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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PIFF 복병 제거하기 /박무성

개막작 사전유출 조직위 성찰계기로…정부의 이념시비 스스로 불식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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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다음달 8일 개막을 향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조직위는 지난 8일 기자회견을 갖고 영화제 일정, 개·폐막작 및 섹션별 상영작, 주요 게스트 등을 발표했다. 올해 초청작은 70개국 355편, 역대 최대 규모다. 이 가운데 월드 프리미어(세계 첫 상영)가 98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자국외 첫 상영)가 46편에 달해 한층 높아진 PIFF의 위상을 반영했다. 특히 유수의 영화제들도 세계적인 경제불황으로 행사 규모를 축소하거나 아예 취소한 데 반해, PIFF는 지향점을 아시아에 국한하지 않고 유럽과 미주지역으로 오히려 확대했다. 위축된 부산의 활기를 되찾고 시민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데도 힘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신종플루 때문이다. 지금 누구나 우려하고 있는 것처럼 부산시나 조직위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만반의 대비책은 마련돼 있다. 의료지원팀을 상시 배치하고, 타미플루를 충분히 확보해두기로 했다. 모든 실내 행사장에는 열감지기를 설치하고, 심지어 환자발생 시뮬레이션도 실시한다. 이들 역시 근본 처방은 못 된다는 게 문제다. 추석이 최대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바이러스에 사정할 수도 없고 답답한 노릇이다. 그야말로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바랄 뿐이다. 영화제를 '무사히' 개최하기 위해선 시민들이 개인위생에 철저하게 대처해 단 한 명의 발병자도 생기지 않게끔 하는 것이 최선이지 싶다.

신종플루가 외적인 불가항력이라면, '개막작 사전유출'은 명백한 내부 사고다. 올해 영화제 개막작으로 '굿모닝 프레지던트'(감독 장진)가 선정됐다는 사실은 조직위 공식발표보다 하루 앞선 지난 7일 어느 인터넷매체를 통해 공개가 됐다. 상당수 네티즌과 영화제에 관심을 갖고 있던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개막작 발표에 집중되게 마련인 기자회견장의 극적 긴장감은 사라지고 '김이 빠져버린' 행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국제행사를 다루는 기본 매너조차 갖추지 못한 인터넷매체의 한건주의가 부른 단순사고로 치부할 수도 있겠다. 조직위는 "영화제작사가 흘린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보기에 따라선 아주 심각하다. 이유야 어쨌든 조직 관리에 흠결이 발생한 것이다. PIFF 조직위는 그동안 이 같은 허술함을 보인 적이 없었다. 조직이 느슨해진 것인가, 아니면 10년을 훌쩍 넘긴 공고함이 지나쳐 경직화된 탓에 미세한 균열을 감지하지 못하게 된 건 아닌가. 점검해볼 필요가 있겠다.

미묘하긴 하나 이번에 말끔하게 정리하는 편이 좋을 듯한 일도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PIFF에 대한 정부의 색깔론 덧씌우기다. MB 정부는 PIFF가 진보적 색채가 짙다고 보는 모양이다. 지난 여름 영화제조직위에 대한 정부 정기감사 때 '조직위를 손본다'는 둥 '멤버들을 갈아치운다'는 둥 이런저런 잡음들이 나돌았다. 이에 대해 조직위는 일절 내색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념적 잣대와 못마땅한 시선이 상당히 부담스러운 건 사실인 듯하다. 만약 정부가 이런 식으로 재단하려 든다면 영화제는 '죽도 밥도' 안 된다. 정부는 이 같은 의혹을 스스로 불식시켜야 한다. 이건 조직위뿐 아니라 부산시와 부산시민들의 명예와도 결부되는 까닭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누가 뭐래도 부산의 대표 브랜드다. 지난 13년 결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김동호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조직위 관계자들의 땀과 고뇌가 영화제를 오늘의 반석 위에 올려 놓았다. 영화산업의 전반적인 불황에도 관객 1000만을 돌파한 '해운대'가 탄생할 수 있었던 저력도 다름 아닌 PIFF에 기원하고 있다. 지나온 영예를 자부하고 추억하기보다 가야 할 길이 더 멀다. 영화제의 명성을 드높이는 과업뿐 아니라 문화 콘텐츠산업의 기반을 구축하는 선도자 소임도 마저 해야 한다. 시민들이 영화제를 아끼고 응원하고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개막작 사전유출 사고'는 조직위가 한 차원 더 도약하기 위한 성찰의 기회로, 정부의 이념 시비는 도리어 시민들이 영화제에 더 많은 애정과 격려를 보내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신종플루는…하늘이 나서서 막아주리라 믿는다. PIFF를 만들어가는 사람들, 그들의 열정과 헌신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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