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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리즘] 노 전 대통령 서거와 남은 자들의 의무 /임을출

10·4 선언 존중 개성공단 살리기로 남남·남북갈등 푸는 '고인의 뜻' 받들어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05-24 21:07:45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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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온 나라를 비통과 한숨으로 채우고 있는 듯하다. 그의 갑작스러운 역사 속으로의 퇴장은 남남갈등, 나아가 남북관계에도 미묘한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현 보수정부의 몇몇 기획자들에 따르면 그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좌파정권'의 수장이었다. 그가 이제 홀연히 세상을 떠났으니 남남, 나아가 남북갈등이 더 악화될지, 아니면 화합의 계기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우리 사회의 보수진영은 지난 정권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규정하고, 좋은 정책이든 나쁜 정책이든 가리지 않고 노무현 흔적 지우기에 나섰던 것은 모두가 아는 일이다. '좌파정권 종식'을 외치며 집권한 세력은 대통령직인수위 시절부터 참여정부와의 차별화에 나섰다.

우리 사회 내부의 보수 진보 진영간 정치적 이해관계와 이념적 노선을 둘러싼 갈등과 불신이 깊어지고, 개성공단이 폐쇄 위기에 놓이는 등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최악의 남북관계는 이런 인식과 판단의 연장선상에서 초래된 예정된 결과들이다. 특히 현 집권세력이 6·15선언뿐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기 말에 추진해 성사시킨 10·4 남북정상선언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외면한 것은 남북관계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다.

남북화해의 마지막 상징인 개성공단이 문을 닫는다면 이는 6·15공동선언, 10·4 남북정상선언의 마지막 파국을 의미한다. 지난 5월 15일 개성공단 북측 관리기관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남측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를 통해 그간 개성공단에 적용해온 관련법규와 계약들의 무효를 선포하고 "집행할 의사가 없다면 개성공업지구에서 나가도 무방할 것"이라고 통지문을 발표했다. 북한이 처음으로 공식 문건을 통해 개성공단의 폐쇄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북한은 통지문에서 "개성공업지구의 특혜조치들은 역사적인 북남선언들의 근본정신인 '우리 민족끼리'의 이념에 기초하여 우리가 남측에 부여한 것"이라며 "6·15를 부정하는 자들에게 6·15의 혜택을 줄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이치"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당장은 남북한 당국 모두 폐쇄 이후의 심각한 후유증을 우려한 탓인지 개성공단의 파국을 원치 않아 보인다. 그리고 해법은 6·15공동선언과 10·4 남북정상선언에 대한 합의정신 존중과 실천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듯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함께 서명한 10·4 남북정상선언과 후속조치들을 자세히 뜯어보면 사실 개성공단 사업을 살리고, 활성화시키기 위한 것들이 핵심 내용들이다. 개성공단 2단계 사업을 조기에 착수하기로 합의한 것을 비롯해 우리 중소기업들의 원활한 경영 및 생산활동을 가로막는 핵심 걸림돌인 이른바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 해결과 원거리 거주 북측 근로자들을 위한 합숙소 건설 지원 합의 내용 등이 포함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건설 등 적지 않은 재원이 소요되는 프로젝트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지만, 이는 실무자 간의 협의 과정에서 이행 속도와 규모 등이 자연스럽게 조율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런 주요 합의들이 '노무현 흔적 지우기'와 핵문제 선 해결 등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되어 이행되지 못하면서 개성공단이 뿌리째 흔들리기 시작했고 결국 지금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개성공단 사업은 북한 4만여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과 가족들을 포함한 10만여 명을 만성적인 빈곤에서 벗어나게 하고, 우리의 109개 중소기업과 5000여개 협력기업들의 생존을 위한 대안이기도 하다. 남북갈등의 해소는 10·4 선언의 존중과 이행에서 찾아야 한다. 이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안타까운 희생을 위로하고, 고인의 뜻을 헤아리는 길이며, 남남갈등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길이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남남, 남북 간에 대립과 분열이 아닌, 상호 이해와 화해의 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치적 이념을 달리하는 사람을 비롯해 노동자와 빈민 등 사회적 약자에 귀를 좀더 기울이고, 북한에 대해서도 비슷한 맥락에서 보다 포용적 접근을 시도하여 남남, 남북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상생공영을 달성하는 것이 남은 자들의 의무가 되어야 한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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