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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성장론자들의 두 가지 딜레마 /박무성

3만달러 시대 열려면 투명한 사회가 필수

'게이트' 반복되는 현실 안타깝고 암울하다

  • 문화 부장
  •  |   입력 : 2009-04-22 20:57:29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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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삶을 위해 수입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개개인 삶의 질은 국가 경제성장을 통해 비로소 향상된다. 따라서 계층 간 소득 균형이나 분배는 부차적인 문제일 뿐 아니라 비효율적인 방식이다. 상류층에 감세 등 각종 혜택을 주면 경제가 빠르게 활성화되고, 성장의 혜택은 그릇을 넘쳐 아래로 아래로 흘러내려 모두가 골고루 나눠갖게 된다'. 이른바 트리클 다운(Trickle Down) 효과를 신봉하는 성장론자들의 지론이다. 하지만 그들은 행복을 담보해주지 못할 뿐 아니라 그럴 수도 없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국민소득과 행복지수는 극단적인 예외를 제외하면 어느 선까지 상관관계를 보인다. 또한 1인당 소득 1만 달러 선에 이르는 기간에 비해 2만 달러로 가는 기간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고, 다시 3만 달러로 올라서는 시간은 더 줄어드는 경향성은 선진국의 발전 과정에서 관찰된 것이다. 그런데 2만 달러의 고지를 넘어 3만 달러로 가는 길목에는 성장론자들도 어찌할 수 없는 복병이 있다. 그건 지하자원도, 인적자원도, 성장동력도 아니다. 다름 아닌 투명도다. 사회가 부패하지 않고 얼마나 청렴하느냐가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가는 여부를 가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 투명도는 성장론자들의 '전공필수'가 아니다.

한국은 국제투명성위원회의 부패인식지수(CPI·투명도)에서 2006년 42위, 2007년 43위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80개국 중 40위로 약간 올라섰다. 부패인식지수는 10점 만점에 5.6점으로 '투명도 선진국' 수준인 7점까지는 한참 거리가 있다. 국제투명성위원회가 투명도와 국민소득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내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투명도가 1점 오르면 국민소득이 평균 5000달러 오른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이 타당하다면 한국은 1인당 소득 3만 달러 시대조차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5년마다 주기적으로 전직 대통령들이 이런저런 게이트로 검찰의 수사를 받는 현실이 단적으로 입증한다.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문은 최고위층의 권력형 비리를 떠나 정치인·기업가·관료 3자 간 '뇌물의 정치경제학'이라는 고착된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암울하다. 일부에서는 부패가 100% 나쁜 것은 아니라는 '부패의 역설'을 들먹이기도 한다. 뇌물이 관료사회의 경직성을 완화시켜 경제를 매끄럽게 돌아가게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이 30, 40년 만에 고도압축성장을 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로 뇌물의 윤활유 역할을 거론하기도 하나, 결국 이는 더 이상의 발전을 가로막는 치명적인 후유증이 될 수 있다.

1인당 소득 2만 달러를 넘어서면 행복은 소득에 비례한다는 가설이 아예 작동하지 않는 현실도 성장론자들을 곤혹스럽게 한다. 최저생계 수준만 벗어나면 설사 경제성장이 계속되더라도 행복이 절로 증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s Paradox)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배, 일본은 7배가 늘었지만 이들 국민의 행복도가 그만큼 늘지 않았다. 한국은 같은 기간 소득이 무려 250배가량 급증했다. 그렇다면 한국인의 행복도는 얼마나 늘었을까.

오늘 하루의 바쁜 일상이 궁극적으로 나와 가족들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아등바등 한푼이라도 더 벌려고 하기보다 다른 길을 모색할 때가 됐다. 소득 3만, 4만 달러를 향해 가족도 잊은 채, 심지어 건강조차 내팽개친 채 온 국민이 "경제 경제"를 외치지 않아도 우린 지금보다 훨씬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

구체적인 사례 하나만 적시해보자. 지난 한 해 한국의 사교육비는 총 20조9000억 원, 가구당 125만 원에 이른다. 전체 추계가구수(1667만3162가구)로 나눈 액수이니 학생이 없는 신혼이나 노부부, 1인 가구를 제외하면 실제 부담가구는 수백만 원도 더 될 것이다. 실제 요즘 중·고생을 함께 둔 가정에서 사교육비로 월 100만 원 이상 나가는 것은 예사다. 공교육이 제자리를 찾아 사교육비 부담이 사라진다면 연간 1200만 원, 1만 달러 정도의 소득증대 효과를 가져온다. 같은 생각의 사람들이 어떻게 연대하느냐에 달렸지만, 이는 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여는 것보다 훨씬 쉽고 행복한 길일 수 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참살이를 찾는 비결은 성장론의 울타리 밖에도 숱하게 널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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