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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사람의 윤리가 위협받는 사회 /이명원

공권력이 만든 죽음 사죄조차 않는 국가

파업했다고 식수단절…병들어가는 인간윤리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08-03 20:08:08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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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오늘의 일상이 재난에 가까운 공황감각과 좌절감으로 충만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특히 민주주의의 위기가 단순히 제도정치의 난맥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활세계 전반의 붕괴를 초래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눈 감기 어렵다.

2009년 현재 한국사회의 가장 어두운 본질을 폭로하고 있는 사건은 용산참사다. 1970년대 산업화의 비인간적인 폭력성을 고발한 소설가 조세희조차 이 사건 앞에서 국가폭력에 의한 학살이라는 비탄을 고백할 정도로 그 사건은 충격적이었다. 이 사건이 충격적인 것은 단순히 재개발 구역의 철거민이 공권력의 진압의 와중에 사망했다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사실 지금까지의 사태 전개과정을 지켜보면서 깨닫게 되는 것은 우리가 한국이라고 하는 공동체 안에서 인간의 표식이라고 간주했던 많은 것들이 거침없이 붕괴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충격적이다.

나는 특히 죽음을 통한 불가항력적인 항의에 대해서조차 거듭 모욕을 가하는 폭력의 불감증이 위험수위에 도달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에 불길하다. 알려진 것처럼 용산참사에서 희생된 사람들은 재개발 이전까지는 한국사회의 평범한 중간계급에 속한 자영업자들이었다. 그들은 생존권을 요구했을 뿐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생계를 도모해왔던 바로 그 장소에서 계속 먹고살고 싶다는 기본욕구를 표명했다는 사실 때문에 결국 죽음에 이르렀다.

그런 그들이 용역과 경찰특공대의 진압작전의 와중에 희생된 것은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해 있어야 할 공권력의 존재근거에 의문을 표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그 최초의 죽음이 비인간적인 공권력의 진압에 의한 것도 충격이지만, 사건 발생이후 공권력이 보여준 거듭되는 모욕은 도대체가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기도 했다.

어떤 생각의 차이가 있을지라도 적어도 한국인들의 뿌리 깊은 공동체의 감각 속에는 그것이 억울한 죽음이건 자연사이건 막론하고, 망자에 대한 예를 지키는 일에 대해서는 거의 필사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공통된 사고방식을 공유해왔다. 우리가 흔히 관혼상제로 일컫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에서도 죽음에 대한 예는 매우 본질적인 생활윤리로 정착된 것이어서, 망자의 죽음을 모욕하는 일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용산참사 이후의 사태는 그러한 공동체의 상식조차도 이제는 용인할 수 없는 지경으로 타락하고 있는 현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의 희생에 대해 국가는 결코 사죄하지 않았다. 반대로 국가와 공권력은 그 죽음을 테러리즘으로 비난했는데, 이는 뒤집어 말하면 그 죽임의 과정 자체의 정당성을 옹호한 것에 불과하다. 거기서 더 나아가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유가족을 모욕하고 폭행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다른 모든 것을 떠나 인간이라면 당연히 품고 있어야 마땅할 사람의 윤리를 붕괴시키는 주체가 국가 공권력이라는 사실은 얼마나 불길한가.

최근의 쌍용차 파업 사태 역시 사람의 윤리가 붕괴되고 있는 것의 명백한 징후로 이해될 수 있는 풍경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파업이 불법이라며 파업 노동자가 거주하고 있는 도장공장의 식수와 전력을 끊어버리는 회사 측의 행태다. 이것은 파업을 풀지 않으면 거기서 죽어도 상관없다는 극단적인 의사표시가 아닐 수 없다. 설사 노동자들의 파업을 용인할 수 없다는 회사 측의 생각이 가능한 발상이라고 하더라도, 파업노동자들의 생물학적인 생존 자체를 그들이 봉쇄할 권리는 없다. 게다가 이 사태가 더욱 비극적인 것은 회사에서 잘린 사원과 살아남은 사원들이 한때 같은 처지에 있었던 공동체의 성원이면서도, 결국은 자기 생존을 위해서 적자생존의 비정한 싸움의 주체로 나서게 만든 사측의 비열함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욕받은 당사자들이 서로의 뺨을 아주 모욕적으로 때리게 하는 것과 비슷한 장면을 현실 속에서 우리는 여러 번 목격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많은 사람들은 그 모욕감이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거쳐가야 하는 길이라고 체념하고 있다. 이 체념과 방관 속에서 사람의 윤리는 깊이 병들어가고 있다. 사람됨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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