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며칠 국민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른 사람은 단연 이명박 대통령이 아닌가 싶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대통령의 입 혹은 발언이다. '지금 주식 사면 1년 안에 부자된다'가 그 대표적이다. 이 발언은 불행하게도 분통을 터뜨리거나 절망의 한숨을 토해내게 만들었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의 입을 막을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발언을 자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대통령의 발언에 토를 다는 것은 틀려서가 아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적절성과 품격의 관점에서다. 장사꾼의 청산유수 같은 말이 학자의 입에서 나오면 경박하다는 느낌을 받기 십상이다. CEO가 대통령이 돼서도 경영자 같은 언변을 계속하면 품위가 없다는 말을 들을지 모른다. 말의 적절성과 말의 품격(言品)은 내용과 표현이 그 사람의 신분과 지위에 걸맞으냐에 달렸다. 예부터 언품을 판단할 때 화려함보다 가지런함을 높게 친다.
이 대통령이 LA 교민 간담회에서 했다는 "지금 주식 사면 1년 안에 부자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말은 어떤가. 비슷한 발언은 이전에 두 번 더 있었다. 10월 언론사 경제부장 오찬에서 한 '분명한 것은 지금은 주식을 살 때'와 9월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나온 '펀드라도 사겠다'이다.
취지는 '경제는 심리다'는 원론에 따라 국민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정작 펀드에 들지 않았다. 주가는 계속 떨어졌고, 만약 가입했다면 30%가량의 손실을 입었을 것이다. 이 대통령의 말을 믿고 샀다가 낭패를 본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1년 안에 부자' 발언 직후 "내년 우리 경제가 정말 어렵다"고도 했다. 말이 도무지 가지런하지(앞 뒤가 맞지) 않다. 증권브로커의 말이라면 몰라도 대통령의 발언으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은 일리가 있다.
대통령의 발언 파문은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워싱턴 기자간담회에서 "북한문제의 경우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통일하는 게 궁극의 목표"라고 말했다. 북한이 극도로 거부감을 갖는 '흡수통일'이 목표라고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을 남한테서 얻어먹이는 신세를 면해야 한다" "김정일이 대한민국 이미지까지 나쁘게 만든다"는 말도 스스럼없이 했다. 필부들의 표현이라면 문제가 될 게 없다. 그러나 한국 대통령의 발언으로는 거칠기 이를 데 없다. 외교관들은 '외교적 수사' 혹은 '외교적 용어'로 절제되고 정제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상식이다. 말 한마디 단어 하나에 국익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잡미묘한 북한과의 관계에서는 더욱 그래야 한다.
북한은 남북교류 전면 차단을 선언하면서 이 같은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그동안 보여온 북한의 막무가내식 행태를 두둔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다만, 이 대통령의 숙성되지 않은 표현들이 북한을 자극한 면이 있고, 이로 인해 상호 이롭지 못한 방향으로 치닫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워싱턴 한국특파원 간담회에서는 우방의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언급으로는 낯뜨거운 발언이 터져나왔다. 오바마의 한미 FTA 재협상 요구 가능성에 대해 이 대통령은 "오바마는 시카고에서 노조의 절대적 지지로 당선된 사람인데, 선거 때 무슨 말인들 못하느냐"고 했다. 오바마의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으로 매도한 결례다. 오바마는 물론 미국 정치인들이 "자신이 그랬다고 우리도 그러는 줄 아느냐"라고 받아쳐도 할 말이 없다.
청와대 측은 이 대통령의 발언이 잇달아 파문을 일으키자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보고 기사를 써 달라"고 했다. 발언의 자구에 집착해 전체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섞여 있다. 대통령의 발언은 직접 인용하면 위험하고 의역을 해야 소통이 된다는 것을 청와대측이 자인한 셈이다. 예삿일이 아니다.
예부터 말은 내면의 거울이요, 인품을 담는 그릇이라고 했다. 그 사람의 언품이 곧 인품이다. 국가의 수반이자 상징인 대통령의 언품은 개인의 인격을 넘어 나라의 품격, 즉 국격(國格)이다. 그러니 대통령의 적절치 못한 언행은 직접적인 피해를 줄 뿐 아니라 국격마저 떨어뜨리기 쉽다. '경제는 차치하고 말로써 피곤하게 하지나 말았으면 좋겠다'는 푸념이 항간에 나돈다. '경제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니 이 대통령의 몸에 밴 CEO 말투에 정나미가 떨어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국민에게 피곤함을 주지 않는 대통령의 정제된 언행이야말로 경제위기 극복의 묘약이 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