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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정부가 해야 할 신식 일자리 창출 /이지양

부쩍 늘고 있는 소규모 서비스업 정착시킬 수 있는 제도 고민해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05-11 20:35:24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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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주사도 놓지 않은 채 수술하는 것처럼, 수술하는 사람, 수술 받는 사람, 그 주변 사람, 모두 차이 없이 고통스럽다. 그래도 수술 받는 사람의 고통이 제일 클 것이다. 하루아침에 삶의 모든 것을 바꾸기를 요구받는 고통, 그 고통 속에 일자리가 사라지다니, 그야말로 마취 없이 수술당하는 것에 못지 않으리라.

모든 생명체는 근본적으로는 생명을 유지하고 보호하기 위해 활동한다. 사람도 의식주를 해결하며 살기 위해 활동해왔다. 그런데 이제 웬만한 일은 기계가 자동화시스템으로 다 해결해버리니까 문제인 것이다. 피터 드러커가 말했다. 하이테크 엔지니어와 서비스업 종사자의 갈등이 예견된다고. 예견이 아니라 이미 현실 속에서 실감하고 있다. 발마사지 대신에 발마사지 기계가, 안마 대신에 안마 의자가, 청소부 대신에 청소로봇이, 다 대신해버리는 것이다. 일단 기계가 한번 발을 붙인 곳에서는 사람과 기계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 백전백승 기계의 압승이다. 기계는 그야말로 기계적으로 일을 쉬지 않고 해치우니까.

그래서 첨단 기계의 자동화시스템에 밀려난 실직자가 산더미같이 쏟아진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된다. 그런 한편에서는 정부가 1조7000억 원을 투입하여 저소득층 일자리를 지원하는 '희망근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한다. 일단 안도감을 느끼는데도, 왜 복지 정책과 경제 정책의 혼선을 보는 기분이 드는 걸까. 첨단의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이 구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대량실업의 핵심 사안인 중산층의 몰락을 돕는 대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황을 다시 잘 살펴보자. 이제는 경기가 호전되어 경제가 활황을 이루더라도 다시 대량 고용은 발생하기 힘들다. 사람들을 많이 고용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드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대신 개인단위, 소규모 단위의 새로운 업종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1인 단독, 혹은 5인 이내의 소규모 단위의 서비스업종의 일이야말로 우리 모두에게 웃음을 찾아 줄 것이다. 그런데 두 가지 장치가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정부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해야만 하는 '신식 역할'이다.

첫째, '개인 단위' '소규모 서비스업'의 신뢰구축을 위한 '초미니 사업자 정부인증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은 개인 블로그를 통해서도 생업을 꾸려가기도 한다. 그럴 경우 가장 문제되는 것은 '신뢰'의 문제이다. 이들의 개별 영업활동을 어떻게 지원하고, 인증하고, 표준 약관을 비롯한 필요한 규약을 만들 것인지, 정부가 초미니 단위 사업의 신뢰구축에 신경을 써야 한다. 둘째, 최신 업종들을 직업으로 등록시키면서 그 노동 가치를 공정하게 평가할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규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신종 업종들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결국 정부의 복지정책은 그대로 진행되어야겠지만, 일자리 나누기 문제의 정책은 새로운 사회 변화에 맞춤형이어야 한다. 대량고용이 대량해고로 나타나지만 다시 대량고용으로 돌아가지는 못한다. 기계 자동화시스템이 작동하니까. 그래서 사람들의 일자리는 초미니 단위로 개별화되어 나타난다. 그렇게 새 일자리가 창출될 때 그 발생과 성장을 추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부가 때맞춰 갖추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정부와 더불어 온 사회가 지금이야말로 사람의 노동 가치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노동의 내용과 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의 노동이 지나치게 평가절하되고 있고 새로운 종류의 노동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다가 지금은 공존을 위한 분배시스템이란 꿈도 꾸지 않고 있지만, 그런 계획도 세워야 한다. 우리는 분배라고 하면 무슨 불우이웃돕기처럼 생각하는데 그건 오해다. 세계 어디나 농사를 짓지만 그 사회의 분배시스템에 따라 농촌총각이 발생하기도 하고 도시총각과 아무 차이 없이 살게 되기도 한다. 정당하고 공정한 분배는 노동에 대한 생각을 바르게 재정립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지만 결국은 그 사회 구성원들의 합리적 사고가 모여서 그 사회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리가 노동의 본질적 의미와 가치를 본격적으로 곰곰이 따져 생각해봐야만 하는 필연적 이유는 많다. 그런 사고를 해야만 직업 차별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온 사회가 다함께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바로 지금이!

연세대 국학연구원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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