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기사를 쓰려고 최근 한 의사를 만났는데 대뜸 "어떤 의사가 좋은 의사라고 생각하느냐"고 기자에게 물었다. 의료 분야를 취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 병원이라고는 거의 가본 적이 없는 터여서 머뭇거리다 "병 잘 고치는 의사 아닌가요"라고 답했다. 가타부타 말도 없이 또 질문을 던졌다. "의사치고 병 못 고친다는 사람이 없는데 좋은 의사를 어떻게 알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뾰족하게 떠오르는 생각이 없어 대충 얼버무리고 "기자가 해야 할 질문인데, 왜 그러냐"고 이유를 물으니 의사로서 늘 그 부분이 고민스러워서라고 했다. 살면서 자신을 점검하고 돌아보는 자체가 어려운데, 그것도 생명을 다루는 의사로서 그런 마음을 갖고 있다 하니 참 보기 좋았다.
가볍게 주고받은 대화였지만 좀처럼 그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명의 혹은 용한 의사는 어떤 의사인가? 다른 병원에서 낫지 못한 환자를 낫게 하는 의사인가? 소문이 나 외래 환자가 북적거리는 의사인가? 이런 고민의 해답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어 차제에 환자들에게 도움도 줄 겸 해서 '용한 의사와 좋은 병원'을 알아보기로 했다. 환자 유치를 위한 병원간 경쟁이 치열한 데다 '우리가 최고'라는 일방적 홍보 탓에 의료소비자의 선택을 헷갈리게 하는 게 현실이기도 해서다.
실제 최근 변화하는 의료 환경을 보면 좋은 병원, 좋은 의사와 인연이 되는 게 쉽지만은 않다. 특정 지역 공략을 노린 중·대형 병원들의 문어발식 확장과 환자를 늘리기 위한 병원 증·개축, 유사한 시설·서비스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하나같이 의료기술 특화를 강조, 순발력 있게 환자를 치료한다며 각종 전문센터를 앞다퉈 운영 중이다. 고령화 시대 늘어나는 척추, 관절 등 질환의 수술 환자를 확보하려는 물밑 경쟁도 심하다. 병원의 대형화와 함께 개인의원의 순발력과 대학병원급 진료 수준을 갖췄다며 특정 질환만 다루는 전문병원들끼리의 견제도 뜨겁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전적 문제와 보직, 진료·연구 환경 등을 좇아 병원을 옮겨다니는 의사의 이직률이 20%를 웃돈다는 게 의료계의 전언이다. 일부이긴 하나 한 병원서 2년 있으면 오래 있는 케이스라는 것이다. 한 해 새내기 의사가 3000명 이상 배출되는데, 학맥·인맥 등으로 울타리를 치고 상대를 인정하기 꺼리는 배타성이 폭넓게 존재하는 곳이 의사 세계이다. 이런저런 점을 감안할 때 환자와 인연이 닿는 용한 의사를 찾는 게 막막하기 그지없다. 아픈 몸을 아무에게나 맡길 수 없으니 이 의사, 저 의사를 찾아다니는 환자들의 '의사 쇼핑'이 늘어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만나는 의사마다 인맥·학맥·소속을 떠나 '용한 의사'의 답을 요구하자 다양하게 나왔다. 판단력과 정확성이 있는 의사, 환자와 소통·교감을 잘하는 의사, 질병에 대한 근거를 잘 설명하고 신뢰를 주는 의사,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효과적인 치료 방법을 제시하는 의사 등등. 모두 맞는 말로 의사로서 당연히 갖춰야 할 덕목이다. 그런 교과서적인 답 속에서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었다. 즉 수요자인 환자가 요구하는 덕목을 갖추려 진료와 더불어 부단히 연구하는 의사, 진료에만 치중하지 않고 연구와 교육을 병행하는 병원이 나름대로 '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진료·연구·교육'의 세 바퀴가 함께 돌아야 한다는 말이다. 연구와 임상적 성과물인 논문 발표는 뒷전이고 진료에만 매달리거나 혹은 그 반대 사례는 일단 경계의 대상이 아닐까 싶다. 환자와 의료소비자를 무서워하는 자세가 아니기 때문이다.
부산에 이런 병원이 있다. 취재차 우연히 방문한 중형급 병원인데 병원 내에 의사 연구실과 도서실, 콘퍼런스실 등 연구 풍토가 훌륭하게 조성돼 있었다. 의학 발전은 진료뿐만 아니라 학술 연구와 같이 가야 한다는 신념으로 지원 중이라고 했다. 의사들이 팀을 이뤄 환자에게 필요한 최상의 진료 방식을 토의하고 결정한 후 환자를 동시에 책임지는 시스템도 눈길을 끌었다. 요즘 부산의 먹고살길 중 하나가 의료 관광이다 의료 허브다 하면서 붕 떠 있다. 그게 그냥 이뤄지나. 의료의 질을 높이는 게 우선이다. 그러려면 용한 병원과 용한 의사가 많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