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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IMF 학습효과는 없었다 /박무성

낙관론만 외치기보다 사회적 약자 대책 세워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8-10-29 21:13:51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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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금융위기 쓰나미(지진해일)가 온 나라를 요동치게 하고 있다.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7일 직접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진화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지금 한국에 금융위기는 없다"고 단언했다. 문제는 오히려 '심리적인 것'으로 실제 이상으로 상황에 과잉반응하고 공포심에 휩싸이는 것이야말로 경계해야 할 가장 무서운 적이라고 진단했다. 지금 정부와 시장에 대한 심리적 신뢰 회복이 관건이라는 대통령의 인식은 옳다. 그러나 국민들이 과잉반응하고 공포심에 휩싸이는 근원적인 이유에 대한 탐구와 성찰은 많이 부족한 듯하다.

경제 위기는 펀더멘털의 붕괴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불안과 의심이 그 단초를 제공하기도 한다. 멀쩡한 기업에 부도설이 나돌면 얼마 지나지 않아 실제 부도가 나는 경우가 그러한 예다. 경제 행위에서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불안과 의심은 단순한 의식세계가 아니라 명백한 실체로 작용한다.

며칠 전 금융위기를 주제로 한 TV토론에서 정부 고위관료는 현재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견고하고 위기가 과장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11년 전 IMF(국제통화기금) 때 경제부처의 일선 과장으로서 IMF 측과 협상하는 자리에도 있었고 환란을 극복하는 과정도 지켜봤다. 그 경험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좋은 경험이 될 것으로 믿는다". 이른바 IMF 학습효과다.

그 고위관료가 IMF 당시에 배운 비싼 교훈을 작금의 금융위기를 예방하거나 적어도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써먹지 못했는지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보다 심각한 것은 위기에 대한 안이한 인식과 근거없는 낙관론이다. 그 역시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현실보다 과장돼 있는 공포심의 심연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1997년 외환위기의 충격은 컸다. 비록 1년여 만에 기적처럼 IMF의 모범졸업생이 됐으나 국민 개개인을 들여다보면 환란의 상처는 결코 아물지 않았다. IMF 긴급자금으로 국가부도의 위기는 넘겼지만 엄청난 희생이 따랐다. 그 상흔은 우리사회의 질곡으로 남아있다. 공포는 면역력을 갖지 못한다. 오히려 증폭될 뿐. 개인과 사회집단이 다르지 않다. 1997년 말부터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맞았던 월급쟁이, 가장의 자살로 한 가족이 풍비박산 나거나 생이별을 했던 사람들의 기억 속에 그 공포는 여전히 잠재의식으로 살아 있다. '1997년 IMF 상황과 비슷해지고 있다는 부정적 인식이 마치 자기실현적 예언처럼 작동할 수 있다'. 미국 월가의 경제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이 보는 지금 한국의 위기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다. 페섹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보다는 투자자들의 불안과 의심이 위기의 더 큰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가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외부요인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의 관리실패로 위기가 증폭되고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는 없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학자들은 시장은 결코 영원히 추락하지 않으며, 시장 안전성의 역사적 경험을 믿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또 이런 경험에서 얻은 값진 교훈은 이번 위기도 머지않아 거품이 꺼지는 작은 파장일 뿐임을 보여줄 것이라고 희망섞인 전망을 전파한다.

자본주의가 종언을 고하지 않는 한 호황과 불황의 순환주기에 따라 지금의 위기는 극복될 것이다. 10년 전보다 더 빨리 회복될 수도 있고 더 더딜 수도 있겠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직장인들이 실직의 벼랑에 내몰려야 하고, 그로 인해 또 얼마나 많은 가정이 붕괴될 것인지 두렵다. 아직 첫 직장조차 가져보지 못한 20~30대 구직자들은 어디까지 절망할 것인가. 극심한 경제난은 유독 사회적 약자들에게 고단한 삶을 떠안기게 마련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헤쳐나가면서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사회안전망 확보다. 이는 수출 부진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도 훌륭한 대책이 될 것이다. 그보다 10년 뒤 또 닥쳐올지 모르는 위기에 대비해 지금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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