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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리즘] 최상의 가치는 평화와 통일 /임을출

인도적 대북지원은 남북상생의 보루 군비증강 몰두보다 '평화 비용' 지불해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06-28 20:14:19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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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독일 통일 20년이 되는 해이다.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 독일인 가운데 어느 누구도 이렇게 갑자기 통일이 불쑥 다가올 줄은 몰랐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독일 통일 20년을 평가하면서 연구자들은 당시 서독 정부가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일관되게 추진했던 '지속적인 접촉을 통한 (동독)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독일의 통일 과정도 무수한 대립과 갈등, 관계의 진전과 후퇴를 겪었지만 이런 와중에서도 접촉과 교류협력이 중단되지 않고 이어졌기에 그나마 오늘날 통일의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그렇다면 정작 우리의 사정은 어떠한가. 정부는 지난 4월 5일 북한의 로켓발사 이후 '국민 신변안전보호 조치'의 일환으로 민간단체와 기업들의 방북을 사실상 불허하고 대부분의 인도적 자원물자에 대한 반출승인을 유보했다. 또한 5월 25일 북한의 핵실험 이후 개성공단 관계자 외의 모든 방북 승인을 전면 유보하고 있다. 신변안전과 무관한 인도적 대북지원 물자마저도 못가게 막음으로써 현재 여러 단체에서 북한의 병원, 농장, 콩우유 공장, 탁아소 등에 보내려다 반출하지 못하여, 인천항에 쌓여있는 의료장비와 공사자재 등이 20억 원어치에 이른다. 3개월가량 탁송을 못하고 있어 컨테이너 속 시멘트는 굳어가고, 일부 자재와 장비들은 항만창고에서 녹슬어가고 있으며 추후 탁송하여도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북지원 단체들의 주장이다. 특히 민간단체들은 정부 예산이 아닌 국민들의 정성어린 성금으로 마련한 사업까지 정부가 가로막고 있는 데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인도적 대북지원을 중단하는 것이 '북한 정부에 대한 압력'이며 '북한 길들이기를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를 비롯한 국제사회조차 대북제재결의안(1874호)을 결의하면서도 민간 차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제외한다고 밝히고 있다. 결의안은 머리말에서 이번 결의에 의해 부과되는 조치들이 북한주민들에게 부정적인 인도주의적 결과를 의도하지 않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주민들의 필요를 직접 해소하는 인도주의 또는 개발목적의 지원은 허용한다(제19항)고 명기해 놓고 있다.

실제 우리 민간단체들이 북한에 보내려 하는 물자의 도착지도 대부분 북한의 병원과 농장, 콩우유 공장, 탁아소 등이다. 그래서 대북지원 단체들은 인도적 지원물자의 반출이나 모니터링 방북을 통하여 남한 국민들의 마음과 정서를 북한 주민들과 공유하고, 소통을 위한 실핏줄을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도 대북지원이 가져다주는 남북 상생과 공존, 화해와 협력을 위한 최소한의 보루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지난 10여 년간의 대북지원과 교류의 역사에서, 그동안 서해교전이 두 차례나 있었고, 금강산에서 관광객이 억류되었어도 민간 차원의 대북지원이 중단된 적은 없었다. 오히려 민간의 대북지원과 교류협력은 중단되었던 당국 간 대화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계기를 마련했다. 무엇보다 대북지원은 북한 주민들에게 한국사회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신뢰를 심어주는 데 크게 기여해왔다.

얼마 전 세미나 발표를 위해 서울을 방문한 유르겐 아레츠 독일 튀링겐주 경제부 차관은 "아무리 많은 돈이 들어가도 최상의 가치인 평화를 확보할 수 있다면 통일은 할만하다"면서 "돈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독일이 그랬듯이 이곳에서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것, 불안감 없이 살 수 있다는 것, 우리 자식들과 손자들이 평화롭게 미래에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서독 통일협상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그는 스스로 이상주의자가 아닌 보수주의자이자 현실주의자임을 거듭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우리에게 평화를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 아니면 늘 안보위협에 시달리면서 군비증강에만 몰두할 것인지 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묻는 듯했다. 민간인들의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은 유보시킨 채, 북한의 비대칭 무기(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에 대비하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국방 예산 증액에 골몰하고 있는 정부와 집권 여당을 지켜보면서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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