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론] 오늘을 살아가는 개미의 자세는 /이명원

정열·자본 투자할 곳 '시장'이 아니라 연대·협동하는 공동체로 모여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04-20 21:19:19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요즘 한국경제 돌아가는 형세를 보면, '폭탄 돌리기'처럼 보인다. 통계상의 실업자가 100만에 육박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중소기업을 포함한 제조업 가동률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으며, 명백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대졸 순수취업률 역시 위험한 수준인데, 들썩거리는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을 근거로 한국경제를 낙관하는 발언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 와중에 일자리는 당연히 더욱 줄어들고 있다. 비정규직은 물론이거니와 정규직 사원들 역시 거리로 떠밀리고 있고, 정부와 기업은 무지막지한 해고를 '구조조정'이라면서 연일 권유하고 있다.

오늘의 상황은 단순히 경기침체나 후퇴기가 아니다. 그것은 경기회복의 신호가 되는 전통적인 요소들, 가령 고용률·제조업 가동률·소비증가·금리 등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동산과 증권시장만이 기이할 정도로 과열되고 있는 이상징후를 봐도 알 수 있다. 이는 시장의 구조적 안정성이 붕괴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에 대거 풀려 있는 현금자본이 일종의 마지막 쿠오바디스를 감행하기 위해서 벌이는 절망적인 '투기상황'이며, 결국 이러한 투기상황에 평범한 개미들이 집단적으로 뛰어들자마자, 교활한 투기자본들이 '차익'을 취한 후 곧바로 철수하게 될 대붕괴의 징후를 보여주는 황혼기의 '착시현상'이라는 것이 내 판단이다.

사실 이런 국면에서 '개미'로 상징되는 평범한 시민이 취해야 될 태도는 협동과 연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고용보장을 요구하고, 거의 '알바' 수준으로 전락한 청년실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을 정부에 압박하는 일이며, 일상생활에서 가장 커다란 압력으로 작동하는 주거와 교육 그리고 의료비용의 점증하는 압력에 대항하여 사회안전망을 확대시키는 정책을 오히려 집중적으로 요구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무늬만 '고통분담'이라는 위로부터의 시장담론에 휘둘리지 않고, '행복 나눔' '품위 있는 사회'라는 좀 더 인간의 존엄성에 가까운 미래사회를 대비할 수 있다.

동시에 '개미'들 자신의 '이중사고'에 대한 성찰이 뒤따라야 한다. 사실 오늘과 같은 경제적 대붕괴의 시대에 가장 고통받는 것은 기업이나 후견인인 국가가 아니다. 개미들이야말로 최대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대붕괴의 시대에 기업과 국가는 평소에는 '개미'의 압력 때문에 할 수 없었던 무지막지한 해고와 구조조정을 아무런 저항 없이 해나가고, 운이 좋으면 시장 자체를 비경쟁적인 독점 또는 카르텔의 형식으로 재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개미'의 이중사고는 무엇인가. 체제가 교묘하게 권유한 결과이겠지만, 위기가 발생하면 결국 '나 혼자는 살 수 있다'는 사적 해결책 모색과 오히려 고용불안과 같은 위기의 순간에 스스로의 정체성을 '투자자'의 시선으로 이행시키는 기묘한 허위의식이다.

만일 한국인이 주거와 교육과 의료 분야에 기울이는 평생의 노력을 연대와 협동 등 집합적 해법을 통해 모색해 간다면, 일상의 점증하는 '위험사회의 압력'으로부터 벗어난 '품위 있는 사회'가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개미'들은 '공동체'에 대한 깊은 책임과 신뢰감이 없을 뿐만 아니라, 국가가 이런 공동체성에 대한 신뢰를 지속적으로 훼손해 온 역사에 과잉 적응한 나머지, 일단 위기가 닥치면 모든 해법을 개인적 수단으로 강구하고자 애쓴다.

직장에서의 노동조합이나 지역에서의 협동조합의 모색이 이런 위기의 순간에는 오히려 강화되어야 할 텐데,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개미'들은 자신이 보유한 부동산과 펀드를 순환시켜 안정자산을 확보해야겠다는 욕망에 경쟁적으로 가세한다. 개미들 자신이 노동자이면서도 노동자 정체성보다는 '투자자' 정체성에 함몰되어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실 오늘의 몰락해가는 신자유주의의 강화는 전 국민을 '투자자'의 심리상태로 고착시킨 체제의 전략이 주효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개미'들이 진정으로 자신의 정열과 자본을 투자해야 할 곳은 '시장'이 아니다. 개미들은 '투자자'가 아니라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연대'하고 '협동'하는 공동체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지금 실천해야 한다.

문학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3. 3부산국제영화제 11년 만에 ‘관객 20만’ 재돌파
  4. 4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5. 5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6. 6[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7. 7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8. 8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9. 9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10. 10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1. 1[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2. 2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3. 3‘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4. 4北 "전날 동해서 2종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5. 5신임 靑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종합)
  6. 6김민석 격주 부산행 PK 민심잡기…부마항쟁 기념식 찾는다
  7. 7이 대통령 "부마항쟁 헌법 조문화, 이제는 실천할 때"
  8. 8김민석, 강훈식 서울시장 후보론에 “가능성 열려있다”
  9. 9李 대통령 지지율, 2주 전보다 소폭 오른 44%…부정 평가 49%
  10. 10김지용 “정치검사 1호는 尹”…과거 행적 놓고 與 집안싸움(종합)
  1. 1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2. 2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3. 3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4. 4‘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5. 5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6. 6모건스탠리 “고물가 고착화 위험에 한은 내달 금리 올릴 듯”
  7. 7AI 투자 회의론 고개…글로벌 반도체주 ‘먹구름’
  8. 8부산항에 석유 보세구역…북극항로 선박연료 생산·공급
  9. 9커피향 가득한 미래 작가들 ‘사랑방’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5일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3. 3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4. 4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5. 5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6. 6“장림항 레저보트 철수명령 정당” 대법 확정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6일
  8. 8예고 임용강사·학원장 겸직, 전국서 부산예고 가장 높아
  9. 9거짓자백 받았나…法, 17년전 ‘창원 택시기사 살인’ 재심청구 인용
  10. 10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 배재정 전 의원 실형 구형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5. 5[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은정이라는 이름
다시 영화의 시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초대 중수청장, 내편 네편 아닌 국민편에 서라
지자체, 현수막 법 준수하고 실태부터 파악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