 에너지의 90%가 화석연료로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이다. 이제 욕망의 크기, 소비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 이달 초 한국을 찾았던 기후변화 연구의 세계적 석학 토머스 러브조이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꽃이 일찍 피고 낯선 새가 나타나는 차원을 넘어섰다"며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온난화의 끝을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이 두렵다"고 말한다. 세계 금융위기는 온난화가 부르는 생태계의 파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금융위기는 삶의 조건을 악화시킬지 모르지만, 온난화의 후유증은 삶의 근거를 송두리째 날려 버린다.
온난화의 거대한 재앙이 우리의 일상을 덮치고 있다. 어쩌면 지구의 환경파괴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는지도 모른다. 설령 돌이킬 수 없는 수순으로 가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자연과 후손에 대한 예의이다. 당장 사용하지 않는 전기구의 플러그부터 뽑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