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석유중독 벗어나기 /장병윤

개발만능주의 이어간다면 석유 종말시대 못 버텨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세상에서 갑자기 석유가 사라진다면 어떨까. 버스와 지하철이 서고, 냉장고와 엘리베이터도 멎을 것이다. 은행업무가 마비되고 물류는 멈출 게 뻔하다. 합성수지와 합성섬유 생산이 중단되면서 옷과 화장품, 일상용품과 의약품마저 신기루처럼 사라지리라. 상상만으로도 끔찍스러운 일이다.

우리의 일상과 세상의 재화 대부분은 석유를 원료로 하거나 그 동력을 기반으로 한다. 인류는 지난 한 세기 남짓 석유를 사용하면서 문명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석유 이전 수천 년간 인간의 삶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풍요와 편리를 누리고 있다.

얼마 전 한 방송이 '호모오일리쿠스'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송한 적이 있다. 호모오일리쿠스는 석유를 먹고 쓰고 입으며 살아가는, 석유 없이는 생존하지 못하는 현대인을 빗댄 말이다. 석유와 인간의 관계, 석유고갈 시대 인간의 비극적 삶을 조명한 이 프로그램은 우리 시대를 좌우하는 키워드로 '피크오일(Peak Oil)'을 부각시켰다.

피크오일은 1956년 미국의 지질학자 킹 허버트가 도입한 개념이다. 말 그대로 석유 생산의 정점을 의미한다. 정점은 최고의 지점을 나타내지만 조만간 닥쳐올 내리막길도 시사한다. 좀 더 신랄히 말하자면 필연적으로 닥쳐올 몰락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류는 19세기 중반부터 석유를 본격적으로 사용하면서 물질문명의 화려한 꽃을 피웠다. 159ℓ인 석유 1배럴이 내는 열량은 고대 노예 12명의 1년 노동량과 맞먹는다. 석유가 문명 발전을 얼마나 강력하게 추동해 왔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문명이 석유에 의해 지탱되고 일상이 석유에 중독되어 있음을 깨닫는 순간 인류는 유한 자원인 석유의 고갈에 대한 본능적 두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최근 고유가를 겪으면서 피크오일 이론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전문가들이 앞다퉈 전망치를 내놓는 가운데 국제에너지기구(IAEA)는 피크오일이 2010년부터 2020년 사이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피크오일 이후 석유 생산은 몇 년간 소강 상태를 지속하다가 급격히 떨어질 것이고, 석유 사용이 제한된 인류는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재앙 속으로 내몰릴 것이다.

석유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를 수십 년 안에 찾아내지 못한다면 문명의 몰락은 피할 수 없다. 어떤 이는 석유문명의 종말이 20년 안에 올 것이라고 하고 또 다른 이는 40년을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어쨌든 비극은 바로 우리 코앞에 와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위기의 실체조차 짐작하지 못한다. 선진국들은 석유시대의 종말을 앞두고 다양한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제로화를 선언한 도시들이 나오고 석유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대안적 삶의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의 개발, 로컬푸드와 지역화폐의 구축, 자전거타기와 도시텃밭가꾸기 등 다양한 운동들이 그것이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는 정부에서 개인에 이르기까지 석유시대의 비극적 종말에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성장제일주의에 매몰된 채 소비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의 1인당 석유소비량은 연간 16배럴로 세계 5위이다. 한 사람이 하루 물섭취량의 6배인 7ℓ를 소비한다. 더 큰 문제는 해마다 소비량이 늘어나는 데 있다.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97%에 달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2%에 그치는데도 말이다.

새 정부 들어 개발만능이 최고의 미덕으로 판을 치고 지속가능성의 가치는 퇴색하고 있다. 고도의 성장을 추구하는 경제정책은 파괴와 기만을 동반한 야만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한반도를 동강내는 대운하를 통해 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무모한 발상이 대표적 예이다. 이런 탐욕은 특정 계층의 이익을 위해 전체의 미래를 파괴하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생명의 가치를 외면한 천박한 개발논리가 '녹색 성장'이라는 짙은 화장을 하고 국민을 현혹하기도 한다.

석유 종말의 시대, 유일한 생존전략은 석유 중독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과도한 성장을 통한 소모적 삶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는 한 이 시대를 버텨내기 어려울 것이다. 눈앞의 험난한 사막을 건너기 위해선 석유 없이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고 훈련해야 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2. 2부산 철마 한우 싸다 싸
  3. 3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4. 4[포토에세이] 노랗게 물든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5. 5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6. 6“우리가 알던 그 시절 SM 맛” 이수만표 흥행 공식 또 적중…돌풍 속 잡음도
  7. 7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8. 8돗자리 앉아 흥겨운 트로트 즐겨요
  9. 9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10. 10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1. 1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2. 2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3. 3우크라 공관원 추가 철수에 국힘 반발
  4. 4‘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5. 5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6. 6부산시 국감서 전재수 시장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설전
  7. 7부산교통공사 사장 임명, 시설공단은 보류… 협치 여지 남긴 전재수
  8. 8'소장품 셀프 출품'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사의 표명
  9. 9울산시 국감, 시장 발언에 국힘 의원들 퇴장
  10. 10제미나이에 물었다는 이 대통령, 野 "제미나이에 국정 의존, 처참한 수준"(종합)
  1. 1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2. 2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3. 3SB선보, 대선조선 인수 마침표…‘SB대선’ 닻 올렸다
  4. 4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5. 5市, 불꽃축제 앞둔 광안리서 바가지 근절 캠페인
  6. 6타 지역 줄어드는데 부산 5.9%↑…고령화 여파도
  7. 7동남권 해양ICT 육성…해운AX·북극항로 개척 협력
  8. 8‘모두의 창업’ 2기 가동…부울경 1135명 레이스
  9. 9선박 배기가스 저감·밸브제어로 두각…AI 관제 신사업으로 영토 확장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21일
  1. 1“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2. 2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3. 3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4. 4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5. 5부산대·교대 통합 온도차…부실 보고 질타도
  6. 6데이터센터 몰리는 사하구…주민 갈등 줄일 조례 탄생
  7. 7부산시 신임 기획조정실장, 하민상 공수처 담당관 임용(종합)
  8. 8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9. 9생곡소각장·퐁피두 등 전·현 시정 공방…울산 국힘 퇴장 파행
  10. 1022일 출근길 기온 ‘뚝’…부울경 최저 2~9도
  1. 1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2. 2‘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3. 3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4. 4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5. 5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6. 6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7. 7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8. 8"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9. 9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10. 10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교육이라는 희망
주당 ‘13.7시간’ 고용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가덕신공항 참여사 이탈 우려…공사비 현실화 시급하다
지방우대지수 지역 현실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이불 킥’의 순간에 도움 될 심리학 지식 한 스푼
문화예술의 시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거울 속의 외계인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