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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리즘] 사이버 테러와 국가안보 /서주석

국방 망 뚫릴 경우 軍 운용 힘들어

국가차원 대응체계 구축되기를 기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07-12 20:25:25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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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분산서비스거부(DDoS) 사태가 사이버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수많은 '좀비PC'가 한국과 미국의 몇몇 정부기관 및 기업 등의 웹사이트에 무차별 접속을 시도하면서 사이트가 다운되는 일이 반복됐다. 정교한 악성코드를 만들어낸 해커들이 누구이든 일반 PC를 무기화했다는 점에서 마치 9·11 테러 당시 민간 항공기를 공격 수단으로 활용했던 일까지 연상시킨다.

이미 인터넷 강국인 우리에게 사이버상 혼란은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이른바 '슬래머웜 바이러스'로 인터넷망 자체가 마비되었던 2003년 1월 인터넷대란 당시에도 몇 조 원의 피해가 있었다고 한다. 이번에는 다행히 정부 부처의 기밀정보가 해킹당하지 않았다지만, 사이버몰의 재산상 손실이 컸고 미국 정부기관이 한국으로부터의 접속을 아예 차단하는 등 유·무형의 피해가 적지 않았다.

이제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일 뿐 아니라 의견이 교환되고 거래가 성사되는 '교류의 현장'이기도 하다. 인터넷 차단은 단순히 정보만 막는 것이 아니라 의견 교류와 전자 상거래까지 불가능하게 만든다. 정책의 결정 및 집행에 관한 정부 망과 군 운용을 관리하는 국방 망이 뚫릴 경우 기밀만 새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정상적 운영과 군부대 운용 자체가 힘들어진다. 각 부문은 멀쩡한데 이를 효율적으로 통합 운영하지 못하면서 정부의 힘은 축소될 수밖에 없고, 우수한 무기를 갖고서도 전쟁에 지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이번 사이버테러의 배후에 북한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 여기에는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이 지난 달 27일 "남한이 미국 주도의 사이버전인 '사이버스톰' 합동훈련 참가를 추진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도발행위"라면서 "우리는 그 어떤 방식의 고도기술 전쟁에도 다 준비돼 있다"고 밝힌 사실이 주목되고 있다. 아직 악성코드의 근원지가 완전히 확인되지 못한 상태에서 더 추적해 봐야 하겠지만, 북한이 보유한 대규모 해킹 전문 인력을 고려할 때 이 사태를 계기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사실 전세계 해커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아 온 미국으로서는 사이버전쟁에 대비한 훈련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얼마 전 국군기무사령부는 우리 군에 대한 해킹 시도가 하루 9만5000건이라고 발표한 바 있으나, 미국 펜타곤에 대한 해커 침입 건수는 하루 600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이클 매코널 전 미국 국가정보국장(DNI)은 "(사이버 공격으로) 미국에서 돈의 흐름이 차단된다면 핵전쟁에 못지 않는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한 바도 있다.

북한이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힌 미국의 '사이버스톰' 훈련도 국토안보부 주관 하에 2006년부터 격년제로 실시하고 있는 사이버전쟁 훈련이다. 지난 번 훈련에는 미국내 정부기관과 주요 기업뿐 아니라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동맹국들이 참여했고 2010년 훈련에는 우리도 참여하기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 문제를 중시하여 지난 5월 사이버보안을 총괄하는 '사이버 차르'를 임명할 것이라고 밝혔고, 170억 달러 규모의 사이버보안 5개년 예산도 대폭 늘리는 내용의 보완책을 수립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터넷보안 전문가들은 한국이 세계적으로 IT 강국이기는 하지만 사이버보안 대책이 여전히 미흡하고 오히려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로 인해 공격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이번 사태 발생후 사이버안전실무위원회를 열어 사이버 위협에 대한 '주의' 경보를 발했고, 9일에는 긴급 차관회의를 열어 사이버테러에 대한 국가 차원의 종합적 대응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차제에 보다 체계적인 사이버테러 대응책이 마련되어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7월 첫 가동된 국가사이버안전관리체계가 더욱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인기 SF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자각력이 생긴 컴퓨터 네트워크 스카이넷이 인간을 향해 핵공격을 한다는 설정을 뼈대로 하고 있다. 물론 영화에서처럼 기계에 의한 공격이 실현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지만, 인간 해커에 의한 사이버공격에 대비하는 고도의 보안체계가 구축된다면 그런 가상적 상황을 막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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