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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타미플루'보다 시급한 '예의염치' /이지양

부끄러움 없는 세상, 말세 향해 내달려

매시간 손 씻듯이 정신건강 회복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09-27 19:38:06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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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회복'과 '신종플루', 이 두 단어가 꽤나 오래 뉴스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런 만큼 그 두 가지 문제에 대해 관련 종사자들과 정부가 얼마나 최선을 다해 대처하는지, 그 대응모습이 우리에게 일정한 믿음을 준다. 하지만 그렇게 중시하는 두 가지, 돈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더 시급하게 돌아봐야할 문제가 있다. 바로 사회의 정신건강 문제이다. 사회의 정신적 기풍이 야비하게 추락하고 있어서, 뉴스를 듣기가 겁날 지경이다. 살인이나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는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 수와 비교가 되지 않게 높다. 그런데도 신종플루 대책과 노력에 비해, 사회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별다른 노력도 없고 아예 무감한 듯 보인다.

'위법 불감증' 내각-장관 후보들 줄줄이 위장전입·탈세 의혹, 도박에 빠진 한국 성인 359만 명 중독, 인구당 성범죄 경제범죄 서울 최고, 교권추락- 남학생이 여교사 희롱하고 여학생이 선생님 폭행, 외국인 폭력범죄 늘고 광역화, 청소년 성범죄 폭증, 외국 외교부- 한국은 성범죄 나라, 이혼율 폭증, 가족해체 가속화. 모두가 뉴스가 보여주는 우리사회의 자화상이다. 게다가 끔찍한 패륜을 저지른 사건 사고가 연일 쏟아진다. 하루의 뉴스만으로도 삶의 의욕을 잃고 우울해지기에 충분할 지경이라 하겠다.

우리 사회는 마치 이런 가족처럼 보인다. 부모는 맞벌이하며 아이들을 위해 돈을 버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 돈으로 마약을 하고, 차를 사서 범죄를 일삼고 다니며 자신과 타인의 인생을 악의 구렁으로 쓸어 넣는다. 가끔 경찰서에서 붙잡혀 있는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오지만 부모는 사업체가 망할까 걱정되어 다시 돈 벌러 밖으로 간다. 아이들을 수업료 비싼 과외교사나 치료비 비싼 정신과 의사에게 맡기고, 벌어둔 돈으로 사고 수습을 하고 피해 보상을 해준다. 그리고 부모는 더욱 돈을 벌어 앞서 쓴 돈까지 만회할 수 있도록 오직 돈을 버는 데만 열중한다. 부모는 돈을 위해 반칙을 일삼는 반칙왕이 되어 승자독식으로 손가락질당하는 부자대열에 선다. 식단은 유기농으로 도배한 웰빙 식단이고, 의상은 명품, 자가용도 명품차, 몸은 몸짱인데, 그 몸으로 성범죄와 폭력을 일삼으며 살아가는 통제 불능의 혈연 집단. 그래도 DNA가 증명하고, 호적에 가족으로 등재되어 있으니, 가족이라고 믿는 가족 말이다.

이것이 과연 우리가 생각한 멋진 인생이고, 이것이 우리가 생각한 복지사회란 말일까. 사회적 기풍이 이런 지경이면 학교교육이나 가정교육도 거의 아무런 의미가 없다. 대기가 오염되었는데, 학교와 집의 창문 안에만 어찌 산소가 있을 수 있겠는가. 설령 산소호흡기로 호흡을 하더라도 오래 못 간다. 그럼 어찌해야 할까. 사회에 예(禮)ㆍ의(義)ㆍ염(廉)ㆍ치(恥)를 회복해야 한다. '관자(管子)'라는 책의 '목민(牧民)'편에는 예의염치는 나라를 통치하는 벼리(維)이니, 이것이 끊어지면 나라가 멸망한다고 했다. 예가 끊어지면 기울어지고, 의가 끊어지면 위태하고, 염이 끊어지면 전복되고, 치가 끊어지면 멸망하게 된다는 것이다. 기울어지면 바로잡을 수 있고, 위태로운 것도 편하게 만들 수 있고, 엎어진 것도 일으킬 수 있지만, 부끄러움을 모르면 멸망하는데, 멸망한 것은 회복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부끄러운 줄을 모르는 사회가 바로 멸망하는 사회인 셈이다.

그러면 사회의 예의염치는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가. 반칙왕의 승리를 인정하지 않는 데 그 비결이 있다. 누가 반칙왕으로 승리를 거뒀는가. 그것은 소위 잘 나간다는 사람들부터 조사해보라. 승자의 반열에서 승리의 과정과 결과, 그 내용의 품격을 엄격히 따지기 시작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사회에는 어느새 슬그머니 예의염치가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이번 추석에 신종플루 확산을 염려한다. 하지만 그보다는 예의염치를 못 차릴까 염려해야 할 것 같다. 가정불화, 사회범죄, 부정부패에 대한 불안과 염려가 더 큰 것이 현실이니까. 우리는 평화롭고 화목한 추석을 위해, 과민하게 손을 씻는 노력의 반만큼이라도, 자신의 말과 행동을 깨끗하게 관리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현실은 타미플루보다 예의염치가 더 절실하다.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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