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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자동차를 떠메고 걷다 /박창희

문명의 利器 자동차 1대가 1시간 달리면 9명분 하루 산소 소모

뜨거운 자동차 문제…걷기에서 대안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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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지리산 둘레길을 찾았다. 출발부터 기분이 살짝 들떴다. 부산에서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진주를 거쳐 대전·통영고속도로를 이용해 생초IC(산청군)로 빠진다. 지리산 북쪽 기슭인 함양 마천을 지나 남원 인월까지 2시간 30분이 걸렸다. 지리산 가는 길이 확실히 빨라졌다.

인월의 지리산길 안내센터 공터에 차를 댄다. '잘 쉬고 있어 갔다 올게.' 배낭을 간편하게 만들어 도보에 나선다. 남천이 도반처럼 따라 흐른다. 발에 전해지는 흙길의 감촉! 온몸이 찌릿찌릿하다. 살갗의 세포가 열리고 땀구멍이 숨을 쉬는 듯하다. 2박3일간 이렇게 즐길 참이다. 그런데 머리 한구석에 기계 하나가 얹힌 채 따라다닌다. 차다. 누가 긁지나 않을까, 견인해가지는 않을까, 실내등은 껐던가….

인월~금계(함양군) 구간(16.7㎞)을 가뿐하게 걸었다. 땅거미가 진다. 저 산너울이 춤추듯 실루엣을 그려낸다. 이제 컴백할 시간. 버스는 없다. '차를 어떻게 가져오지?' 잠시 고민하다 콜택시를 부른다. 안내센터에서 일러준 대로 인월택시를 이용하니 조금 싸다. 택시비 1만6000원. 차를 몰고 금계 쪽으로 다시 내려와 숙소를 구한다.

다음날 금계~동강 구간(11.2㎞)을 걷고, 그 다음날은 동강~수철리 구간(10.9㎞)을 나릿나릿 걸었다. 첫날과 마찬가지로, 주차→걷기→택시이용을 반복했다. 수철리에서 돌아올 땐 꼬부랑 산길 탓에 택시비가 무려 2만500원이 나왔다. 이렇게 해서 3일간 택시비만 5만1500원을 썼다. 실컷 걷고 왕창 택시비를 쓴 꼴이다. 허참~ 잠시 헛웃음이 나왔다.

'웬수'같은 자가용이지만 그렇다고 갖다 버릴 수는 없다. 버리다니! 자동차가 얼마나 편리한 이기(利器)던가. 때론 애마가 되고 때론 애인이 되는 차. 딜레마다. 걷기 위해 차를 타고, 차를 타고 가서 걷는다. 걷기의 방식과 습관을 고쳐야 하는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편리함의 유혹이 마약보다 더 무섭다.

자동차와 걷기는 병주고 약주는 관계다. 상호보완적이면서 길항관계다. 자동차 1대가 1시간을 달리면 산소 9㎏을 소모시킨다. 성인 남자 9명이 하루를 살 수 있는 양이다. 이만큼의 산소를 생산하려면 20만㎡ 넓이의 숲이 필요하다.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다.

자동차는 지구 환경파괴의 주범이다. 자동차 때문에 망가지는 건 공기와 물만이 아니다.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적 삶이 자동차 중심의 생활로 인해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자동차가 일으키는 사고는 그 다음 문제다. 편리함을 얻는 대가로 자동차에 지불해야 할 비용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번 미국·이라크 전쟁 때 작가인 고 권정생 선생은 "전쟁이 밉고 싫다면 자동차부터 버릴 생각을 하라"고 일침을 놨다. 석유전쟁의 본질을 직시하라는 얘기였다.

그런데도 정부나 언론에서 거론하는 자동차 문제는 기껏해야 교통혼잡이나 급발진 정도다. 그리고 대책이라고 내놓는 게 도로 확충이다. 도로 확충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은 중학생만 돼도 안다. 도로 확충이 자동차 산업과 연관돼 있고, 자동차 산업이 광고·소비산업과 교묘하게 엮여있다는 것도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자동차 문제를 도로 확충으로 해결하려고 해선 가망이 없다는 얘기다.

한 가지 확실한 대안은 차에서 내려 걷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 생태계 파괴 문제, 공동체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방향 전환이 요구된다는 말이다. 지속가능한 미래로 가는 열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차에서 내려 걷는 것은 어쩌면 쉽다. 차를 '버리는' 것이 어렵다. 걸으러 갔다가 차 때문에 택시비를 왕창 썼다면 차를 '떠메고' 걸은 것이다. 미련한 짓이 아닐 수 없다. 달마나 마조, 임제 같은 선승들이 매달렸던 화두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강을 건넜으면 나룻배는 버리게나!' 나룻배를 짊어지고 다니려니 삶이 무겁다.

버리기가 어렵다면 헤어지는 연습이라도 필요하다. 오래 사귄 옛 사랑(자가용)을 과감히 '차 버리고' 홀로 걷는 법을 배우자는 말이다. 편리함과 작별하겠다는 단호한 결의가 있어야겠다. 지리산 둘레길에서 비싼 택시비 물고 배운 작은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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