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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기후온난화로 경사지도 불안하다 /이상원

강수량 많은 여름 산사태 빈번해 산많은 도시 부산, 피해줄일 방도 절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09-28 20:56:35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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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온난화', '아열대성 기후화' 등 기온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우리나라 동해안에 아열대성 어류들이 출현하며, 마치 푸른 행성 지구의 극지방 빙하가 다 녹을 듯이 이야기하고 있다. 현 상태로 보면 전혀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대륙지각을 두껍게 덮고 있는 빙하이니 만큼 엄청난 빙하가 녹으면 해수면이 상당히 높아질 것이 틀림없다. 그러면 전 세계 유수의 해안에 발달한 대도시들은 해수면 상승의 피해를 받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해수면이 상승한다는 것은 세계 대도시들이 해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것이니 곧 인류의 미래가 위험에 봉착한다는 것이고, 여태 일궈 논 인류 문명이 사라질 위험에 처한다는 것과 같다.

일전에 남해안 지역은 이미 아열대 기후권에 들어갔다는 부산지방기상청의 발표가 있었다. 그리고 과거에 비해 강수일은 줄었지만 강수량은 늘었다는 보고도 있었다. 이것이 무슨 말인가? 강수일에 비해 강수량이 늘었다는 것은 비가 많이 왔다는 것인데, 폭우 내지 집중호우가 잦았다는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의 강수 패턴은 여름에 집중되고 있다. 따라서 이 시기에 소위 산사태와 같은 위협적인 재해가 많이 발생한다. 산사태란 산 사면에 놓인 다량의 쇄설물들이 일시에 사면 아래로 이동되는 현상이다. 중력에 의해 고지대의 물질들이 저지대로 이동하는 현상을 '매스 무브먼트(mass movement)'라고 한다. 이것은 순식간에 사면 물질들이 아래로 이동하는 산사태 같은 매우 위험한 것과 눈으로 인지할 수 없는 아주 느린 형태로 사면을 따라 이동하는 토양포행 같은 현상도 있다. 산 사면의 나무들이 산 아래로 기울어져 있는 것이나 비석 같은 것이 아래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은 매우 느린 속도로 사면의 토양이 아래로 이동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런 사면 물질들이 일시에 다량으로 아래로 이동한다고 가정해 보자. 당연히 산 아래 거주하는 주민들은 매몰 같은 재난으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부산은 바다를 앞에 두고 산을 지고 있는 도시 환경 때문에 산 사면에 주거지가 집중되어 있다. 지난여름 부산은 집중강수 현상 때문에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어쩌면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발생하는 산사태를 어쩔 수 없는 재난으로 치부하여 왔다. 산사태는 여러 원인으로 발생하지만 강수량이 집중되는 여름에 빈발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폭우나 집중호우 같은 강수 현상 때문에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사면의 안정도가 불안한 지역에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평소엔 사면의 물질들이 정상적으로 놓여 있어도 집중적인 강수로 물에 포화된 사면의 쇄설물들이 마찰력 감소로 일시에 아래로 미끄러져 크고 작은 사태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현상 때문에 엄청난 재난이 발생하는 것인데,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의 지형 특성상 매년 연례행사처럼 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비해서 전국 산지의 사면안정도를 조사해 대처하고 있지만 기후 변화로 집중호우나 폭우 같은 이상 기상 현상이 빈발하면 해수면 상승효과 이상으로 그 피해가 막심할 것이다.

결국 미리 대처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최근에 지진 발생에 따른 지진 해파인 쓰나미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돼 정부 차원에서 경보 체계를 갖추느라 고심하고 있다. 또 기후변화로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할 것이라는 인류 최대의 위기에 대비해 국제적인 대비책 강구에 각국이 협의하느라 바쁘다. 그런데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 해수면 상승효과 이전에 당장 직면할 사면 피해 대책이 있는지 의문스럽다. 특히 산 사면에 의지해 발달한 도시인 부산의 경우 예상되는 피해는 심각할 수밖에 없다.

매년 재난이 발생하고 인명과 재산의 피해가 생기면 인재라고 떠들썩하지만 정작 차후를 대비하는 옳은 방재책이나 대응책은 없었다. 재난에 항시 직면해 있는 부산으로서는 사면안정도를 조사하고 앞으로 직면할 집중호우나 폭우 같은 강수 현상, 또 잦아지는 지진으로 일어날 수 있는 사면의 붕괴에 대비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도를 미리 마련해야 한다. 매일 멋진 경관을 보며 살고 있는 이 지역 주민들의 삶을, 외지인들이 부러워하는 이 도시의 시민들의 삶이 제대로 유지되게 하는 것이 최우선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부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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