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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왜 사냐고요? "…" /박창희

혼미한 시대 '자아 찾기' 모두 위해 절실한 일

  • 기획탐사부장
  •  |   입력 : 2009-01-28 21:01:15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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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너가 물었다. "왜 사십니까?" "…."(이상한 질문을 하네.)

"그럼, 무엇 때문에 사십니까?" "…."(약간 짜증이 나려 함.)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아무 대답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순간 막막함과 부끄러움이 엄습했다. 이런 낭패라니. 살면 사는 것이라 여기고 달려온 삶.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하루하루를 때우듯 아등바등 살아온 삶. '이게 내 삶이구나….'

얼마 전 부산국학원이 마련한 '자아발견 수련'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아는 사람 소개로 별 생각없이 갔다가 소중한 깨달음을 선물받고 돌아왔다. 나를 향해 멈춰 있던 뇌 회로가 삼박삼박 돌면서 가족과 친구, 이웃과 사회가 보였다. 의미있는 체험이었다.

미몽에 젖은 나, 헛된 나를 내려놓고 참 나를 찾는 연습. 내 손으로 머리며 가슴이며 팔 다리 어깨 허리를 때려 내 속의 나를 깨웠다. 트레이너가 말했다. "모두 내려 놓고 자기를 만나보세요!" 자신에 대한 몰입과 집중. 얼마나 지났을까. 온몸에 땀이 흥건히 배면서 몸과 의식이 새털처럼 가벼워졌다. 눈을 감았다. 보고 싶은 얼굴들이 떠오른다. 어머니, 아버지, 아이들, 친구들…. 내 어린 시절도 불려온다. 논두렁을 따라 소 먹이고 풀 베던 까까머리 초동. 아스라한 들녘 너머로 노을이 펼쳐지다 밀려간다.

누군가가 거울을 주었다. "눈을 뜨고 보세요. 누가 보입니까?" 저게 나인가. 도리질치며 응시하다 말고 눈을 감는다. 어른어른 충혈되는 눈. 내 이름을 부른다. 눈물이 흐른다. '내가 나를 위해 울다니….' 기묘한 경험이었다. 다시 트레이너가 말했다. "무엇이 보였나요? 원래 당신의 영혼은 맑고 순수하며 자유로웠어요. 그게 자아요 본성입니다. 그런데 살아오면서 많은 때가 끼었어요. 거울을 닦고 싶지 않으세요?"

돌이켜보니 너무 많은 때가 낀 것 같다. 실체 없는 욕망과 탐욕들, 공연한 피해의식들. 나누기보다 가지려 하고, 끌어안기보다 피해 가고, 웃기보다 화내고, 있는 체, 가진 체하며 우쭐댄 시간들. 무엇 때문에 그렇게 달려왔던가. 되돌아보니 헛헛하다. 거울을 닦아보고 싶다. 그래서 자신을 먼저 들여다보고 주위를 돌아보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자아(自我, ego)는 '나 자신'이며 나의 의식이다. 찾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없는 것이 아니다. 철학자 칸트는 경험적 자아 외에 도덕적으로 살려는 '본래적인 자기'가 있다고 했다. 이 '자기'가 자기 중심을 잃고 흔들리는 것이 문제다. 트레이너가 얘기했다.

"어떤 사람이 어렵게 17평짜리 아파트를 장만했어요. 그 행복감을 어디에 견주겠습니까. 그런데 가까운 친구가 32평 아파트를 40평짜리로 늘려 이사간다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그 순간 이전의 행복감은 졸아들고 괜한 시기심이 발동합니다. 왜 그럴까요? 자기 기준이 없기 때문이죠."

자기 기준 없이 '혼이 빠져' 살다보면 무엇이 행복인지 모른다.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두가 부자일 수 없는데 모두 돈만 좇는 무한 경쟁과 질주가 우리를 불행하게 한다. 행복의 의미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교육이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행복은, 기쁨은, 순간순간 자아로부터 솟아나는 샘물일 터인데, 우린 너무 먼 곳, 높은 곳에서 구하고 있지는 않나.

어지러운 시대다. 정치·경제·사회·역사 어디 한곳 시원하게 뚫린 곳이 없다. 한민족의 뿌리조차 모르면서 '5000년 역사'를 운위하고, 중국에 고대사를 뺏기고도 비분을 모른다. 강을 파헤치는 위험한 뉴딜이 진행되고, 뉴라이트가 입맛대로 교과서를 바꾸는가 하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악법이 동시다발적으로 국회에서 춤을 춘다. 도무지 앞뒤가 없고 믿음이 없다. 이 모두는 대한민국이 '자아'를 망각하면서 빚어진 일들이 아닌가.

"우리에겐 '홍익인간(弘益人間)'이란 바르고 큰 사상이 있습니다.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선인들은 '홍익사상'을 얘기하며 중심을 잡아 주었어요. 나만이 아닌 이웃과 사회, 지구촌을 함께 품는 홍익정신이야말로 거대한 '자아발견'이 아닐까요." 트레이너의 우렁찬 목소리가 가슴 속 북소리로 오래 둥둥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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